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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한국도 금리 올리면 증시에 악영향

[증시 맥짚기] 한국도 금리 올리면 증시에 악영향

한·미 금리차 최대 0.75%포인트…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쳐
© gettyimagesbank
국무총리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이와 달리 한국은행 총재는 구조적인 문제 중 통화정책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논리를 들어 인상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전통적으로 행정부는 높은 성장을 원하기 때문에 금리를 낮추려 하고 중앙은행은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려 하는데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지 말지는 부동산 가격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9월 13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도 가격이 잡히지 않을 경우 더 강한 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금리 인상이 들어갈 것이다. 낮은 금리가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 역시 금리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최대 0.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두 나라의 금리가 역전됐다고 걱정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차이가 과거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도 금리가 역전된 적이 있지만 그 폭이 0.4%포인트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한미 간 금리차가 크게 벌어진 건 국내 경기 둔화로 올해 중 금리 인상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 때문이다. 국내외 모두 시중금리의 고점이 정해졌다. 한국은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3%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미국은 3.1% 부근이 고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경기에 대한 판단과 반응 때문이다. 국내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 과거 패턴에 비춰보면 내년 하반기에나 회복이 가능할 걸로 전망되는데, 부진한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중에 우리 금리가 3%에 다시 접근하기는 힘들 걸로 보인다. 미국은 지금이 경기가 가장 좋은 때여서 앞으로 금리가 오르기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경기가 둔화될 경우 금리 상승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 금리 부담 커져
금리의 고점이 확인되면서 시장에서는 두 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금리 수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금리 고점이 낮아지면서 저금리라는 얘기가 줄었는데 똑같은 3%라도 5%가 금리의 고점이라고 생각할 때와 3%가 고점이라고 생각할 때 느낌이 다른 데에서 온 차이인 것 같다. 그만큼 금리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이 짊어져야 할 부담도 커졌다. 연준이 9월에 이어 연말에 또 한 번 금리를 인상할 경우 올해 말 기준금리는 2.5%가 된다. 시중금리와 기준금리의 차이가 0.5%포인트로 줄어드는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상승 속도를 유지하면 상반기에 기준금리가 3.0%로 시중금리와 같아진다. 1980년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비슷하거나 역전됐던 경우가 세 번 있었다. 1990년, 2000년, 2006년이 그 때였다. 2000년에는 6%대 금리에서, 2006년은 5%대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세 경우 모두 주가가 상승에서 하락으로 바뀌었고, 2000년 이후에는 IT 버블 붕괴나 금융위기 같은 급박한 상황으로 발전하기까지 했다. 기준금리가 시중금리보다 높아진 걸 계기로 투자자들이 금리를 다시 보게 되면서 나온 반응이었다. 2015년에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주가가 몇 번 흔들리긴 했지만 심각한 하락은 없었다. 투자자들이 미국 금리가 여전히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시중금리와 기준금리의 격차가 사라질 경우 이런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 주식시장은 약세가 불가피하다. 금리를 올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실제적 영향은 크지 않다. 이번처럼 위험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금리 인상은 특히 더하다. 금리 인상이 경제 전망을 낮춰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6~7월의 주가와 금리는 이런 전망과 반대로 움직였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9%에서 2.3%까지 내려오는 동안 주가도 하락했다. 경기 회복기에 금리와 주가가 같이 오르는 것과 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금리 하락보다 주식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주식시장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기존에 금리로 인한 부담에 경기 둔화가 겹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변화된 금리 구조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당분간 금리의 방향이 어느 쪽이 되든 상관없이 주가에 부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저금리가 끝났다고 해서, 금리가 내려가면 경기가 나빠서라는 이유로 시장이 하락할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바이오·조선주 상대적 강세
주식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방향을 바꿀 정도는 못되고 근근이 저점을 지켜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3분기 실적이라는 새로운 재료가 나와도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다. 시장에서는 3분기에 영업이익이 54조1000억원, 순이익이 40조6000억원을 기록할 걸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은 12.0%, 순이익은 11.4%가 늘어난 수치다. 숫자만 보면 흠잡을 데가 없지만 그래서 주가가 올라갈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2분기에도 상황이 비슷했다. 이익이 늘었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 시장은 이번 이익 증가를 경기 둔화가 이익 감소로 연결되기 직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이익은 작동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미래에 대한 우려로 ‘언제 이익이 나빠질까?’를 고민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돌아서는 초기와 반대되는 모습이다. 그 때에는 이익이 적은데도 주가가 오르는데, 조만간 이익이 늘어날 거라 믿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투자자들로부터 이익에 대한 호의적 시각을 얻어내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

바이오 주식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2300선을 약간 넘는 상황인데도 종목별 주가가 20% 넘게 상승했다. 시장이 박스권에 갇혀 방향을 잡지 못하자 시장 에너지가 주가가 오르고 있거나 최근에 올랐던 경험이 있는 종목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자 바이오 주가가 고점 대비 30%~50% 넘게 하락했다는 사실이 다시 관심을 모았다. 그만큼 주가가 싸졌다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시장 상황 변하면서 다시 재료가 되고 있다. 시장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시장의 장기 흐름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면서 지금 오르고 있는 주식에 편승하는 형태로 매매 패턴이 바뀐 결과다. 지금 시장의 기대와 유동성 수준이 많은 종목을 움직일 정도가 되지 않아 중소형주도 순환매를 벗어나지는 못할 걸로 전망된다. 종목에 따라서는 코스피 직전 고점 때보다 지금 주가가 더 높은 종목들이 있다. 조선주도 그중 하나인데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해 오고 있다.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걸로 전망되는 등 현재 이익이 좋지 않지만 조만간 업황이 상승 추세로 바뀌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작용한 때문이다. 바이오에서 보듯 오르는 종목이 매수를 더 끌어당기고 있는 상황인데 대형주에서는 조선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직전 코스피 고점보다 높은 주가를 기록하고 있는 종목들을 대상으로 지속성 여부를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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