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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순간에 어이없는 실수를?

결정적인 순간에 어이없는 실수를?

잘 나가던 선수가 경기 도중 갑자기 몸이 굳는 ‘입스 증후군’, 단순 심리 문제 아닌 뇌질환의 일종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투수였던 릭 앤키엘은 유망주로 기대됐지만 갑자기 어이없는 피칭을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그는 외야수로 재기했다. / 사진:AP-NEWSIS
‘입스(yips) 증후군’은 밤도둑처럼 은밀히 찾아와 세계 일류 선수의 능력을 순식간에 앗아간다. 그러면 펄펄 날던 선수가 수십 년 동안 늘 해오던 스포츠를 생각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6월 마켈 펄츠는 2017 미국 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 발탁됐다.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유망주로 팀의 탄탄한 라인업에 득점력을 더욱 강화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지난 1월이 되자 그의 점프슛은 형편없이 망가졌다. 슈팅 폼이 너무도 어설퍼 NBA 경기장만이 아니라 공원 놀이터 코트에서도 이상해 보일 정도였다. 그 후 몇 달 동안 어깨 부상부터 잘못된 훈련까지 그에 관해 여러 소문이 떠돌았다. 얼마 뒤 NBA에서 유명한 스킬 트레이너인 드루 헨렌은 펄츠의 문제가 입스 증후군이라고 확정지었다. 그를 주시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의심해오던 섬뜩한 진단이었다.

입스 증후군은 선수가 몸에 익은 단순한 스포츠 동작을 실행할 수 없는 증상을 말한다. 농구에서 슛이나 드리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 야구에서 송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뜬 공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상황, 골프에서는 퍼트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호흡이 빨라지며 손에 경련이 일어나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입스 증후군의 특징은 선수를 정신적으로 괴롭힌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육체적으로도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동일한 실수를 연속적으로 범하면서 정신적·심리적으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요 클리닉에 따르면 입스 증후군은 오랫동안 ‘수행 불안(performance anxiety)’의 일종으로 알려졌다. 상당히 모호한 개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입스 증후군을 신경학적인 증상인 ‘국소성 이긴장증(focal dystonia, 인체의 한 부분에 국한된 불수의적이고 지속적인 근육의 수축으로 인한 근육의 운동 장애)’으로 분류하는 전문가가 많아진다. 단순히 심리적인 현상만이 아니라 신경계와 연결된 뇌질환의 일종이라는 판단이다. 스포츠 심리학자 데비 크루스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심한 압박감과 긴장에 시달린 운동선수는 분석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부위의 활동이 증가하는 반면 신체 동작의 조정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활동이 감소했다.특히 골프 선수를 많이 대하는 크루스는 뇌를 사실상 재설정하는 여러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입스 증후군이 발생하는 과정의 촉발을 피하기 위해서다. 입스 증후군이 발생하는 과정이 시작되면 차단하기 어려운 두려움의 순환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크루스는 “고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이 촉발되기 전에 한발 앞서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켈 펄츠는 2017 NBA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팀에 발탁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슛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 사진:AP-NEWSIS
가장 유명한 사례가 미국 프로야구(메이저리그) 선수 릭 앤키엘이다. 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투수로서 리그 최고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갑자기 포수의 글러브로 공을 던져 넣지도 못하는 어이없는 피칭을 시작했다. 자신이 겪은 곤경을 돌이킨 자서전 ‘페노메논(Phenomenon)’을 쓴 그는 “공을 던질 때 손목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으로 공을 느낄 수 없었다.”

곧 앤키엘은 메이저리그에서 밀려나 마이너리그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러면서 수년 동안 너무나 고통스러운 불안감에 시달렸다. 앤키엘은 “경기장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외야수로 재기해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뒤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 또 다른 사례는 1990년대 뉴욕 메츠의 뛰어난 포수였던 매키 새서다. 갑자기 투수에게 송구조차 할 수 없었던 그에겐 앤키엘 같은 운도 따르지 않았다. 그는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완전히 습관으로 굳어져 버리면 고칠 도리가 없다.”

헨렌은 펄츠의 뇌를 ‘재구성’하기 위해 그동안 실시한 유망한 프로그램의 동영상을 그에게 보여줬다. 앤키엘은 펄츠에게 다른 많은 선수처럼 자존심을 세우지 말고 자신의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라고 조언했다. 입스 증후군은 고칠 수 있다고 해도 오랜 세월이 걸린다. 앤키엘은 “순식간에 나을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알약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힘들고 오랜 시간을 거쳐야 한다.”

- 팀 마신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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