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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술이나 섹스로 숙취 이긴다?

해장술이나 섹스로 숙취 이긴다?

민간요법 많지만 자칫하면 증상 악화시키거나 위험할 수 있어 … 과학적 사실과 낭설 구별해본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순간은 더없이 행복하겠지만 다음날 아침 눈을 뜨면 죽을 맛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술 마실 때는 좋지만 숙취는 너무 끔찍하다. 친구들과 만나 웃고 떠들며 마시는 순간은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없겠지만 다음날 아침 눈을 뜨면 죽을 맛이다. 아니, 말 그대로 이 세상이 아닌 것 같다. 온몸이 쑤시고 입이 바짝 마르며 머리가 쿵쾅거리고 깨질 듯이 아프다. 특히 평일이면 좀비 같은 모습으로 몸을 끌며 비몽사몽 출근해야 한다. 술은 물로 다스린다, 술은 술로 다스린다 등 이전에 들어본 적 있는 모든 이론과 숙취 해소법을 떠올려본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게토레이도 마셔본다. 한술 더 떠 해장술까지 억지로 삼켜본다. 숙취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못할 게 없다. 하지만 어떤 ‘민간요법’은 자칫하면 증상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숙취에 관한 과학적인 사실엔 그와 관련된 근거 없는 속설이 여럿 따라붙는다. 예를 들면 운동을 하거나 심지어 섹스를 하면 엔도르핀(모르핀처럼 진통 효과가 있는 신경전달물질로 뇌에서 분비된다)이 많이 생성되면서 숙취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럴 듯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들리겠지만 그런 행동은 숙취의 두통을 멈추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해장술을 마시면 좋다는 속설도 너무 흔해 아무리 과학적으로 잘못됐다거나 심지어 위험하다고 해도 많은 이가 철석같이 믿고 따른다.

대개는 술을 적당히 마시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주 진탕 마셔댄다. 장기적으로 몸을 망가뜨릴 수 있는 심한 숙취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유혹에 빠져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8세 이상 미국인의 7%가 심각한 음주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알코올중독자도 138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음주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만큼 우리 몸이 알코올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알코올이 어떻게 숙취를 일으킬까? 얼마나 마셔야 숙취가 올까? 밤새 폭음하면 누구나 숙취에 시달릴까? 한두 잔도 숙취로 이어질까? 숙취에 관한 과학적인 실체와 근거 없는 속설을 구별해보자.

1. 과음을 삼가라.
아침을 든든히 먹으면 혈당을 유지하고 과음으로 소모된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할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너무 뻔한 소리 같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이다. 숙취를 해결하는 최선의 길은 애초에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다. 안 된 얘기지만 진실은 그처럼 아프다. 한 연구에서 휴가 중인 젊은이 112명을 조사한 결과 과음자의 68%가 숙취에 시달렸다. 과음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2. 달콤한 술을 피하라.과학적인 사실이다. 달콤한 술은 착향료(congener)가 많이 들었다. 알코올 생산의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독성을 갖는다. 게다가 술이 달콤하면 더 많이 마시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착향료가 많이 든 술을 마시면 숙취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진다. 착향료가 알코올 분해를 방해함으로써 두통 등의 증상이 더 오래갈 수 있다.


3. 물을 많이 마셔라.물을 마시는 건 절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물로서 숙취를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숙취를 일으키는 주범은 탈수보다는 착향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을 마시면서 물을 자주 들이키면 과음을 피하고 숙취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물이 숙취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4. 아침식사를 든든히 하라.과음한 다음날 아침엔 대개 입맛이 떨어져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지만 아침을 반드시 먹어야 한다. 술을 마시고 나면 혈당이 떨어진다. 따라서 뭔가를 먹으면 혈당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구토증, 피로, 나른함 등 흔히 나타나는 숙취 증상을 막을 수 있다. 아침을 든든히 먹으면 과음으로 소모된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할 수 있다.


5. ‘독주 후 맥주’보다 ‘맥주 후 독주’가 좋다.옳다고? 천만에. 알코올 성분이 강한 술을 마시기 전에 맥주를 먼저 들이키면 숙취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맥주나 독주나 전부 알코올이기 때문이다. 존 브릭 박사는 코스모폴리탄 잡지에 “맥주든 위스키든 또 어느 술을 먼저 마시든 모든 술은 많이 마시면 탈이 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6. 과음 후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숙면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과학적인 사실이다. 과음 후 잠을 충분히 못 잔 사람은 더 많이 잔 사람에 비해 숙취 효과가 더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많다. 숙취로 나타나는 피로나 두통, 짜증 같은 증상은 잠이 부족하면 더 심해진다. 몸을 충분히 쉬도록 해서 서서히 회복시키면 숙취 증상을 이겨내기가 더 쉽다.
7. 피자나 햄버거 같은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숙취가 해소된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숙취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타이레놀은 간 손상에 주의해야 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숙취 증상을 막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탄수화물이나 나트륨이 아니라 혈당 수치다. 술을 마시면 혈당 수치가 떨어져 혈당 유지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라면 어떤 것이든 먹으면 극심한 숙취를 막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피자나 햄버거엔 몸이 숙취를 이겨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비타민과 미네랄은 별로 없다. 따라서 좀 더 몸에 좋은 탄수화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8. 과음한 다음날 아침에 해장술을 마시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어느 정도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부작용이 심할 수 있다. 술에 함유된 메탄올의 대사 작용으로 생성되는 포름알데히드가 독성이 매우 강해 심한 숙취 증상을 유발한다. 우리 몸의 알코올탈수소효소는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메탄올을 포름알데히드로 바꾼다. 여기서 해장술의 원리가 나온다. 숙취 원인의 유력한 후보인 메탄올을 분해하던 우리 몸이 해장술로 인해 다시 들어온 에탄올을 분해하기 위해 메탄올 분해를 일시적으로 멈춰 숙취가 미뤄진다. 하지만 좋아하기 전에 명심할 사항이 있다. 해장술을 많이 마시면 숙취는 더 심해진다. 또 습관이 되면 알코올 의존과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 해장술은 영어로 ‘hair of the dog’(개털)이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렸을 때 그 개의 털을 상처에 대면 감염을 막아준다는 스코틀랜드 미신에서 유래했다. 스카치위스키에 얼마나 취하면 그런 미신을 쉽게 믿을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



9. 게워내면 숙취를 막을 수 있다.언제 토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고 한참 후에 토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가 되면 몸은 이미 알코올을 분해하기 시작한 상태다. 따라서 숙취는 그대로 진행될 수 있다. 물론 술을 마신 직후 바로 게워내면 숙취를 막을 수 있다. 토하다가 탈수증이 오면 더 위험하다.



10. 비타민 등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라.좋은 생각이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숙취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숙취가 있는 날만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복용할 때 효과가 더 크다.



11. 커피를 많이 마시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근거 없다. 커피는 오히려 숙취를 악화시킨다. 술을 마시면 혈관이 팽창하는데 커피를 많이 마시면 카페인이 팽창한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려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 따르면 소량의 카페인은 숙취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따라서 커피 대신 홍차나 허브차를 마시는 게 좋다.



12. 과음 후 잠들기 전에 아스피린을 복용하라.이 역시 근거가 없다. 아스피린의 효과가 완전히 나타나기 전에 잠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깨어날 때쯤 약효가 사라져 숙취가 다시 시작된다. 아스피린은 아침에 깨어나 숙취 증상을 느낄 때 복용하라. 더 나은 것은 발포성 제산제 알카셀처다. 아스피린 성분이 들어 있어 진통 효과와 뒤집힌 속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13. 타이레놀이 숙취 해소에 특효다.
착향료가 많이 든 달콤한 술을 마시면 알코올 분해가 늦어져 숙취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진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속설에 불과하며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타이레놀에 들어 있는 진통·해열 유도제 아세트아미노펜은 알코올처럼 간에서 분해된다. 장기적으로 반복되면 간이 영구히 손상될 수 있다.



14. 과음 후 잠들기 전에 게토레이나 코코넛워터를 마셔라.과학적 근거가 있는 숙취 해소법이다. 그런 음료는 술을 마시는 동안 잃어버린 전해질을 보충해줄 수 있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 음료를 마시면 숙취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15. 숙취해소제를 복용하라.돈 낭비일 뿐이다. 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그런 약은 효과가 거의 없다. 그런 약을 먹는다면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톨페나믹산이 든 제품을 선택하라. 일부 연구에 따르면 톨페나믹산은 과음에 따른 조직 손상과 통증을 완화해준다.



16. 나이가 들면 알코올 내성이 약해진다.노화는 어쩔 수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알코올 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젊은 시절만큼 많이 마실 수 없다면 과음을 삼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숙취에 계속 시달릴 뿐이다. 고령 음주자의 또 다른 문제는 평소 복용하는 약과 알코올의 충돌 가능성이다. 항생제·항불안제·항우울제·항히스타민제·혈장용해제·당뇨약 등은 알코올 분해를 방해함으로써 숙취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나이 많은 음주자에게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적당한 음주는 특정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혈압·우울증·치매·골소실만이 아니라 뇌졸중도 그런 질병에 포함된다.



17. 홍삼이 숙취 해소에 좋다.사실이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홍삼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낮춰 준다. 숙취의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홍삼은 건강기능식품으로나 차로 복용할 수 있다. 게다가 홍삼은 항산화·항염증 효과도 있다.



18. 섹스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물론 섹스를 하면 모르핀과 같은 진통 효과가 있는 신경전달물질 엔도르핀이 뇌에서 분비되지만 두통 같은 숙취 증상을 완화해 주진 않는다.

19. 생강이 숙취 증상 완화에 좋다.
한 연구에서 휴가 중인 젊은이 112명을 조사한 결과 과음자의 68%가 숙취에 시달렸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연구에 따르면 그럴 수 있다. 다행히 생강은 과자부터 건강기능식품, 차까지 다양한 제품에 들어 있다. 생강이 약간만 들어간 가당 음료보다는 실제 생강이 듬뿍 든 제품을 선택하라.



20. 선인장 열매(용과)가 숙취 해소에 효과 있다.실제로 입증됐다. 한 연구는 용과가 숙취 증상을 완화해주고 숙취의 강도를 절반으로 줄여준다는 것을 보여줬다.



21. 빵은 알코올을 흡수해 숙취를 막아준다.낭설이다. 빵이 체내 알코올을 흡수한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약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 숙취 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22. 폭음하는 사람만이 숙취에 시달린다.지나친 음주는 당연히 숙취를 유발하지만 한 두 잔만 마셔도 숙취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숙취에는 알코올 양보다 신체 조건과 체질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숙취를 느끼는 정도는 키나 몸무게, 특정 신경학적 요인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23. 남자보다 여자가 숙취로 더 고통 받을 수 있다.부분적으로 옳다. 대개 남자는 여자보다 체내에 물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 물이 알코올을 희석해 숙취의 타격을 줄여준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남자도 여자만큼 심한 숙취에 시달릴 수 있다. 또 여자는 남자보다 체지방이 더 많아 남자보다 알코올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 그래서 숙취가 더 심할 수 있다.



24. 와인이 맥주보다 낫다.그렇지 않다. 어떤 술이든 그 속에 든 알코올은 알코올일 뿐이다. 와인이든 맥주든 독주든 그 술을 마시고 취하면 숙취가 올 수 있다. 때로는 취하지 않을 정도로 마셔도 숙취를 느낄 수 있다. 레드와인을 마신 뒤 두통이 있다면 타닌(떫은 맛을 내는 폴리페놀 화합물) 내성이 없어서다. 위스키를 마신 뒤 두통을 느낀다면 몰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보드카나 진 같은 투명한 독주는 마신 다음날 아침 두통이 약간 덜할 수 있다.



25. 다이어트 칵테일이 숙취 예방에 좋다.틀렸다. 제로 콜라를 사용한다고 해서 다이어트라는 말이 붙었지만 알코올은 모두 같은 알코올이다. 따라서 과하면 숙취로 이어질 수 있다. 몇몇 연구는 술에 들어 있는 열량이 적을수록 더 빨리 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술은 더 많이 마시기 쉬워 더욱 심한 숙취를 불러올 수 있다. 미국 노스텍사스대학 포트워스 건강과학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빨리 취하게 만드는 것은 다이어트 칵테일이 아니라 설탕 부족 때문일 수 있다. 그 연구를 이끈 데니스 솜브스 교수는 “다이어트 콜라가 술기운을 빨리 오르게 한다는 게 아니라 콜라에 든 설탕이 알코올 흡수율을 낮춰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뉴스위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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