지위 과시함으로써 지배력 확보하려는 본능 때문 … 테스토스테론이 심장 건강 증진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어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는 동기를 강하게 유발할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남성호르몬으로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으면 성적 욕구가 커진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하지만 새 연구는 슈퍼카 람보르기니의 소유자 중 약 93%가 남자인 이유도 테스토스테론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명품과 지위 상징을 좋아하는 성향과 관련 있다. 남성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남자일수록 고가의 사치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18~55세 남성 240명 이상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엔 젤 형태로 피부에 바르는 테스토스테론을 제공하고 다른 그룹엔 위약 젤을 제공했다. 그런 다음 그들에게 두 가지 브랜드 중 어느 것을 좋아하는지 물었다(그중 하나는 다른 것에 비해 높은 지위를 상징하는 브랜드였다). 또 광고를 보면서 두 가지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테스토스테론 보조제를 제공 받은 남성은 ‘높은 지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브랜드를 더 좋아할 가능성이 컸다.
예를 들어 캘빈 클라인과 리바이스를 짝지어 보여줬을 때 테스토스테론을 함유한 젤을 바른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캘빈 클라인을 더 선호했다. 또 그들은 시계, 커피메이커, 선글라스 등의 제품군을 제시했을 때 더 비싸거나 유명 상표의 제품을 선호했다. 마찬가지로 광고에서 성능과 품질을 강조하기보다 ‘호화’ ‘고급’ ‘명품’이라는 문구로 선전되는 상품을 선택할 확률이 더 높았다.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남성호르몬이 남자의 사치품 욕구를 높일 수 있으며, 그런 남자는 값비싸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물건이 자신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어 파트너를 찾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믿기 때문에 고급 명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듯하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 콜린 캐머러는 이 결과가 동물의 행동에 관한 여러 연구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수컷은 지배력을 과시함으로써 사회적 서열에서 자신의 위치를 높이거나 지키려 한다는 것이 그 연구 결과였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사이에서 수컷은 지배력을 얻거나 지키기 위해 싸우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의 무기가 발톱과 주먹, 근육인데 비해 우리의 무기는 입는 옷과 모는 차, 거주하는 집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높은 수치의 테스토스테론은 명품 추구에 그치지 않는다. 넘치는 테스토스테론이 남자의 뇌와 몸에 추가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듯하다. / 사진: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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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모한 투자로 손해 보기 쉽다.
호전적이고 경쟁심 강한 ‘알파 남성’이 반드시 최고의 ‘알파’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다. 남성 헤지펀드 매니저 3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얼굴이 넓은(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것과 관련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는 길쭉한 얼굴의 헤지펀드 매니저보다 수익 실적이 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매년 평균 수익률이 6% 정도 뒤졌다).
얼굴 넓이는 테스토스테론의 분비 정도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로 쓰인다. 이번 연구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성은 얼굴의 가로 대 세로 비율이 평균 2.10이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의 비율은 1.57이었다.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투자자는 업무와 관련해 위험부담이 큰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컸고 마치 ‘복권’처럼 리스크가 큰 주식을 선호했기 때문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과 연결된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 넓쩍한 얼굴을 가진 투자자의 경우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높은 수익 목표를 세우려 하는 것은 당연한 듯하다.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또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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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사결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충동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충동성이 득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테스트에선 상당히 불리하다. 학술지 심리과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을 한 번만 투여받은 남성도 인지반응 검사에서 옳게 답할 능력이 떨어졌다(본능적으로 옳은 듯하지만 틀린 답을 고르도록 유도하는 질문으로 응답자를 혼란시키는 검사였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으며, ‘난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직관적인 사고, 이른바 직감을 믿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 논문의 주 저자인 기디언 네이브는 지난해 5월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동물의 행동 연구에서 짝짓기 상대를 두고 싸울 때 수컷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그처럼 싸우는 동물의 경우 높아진 테스토스테론에 따른 충동적인 결정은 삶과 죽음의 차이를 의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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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장 환경을 나타낼 수 있다.
영국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성장 환경이 어떠했는지 알려줄 수 있다. 그들은 남성 36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영국에서 성장한 방글라데시 남성은 방글라데시에서 성장한 남성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훨씬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영국에서 성장한 그룹은 방글라데시에서 성장한 남성보다 키가 커 컸고 2차 성징도 더 이른 나이에 나타났다. 사춘기 이전에 이주하는 것이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어린 시절 감염병이 빈발하거나 영양 상태가 부실한 환경에서 자란 남성은 건강한 유년 시절을 보낸 남성보다 훗날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적을 수 있다. 연구팀은 부실한 환경에서 자란 남성은 신체가 에너지를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데보다 생존 자체에 투입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인류학자 케슨 마지드 박사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인종이나 성인이 된 후 사는 지역보다는, 어린 시절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에 달렸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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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아도취를 부추길 수 있다.
지난 6월 발표된 한 연구 결과는 테스토스테론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사회적으로 해로운 나르시시즘’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참가자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위를 갖게 되자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고 자신만 이득을 챙기는 행동을 보였다. 논문의 주 저자 니콜 미드는 그들이 또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도 컸다고 지적했다. 그와 대조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참가자는 지도자 지위를 받았을 때 그처럼 자아도취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남녀 200명 이상 중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에게 ‘책임자’ 지위를 준 뒤 전체에게 리더십 과제를 완수하게 했다. 그 다음 ‘책임자’ 지위를 부여 받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부패 가능성과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고 자신이 성공하려는 욕구가 있는지 테스트했다. 미드 교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사람은 자신이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결코 더 나은 지도자가 될 수 없고 실제로 더 형편없다고 해도 권력을 향한 야망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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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심장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다.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듯하다. 지난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을 받은 360명은 그 요법을 거부한 296명보다 사망할 확률이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실험군(360명)은 10년 연구 기간에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전혀 겪지 않았다. 반면 대조군(296명)은 모두 합해 56건의 비치명적인 뇌졸중과 심장마비를 겪었다. 또 실험군은 혈당·콜레스테롤·혈압·체중도 대조군보다 낮았다.
고령자의 테스토스테론 결핍은 사망 위험 증가와 상관 있으며, 특히 심장병과 관련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가 끝났을 때 대조군에서 21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19명의 사인이 심혈관계 질환이었다. 이 연구는 참가자의 활동 수준을 관찰하진 않았지만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을 받은 비만 환자는 테스토스테론 덕분에 신체적 활동과 에너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스코티 앤드루 뉴스위크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7월 23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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