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금융은 남북 경협의 히든카드?] 사금융 의존도 높은 북한은 기회의 땅
[모바일 금융은 남북 경협의 히든카드?] 사금융 의존도 높은 북한은 기회의 땅
9월 방북단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포함...“금융 인프라 개발 경험 공유로 시너지 효과 모색” 지난 9월 19일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또 한 번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가진 이번 방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대표 총수들을 포함한 경제인 17인을 특별수행원으로 대동, 남북 경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나타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이어지고 있어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비핵화 같은 핵심 현안이 해결되면서 분위기가 누그러질 경우 본격적으로 경협 드라이브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방북 기간 국내에 남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남북 경협은 국제사회 협력이 필요하지만, 여건이 조성된다면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애초 남북 경협 확대론에 촉각을 곤두세운 쪽은 산업계다. 건설과 철도 등 가장 먼저 경협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서 기업들은 기회 포착을 노리고 있으며 개성공단 재개도 빼놓을 수 없는 산업계 이슈다. 최근엔 여기에 금융권이 가세해 들썩이고 있다. 금융업에서도 남북 경협이 새로운 기회의 장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해서다. 특히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이번 방북단 특별수행원에 금융권 인사로서는 유일하게 포함되면서 주요 기업 총수들과 이름을 나란히 해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금융권 일각에선 특별수행원에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장병규 위원장과 포털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쏘카 대표가 포함됐던 데도 주목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대표하는 경제인인 두 사람이 산업은행 수장과 함께 방북한 것이 ‘향후 남북 경협에서 ICT와 금융 기반 투자 가능성에 정부가 그만큼 관심을 가졌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금융권에서 북한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고 경협 연구에 나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북 제재가 완화될 경우를 대비해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 이처럼 남북 경협에 기대감을 보이며 준비 중인 대표적인 이유는 ICT와 금융의 접점인 ‘모바일 금융’이 경협의 히든카드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현재 북한 인구는 약 2500만 명. 5분의 1인 500만 명 이상은 ‘손전화기(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북한 내 휴대전화 보급량이 580만대 이상이라는 최근 통계가 있었다. 낙후됐다는 이미지와 달리 적잖은 숫자다. 이번 방북에서도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든 채 행사를 지휘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혀 눈길을 끌었다. ICT 업계 관계자는 “북한에는 2013년부터 스마트폰이 보급돼 ‘평양타치’ ‘아리랑’ 같은 제품이 시중에 우리 돈 40만~80만원 가격으로 유통 중”이라며 “통제 때문에 인터넷은 안 되지만 자체 인트라넷 ‘광명망’을 통해 주민들이 각종 정보를 길거리에서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휴대전화와 금융업을 접목해 경제 번영에 나서고 싶어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직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북한은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사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때문에 수차례 “금융의 정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할 만큼 인프라 개선에 목말랐던 상태다. ICT와 접목해 이를 이끌어내려 한다는 얘기다. 조 부소장은 “북한은 ICT 시스템 구축이 덜 돼 있지만 기본적인 ICT 기술은 뛰어나다”면서 “따라서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며, 무엇보다 금융은 북한 전체의 개혁과 개방을 이끄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모바일 금융 기술 강화에 사활을 걸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북한의 계간학술지 ‘경제연구’는 올해 두 번째 책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보다 먼저 손전화기로 주민들이 금융 거래를 원만히 실현할 수 있게 하는 하부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논문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오늘날 ‘지능형 손전화기(스마트폰)’가 급속히 보급돼 손전화기는 주민들 생활에서 없어선 안 될 정보통신 기재가 됐다. 지능형 손전화기를 이용한 금융 봉사(서비스)로 은행구좌(계좌) 정보 조회, 현금 출금, 자금 환치가 포함되고 상점 및 봉사 기관(백화점·주유소·주차장 등)에서 대금 지급과 결제 봉사가 진행된다.’
이어 ‘이동통신 기관들은 손전화기를 이용한 상품 구입, 금융 거래에 대한 통보문 확인, 자금 결제의 확인과 대금의 지불에 대한 정보를 결제자와 피결제자 사이 제공할 수 있는 통신 하부구조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곧 북한 지도부의 생각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수준 높은 모바일 금융은 북한 입장에서도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카드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했을 때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현지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모바일 금융 시스템의 토대를 만들면, 시중은행들이 북한에 진출해 지점을 열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식으로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계속된 저금리 기조와 내수 불황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지점을 축소하면서 성장동력을 잃은 상태”라며 “남북 경협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독일이 통일 과정에서 금융업에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던 전례도 금융권으로선 주목할 만하다. 꼭 모바일 금융에만 한정짓지 않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새 활로를 뚫을 수 있다. 금융 투자만 해도 그렇다. 한 예로 서독의 국책은행이었던 독일재건은행(KFW)은 통일 전 동독 지역에서 금융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특히 동독 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금융 투자에 적극 나섰다. 현지 중기 지원에만 자산의 70%가량을 투입할 정도였다. 리스크에 대한 사회적 우려감이 커졌지만 KFW는 이후 8년 만에 자산이 기존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점 수와 이익 규모도 급증했다. 투자한 기업들과 함께 동독이 발전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 결과였다. 한편 산업은행 미래개발연구소에 따르면 북한 금융권은 2015년 상업은행법 개정 후 조선무역은행·조선중앙은행 등을 중심으로 상업금융 업무를 확대 중이다. 조선무역은행은 대외무역 결제, 외화 대출, 개인외화 저축 등의 업무를 맡고 있으며 조선중앙은행은 각 도·시(9개 도, 3개 시)에 소재해 지방 기관·기업들이 이용 중이다. 은행 업무거래의 편의성과 신속성 보장을 위해서도 북한 당국의 지휘 하에 모바일 금융 서비스 개발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은행의 자금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하면서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유진 산업은행 한반도신경제센터 연구원은 “북한의 제도권 금융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남북 경협 확대 때, 우리의 금융 인프라 개발 경험 공유를 통해 북한의 금융 제도 구축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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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남북 경협 확대론에 촉각을 곤두세운 쪽은 산업계다. 건설과 철도 등 가장 먼저 경협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서 기업들은 기회 포착을 노리고 있으며 개성공단 재개도 빼놓을 수 없는 산업계 이슈다. 최근엔 여기에 금융권이 가세해 들썩이고 있다. 금융업에서도 남북 경협이 새로운 기회의 장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해서다. 특히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이번 방북단 특별수행원에 금융권 인사로서는 유일하게 포함되면서 주요 기업 총수들과 이름을 나란히 해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금융권 일각에선 특별수행원에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장병규 위원장과 포털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쏘카 대표가 포함됐던 데도 주목하고 있다.
북한 내 휴대전화 580만대 이상 보급돼
실제 북한 내 휴대전화 보급량이 580만대 이상이라는 최근 통계가 있었다. 낙후됐다는 이미지와 달리 적잖은 숫자다. 이번 방북에서도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든 채 행사를 지휘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혀 눈길을 끌었다. ICT 업계 관계자는 “북한에는 2013년부터 스마트폰이 보급돼 ‘평양타치’ ‘아리랑’ 같은 제품이 시중에 우리 돈 40만~80만원 가격으로 유통 중”이라며 “통제 때문에 인터넷은 안 되지만 자체 인트라넷 ‘광명망’을 통해 주민들이 각종 정보를 길거리에서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휴대전화와 금융업을 접목해 경제 번영에 나서고 싶어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직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북한은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사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때문에 수차례 “금융의 정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할 만큼 인프라 개선에 목말랐던 상태다. ICT와 접목해 이를 이끌어내려 한다는 얘기다. 조 부소장은 “북한은 ICT 시스템 구축이 덜 돼 있지만 기본적인 ICT 기술은 뛰어나다”면서 “따라서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며, 무엇보다 금융은 북한 전체의 개혁과 개방을 이끄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모바일 금융 기술 강화에 사활을 걸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북한의 계간학술지 ‘경제연구’는 올해 두 번째 책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보다 먼저 손전화기로 주민들이 금융 거래를 원만히 실현할 수 있게 하는 하부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논문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오늘날 ‘지능형 손전화기(스마트폰)’가 급속히 보급돼 손전화기는 주민들 생활에서 없어선 안 될 정보통신 기재가 됐다. 지능형 손전화기를 이용한 금융 봉사(서비스)로 은행구좌(계좌) 정보 조회, 현금 출금, 자금 환치가 포함되고 상점 및 봉사 기관(백화점·주유소·주차장 등)에서 대금 지급과 결제 봉사가 진행된다.’
이어 ‘이동통신 기관들은 손전화기를 이용한 상품 구입, 금융 거래에 대한 통보문 확인, 자금 결제의 확인과 대금의 지불에 대한 정보를 결제자와 피결제자 사이 제공할 수 있는 통신 하부구조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곧 북한 지도부의 생각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수준 높은 모바일 금융은 북한 입장에서도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카드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했을 때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현지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모바일 금융 시스템의 토대를 만들면, 시중은행들이 북한에 진출해 지점을 열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식으로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계속된 저금리 기조와 내수 불황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지점을 축소하면서 성장동력을 잃은 상태”라며 “남북 경협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독일이 통일 과정에서 금융업에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던 전례도 금융권으로선 주목할 만하다. 꼭 모바일 금융에만 한정짓지 않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새 활로를 뚫을 수 있다. 금융 투자만 해도 그렇다. 한 예로 서독의 국책은행이었던 독일재건은행(KFW)은 통일 전 동독 지역에서 금융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특히 동독 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금융 투자에 적극 나섰다. 현지 중기 지원에만 자산의 70%가량을 투입할 정도였다. 리스크에 대한 사회적 우려감이 커졌지만 KFW는 이후 8년 만에 자산이 기존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점 수와 이익 규모도 급증했다. 투자한 기업들과 함께 동독이 발전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 결과였다.
북한 금융권은 사금융 의존도 심화로 애로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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