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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온 몬스터

바다에서 온 몬스터

허리케인 플로렌스 같은 폭풍우에 지구온난화가 어떻게 터보엔진을 달아주었는지 과학자들이 조사에 나섰다
허리케인 플로렌스는 대서양의 따뜻한 표층수를 원동력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 상공에 며칠 동안 머물면서 엄청난 양의 비를 퍼부었다./ 사진:STEVE HELBER-AP-NEWSIS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작은 항구 도시 윌밍턴에 접근할 때 스티븐 패프는 지난 8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기대를 가졌다. 그는 플로렌스가 얼마나 큰 충격을 안겨주든 땅이 흡수해주기를 기대했다. 2016년 허리케인 매튜가 상륙했을 때 땅이 축축히 젖어 물렁해지면서 강풍에 나무가 쉽게 쓰러졌다.

미국 국립기상국(NWS)에서 경보조정을 담당하는 기상학자인 패프는 사무실로 대피했다. 창문에 셔터가 설치됐고 회오리바람 대피소도 있었다. 그러나 시속 160㎞의 강풍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플로렌스가 뭍에 상륙하면서 속도를 크게 늦추더니 폭우를 쏟아부었다. 그는 책상에서 나무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쪼개지는 소리를 들었다. 사무실에 목공소 같은 냄새가 퍼져나갔다. 그는 “땅에 금방 물기가 차올랐다”고 말했다. “완충지대가 곧바로 쓸려나갔다. 홍수와는 거리가 멀었던 수위가 지금은 일부 지역에서 기록적인 수준까지 높아졌다. 그 정도로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앤서니 노리스는 인근 엘리자베스타운에서 폭우를 지켜봤다. 부소방대장으로서 웬만한 악천후는 거의 겪어봤던 그는 처음에는 플로렌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여느 폭풍우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도로가 하나 둘씩 잠기더니 마을이 고립되고 말았다. 아무도 드나들 수 없었다.

구조대원들이 홍수 피해자와 애완동물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범람지역에서 수면 위의 전광판이 야구장이었던 곳을 말해준다(아래 사진). / 사진:TOM COPELAND-AP-NEWSIS
훗날 NWS에서 발표한 통계가 당시 상황을 말해준다. 윌밍턴의 강우량은 66㎝, 엘리자베스타운은 91㎝에 가까웠다. 약 반년치의 비가 쏟아진 셈이다. 한 주 사이 노스캐롤라이나주에 8조 갤런이 넘는 비가 퍼부었다. 이번 폭풍우로 약 1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고 많은 지역에서 전력공급이 끊겼다. 최소 37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렇게 많은 비를 퍼붓는 폭풍우는 드물지만 예전보다 더 빈도가 높아졌다. 지난 몇 주 사이만 해도 일반적인 통념을 거부한 대형 폭풍우가 여러 건 발생했다. 플로렌스가 노스캐롤라이나를 강타할 동안 열대요란(tropical disturbance)이 텍사스주에 비를 쏟아부었다. 피해지역은 훨씬 더 넓었지만 양은 플로렌스와 같았다. 그리고 태풍 망쿳이 동남아를 강타해 필리핀에서 최소 8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들 중 다수는 산사태가 주택과 대피소를 덮치면서 목숨을 잃었다.최근 이처럼 폭풍우가 잇따르면서 기후변화를 둘러싼 당파적 분열에 다시 불이 붙었다. 폭우를 동반한 대형 폭풍우가 증가세를 보인다. 미국기후평가의 데이터를 보면 1958~2012년 ‘호우현상(heavy precipitation events)’으로 인한 강우가 미국 각지에서 증가했지만 특히 동부에 피해가 집중됐다. 북동부의 강우량 증가율이 71%로 가장 높았고 중서부(37%)와 남동부(27%)가 그 뒤를 이었다.

다용도 구조차량들이 범람한 미국의 고속도로를 따라 물살을 가르며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CHRIS SEWARD-AP-NEWSIS
더 강력한 폭풍우의 빈도가 증가하는 한편 속도도 느려지면서 홍수를 일으킨다. 지난해 허리케인 하비는 휴스턴 일부 지역에 127㎝ 가까운 비를 퍼부어 1250억 달러의 피해를 초래했다(그 직후 허리케인 어마와 마리아가 상륙해 플로리다주, 푸에르토리코, 카리브해 연안지역에 1000억 달러가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폭풍우가 텍사스 상공에 며칠 동안 머물면서 바람이 아니라 비가 가장 큰 피해를 초래했다. 플로렌스도 같은 수순을 따랐다. 대서양을 횡단할 때는 최고 단계인 5등급이었지만 육지에 상륙하면서 속도가 뚝 떨어졌다.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에 있는 ‘전국폭풍우영향감소 프로그램’의 스콧 위버 소장은 “상륙 직후 속도가 시속 3.2㎞로 줄었다”며 “사람의 뜀박질보다 느린 속도”라고 말했다. NWS는 바람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점을 고려해 열대성 사이클론으로 격하했지만 속도가 느린 탓에 더 오랜 시간 폭우가 쏟아져 큰 피해를 초래했다.대자연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필시 기후학자들이 몇 년 전부터 해오던 말과 같을 듯하다. 화석연료의 연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주를 이루는 온실가스 배출로 폭우를 동반한 대형 폭풍우가 갈수록 강해지리라는 내용이다. 방대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50년 또는 100년 뒤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그들의 ‘기후모델’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후모델은 폭풍우의 움직임과 주위 환경에 관한 우리의 지식을 통합한다. 예컨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극지의 대륙빙하가 얼마나 녹았는지, 대양이 얼마나 많은 열을 품고 있는지 등이다. 이들 모델은 엄청나게 복잡하지만 기본적인 물리학 이론은 비교적 간단 명료하다. 공기가 따뜻할수록 습기가 많아 비를 더 많이 뿌린다는 것이다.

나흘 뒤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뉴번을 방문해 이재민들에게 포장식품을 배급했다 / 사진:AP-NEWSIS
이 모델들은 이들 데이터를 토대로 미래의 기후 예측을 내놓는다. 주말에 비가 내릴지 예측하는 기상예보와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통계를 기반으로 답을 내놓는다. 같은 식으로 플로렌스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확률로 표현된 먼 미래에 관한 추정으로 대중이나 정치인을 설득하기는 힘들다. 예컨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100년에는 미국의 평균 기온이 1.7~6.7℃ 상승하리라고 내다본다. 이런 예측은 전에도 여러 차례 나왔다.

케빈 리드는 플로렌스가 미국 동해안에 상륙할 때 이런 수수께끼를 풀려 애쓰고 있었다. 스토니브룩대학의 기후학자인 리드는 로렌스버클리연구소의 마이클 웨너 등의 학자들과 공동으로 다가오는 그 폭풍우의 강도에 기후변화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기로 했다.

리드 교수가 그런 연구를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기후모델의 토대를 이루는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진 덕분이다. 최근까지 기후모델과 기상모델은 전문 분야가 완전히 달랐다. 기상 모델은 한 주 정도 앞을 내다볼 수 있었지만 1년 또는 50년 뒤를 예측하는 능력은 떨어졌다. 기후모델의 문제는 정반대였다. 멀리 내다볼 순 있었지만 허리케인 같은 특정 기상이변에 초점을 맞출 만큼 정밀하지 못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근년 들어 이 같은 갭을 메울 수 있었다. 리드 교수는 한 기후 모델을 수정해 플로렌스의 예측에 이용했다.

플로렌스가 아직 대서양 상공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를 향해 동진하던 지난 9월 10일 리드 연구 팀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을 찾아가 미국동부표준시(EDT)로 정확히 오후 8시에 플로렌스가 정확히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묘사하는 데이터를 다수 입수했다. 위성·기상관측기구·등대·선박에서 수집한 기온·습도·기압·풍속 등에 관한 수천 건의 측정치다.리드 교수는 컴퓨터 전문용어로 ‘초기조건(initial conditions)’으로 불리는 이들 데이터를 자신의 기후 모델에 입력한 뒤 프로그램을 돌려 향후 7일 사이 플로렌스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해냈다. 그 결과는 기상예보와 상당히 많은 부분이 일치했다. 플로렌스가 노스캐롤라이나주 엘리자베스 타운과 윌밍턴 인근의 해안에 상륙한 뒤 속도가 떨어지면서 50㎝ 이상의 비를 퍼부으리라는 내용이었다.

9월 15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뉴번에서 구조대원들이 소형 보트를 타고 조난자를 수색 중이다. / 사진:STEVE HELBER-AP-NEWSIS
그 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모델을 다시 돌렸다. 이번에는 다른 초기조건을 이용했다. 산업화 이전 시대 기후가 어땠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데이터였다.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말하는 ‘검은 악마 같은 가공공장들’이 잉글랜드를 숯검댕으로 가득 채우며 산업혁명에 시동을 걸어 그 뒤로 아주 많은 기후 문제를 유발하기 전인 1850년경이었다. 그해 밀라드 필모어가 미국 대통령이었고 미국 인구는 2300만 명이었으며 대기 중 온실가스는 약 284ppm에 달했다(현재는 407ppm).

이번에는 기후모델이 아주 다른 예측을 내놓았다. 폭풍우가 상당히 비슷한 경로로 진행했지만 강우량은 훨씬 적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최대 피해 지역에서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타운의 강우량이 89㎝가 아니라 44.5㎝에 그친다는 의미였다. 그래도 많은 양이지만 피해는 훨씬 적었을 것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가 산업활동으로 배출한 온실가스와 현대의 허리케인의 관계를 계산한 과학자는 리드 교수가 처음은 아니다. 다른 열대성 폭풍우를 대상으로 실시된 같은 유형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는 기후변화의 특정한 변화를 규명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기후학에서 ‘귀속(attribution, 현재 나타나는 현상을 그 동기로 설명하는 과정)’으로 불리는 신흥 분야다. 질병과 관련된 위험 요인을 연구하는 역학에서 차용한 개념이다. 가령 납중독이 인지능력 또는 대기오염이 폐암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그러나 기후 귀속 연구에선 특정 기상 현상의 위험을 평가한다.

일부 추산으로 유럽에서 3만5000명이 사망한 2003년의 폭염 이후 기후학자들이 기후귀속 연구에 착수했다. 당시 사망자 중에는 냉방장치 없이 아파트에서 지내던 고령자가 많았다. 과학자들은 그해 폭염 발생 확률이 산업화 이전 시대의 2배에 달한 원인이 기후변화임을 알아냈다. 허리케인 하비 연구에서도 휴스턴 대도시권의 강수량이 기후변화 때문에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그 과학자들이 실시한 실험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이 연구는 어떤 연구결과든 과학계에서 인정받으려면 거쳐야 하는 ‘전문가 평가’를 아직 통과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연구 결과에 확신을 갖지만 아직 이런 확신을 엄밀하게 정량화할 수 없었다. 관측이 아니라 모델에 의존한 연구는 또한 본질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진다. 예컨대 리드 교수가 기후모델을 위한 초기조건을 설정할 때 일정 정도의 ‘조정’을 거쳐 모델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도록 했다. 기후학자들은 이런 일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를 꺼린다. 기후 회의론자들이 ‘데이터 조정’ 같은 표현을 물고 늘어지며 정당한 기후 리서치에 의혹을 제기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델은 플로렌스가 허리케인으로 발달한 시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없는 세상에서 그 폭풍우가 발생했을지에 관한 더 근본적인 의문을 다루지 않는다.

해안 주택 앞에 쌓아 올린 모래주머니
그러나 플로렌스 연구에서 배울 점은 있다. 기후 변화는 세상을 호우로 인한 홍수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리드 교수 연구팀의 다음 과제는 그들의 모델이 플로렌스의 실제 진로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검토해 같은 종류의 미래 연구를 위해 그것을 어떻게 개선할지 강구하는 것이다.

리드 교수와 기타 ‘귀속’ 기후모델은 기후변화가 기상이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도 있다. 어쩌면 바람과 강우 같은 요소는 어느 정도 정확하게 파악할지 모르지만 이 모델들은 폭풍 해일과 해수면 상승 같은 중요한 기후 변수들을 반영하지 못한다. 지난 100년 사이 극지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10~20㎝ 상승했으며 21세기 말까지 30~12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수십 년 사이 미국 동부가 특히 취약하다. 지반 침하(맞다, 말그대로 땅이 가라앉는다)로 인해 같은 기간 동안 미국 동해안 쪽 해수면은 10~23㎝ 더 상승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분명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듯하다. 대서양에서 허리케인이 접근하면서 동해안과 하구로 바닷물을 몰아와 일시적으로 해수면을 극단적으로 상승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플로렌스가 상륙할 때 폭풍 해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해수면이 무려 610㎝나 상승했다. 2012년 슈퍼 폭풍우 샌디가 강타했을 때 뉴욕시에 지역 최고 기록인 335㎝의 폭풍 해일이 밀어닥쳐 수백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해 아직도 복구를 끝내지 못했다. 21세기 말까지 내다볼 때 폭풍 해일로부터 미국 동부해안을 보호하려면 메인주에서 마이애미까지 488㎝ 높이의 방파제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말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의 건설은 그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부동산 개발업자들이 해안을 따라 콘도를 세우고 마이애미와 뉴욕 그리고 하구에 연한 주거 지역에 고층건물을 계속 올리는 것도 문제다. 허리케인이 그렇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한 가지 큰 이유가 바로 부동산 개발이다. 매사추세츠공대의 기후학자 케리 이매뉴얼은 미국의 정책이 “분명히 허리케인 피해를 크게 키워놓았다”고 말했다. “해안 개발과 이주를 적극 지원해 위험한 지역으로 이사 가는 사람과 피해에 노출되는 인프라가 더 많아졌다.”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허리케인 피해는 “앞으로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위 왼쪽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물 속에서 구조한 고양이를 옮기는 주민들, 폭풍우로 쓰러진 주유소 시설물, 폭풍우에 떠밀려 주택을 덮친 요트, 홍수로 물에 잠긴 95번 주간 고속도로, 홍수로 물에 잠긴 공동묘지, 홍수로 반파된 모텔, 폭우 속에 식료품 점 앞에 줄 선 주민들, 강풍에 부러져 쓰러진 나무.
한편 과학자들은 기상이변에 관한 이론(기후모델)의 예측과 자신들의 현실세계에 대한 관측 간에 더 확실한 연관성을 밝혀내려 힘쓴다.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열의 대부분을 바다가 흡수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측정 결과 1971~2010년 사이 축적된 열의 90%를 바다가 품고 있다. IPCC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그 열의 대부분이 바다의 표수층에 머물러 10년에 0.1℃씩 온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바다 표수층의 에너지가 폭풍우를 일으키는 최대 원동력이다.

대양이 열을 더 많이 흡수할수록 폭풍우는 더 강력해진다. 이매뉴얼 교수는 “모델 분석 결과를 보면 약한 허리케인의 발생 빈도는 줄어드는 반면 강한 허리케인은 더 빈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의 기후학자 애덤 소벨 교수도 마찬가지로 기후변화가 이런 폭풍우를 불러온다고 본다. “기후가 변하는 건 분명하니 허리케인에 특정한 변화가 생기리라 예상한다. 그런 변화의 징후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수십 년 사이 그것이 현실세계에서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는 확실치 않다. 날씨는 과학자들이 고안할 수 있는 어떤 모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그리고 자연의 변화가 잡다한 변수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일일이 걸러내야 한다. 예컨대 난류가 태평양을 순환하는 엘니뇨는 강우량과 기상패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마존 우림의 운명, 캐나다와 시베리아 북방림, 서아프리카와 인도의 계절풍, 대서양을 북상해 유럽으로 난류를 실어 나르는 멕시코 만류 등 기후 시스템의 이 모든 자연 현상들은 상호 연관됐으며 이 중 어느 한쪽에 변화가 생겨도 다른 변수들과 미래 폭풍우의 발생 패턴이 영향을 받는다.또 다른 문제는 1950년대 이전 기상기록의 신뢰도가 낮고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이매뉴엘 교수는 “너무 적고 결함이 많으며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당시에 관해 알려진 기상 정보는 오류와 누락 투성이인 선박 기록이 대부분이다. 유용한 역사적 데이터가 부족해 과학자들이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예컨대 NOAA의 기상학자인 개브리얼 베키와 토마스 넛슨은 최근 수십 년 사이 대다수 과학자들의 믿음과 달리 허리케인 횟수가 감소하기보다 증가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폭풍우로 파손된 주택의 벽에 ‘플로렌스는 떠나가라’고 쓰여 있다(왼쪽 사진). 해안경비대 헬리콥터가 노스캐롤라이나주 버고의 물에 잠긴 주택지구에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려 접근하고 있다. / 사진:GRAY WHITLEY-SUN JOURNAL-AP-NEWSIS
특정한 기상현상의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는 연구에 거북함을 드러내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매뉴얼 교수는 “위험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학의 확률 언어로 계속 논의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다. 그는 “50년 전에도 허리케인 하비와 같은 폭우가 가능했겠지만 확률은 훨씬 떨어진다”고 말했다.

귀속 연구의 최대 장점은 대중적 홍보 가치일지 모른다. 리드 교수와 웨너 연구원은 분명 과학자들의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 대다수 과학자는 권위 있는 전문가 평가 학술지에 실리기 전에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관해 논하기를 꺼린다. 대외 홍보는 연구 논문이 학술지에 발표될 확률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 리드 교수는 그와 반대로 폭풍우가 상륙한 한 주 내내 언론 매체와 많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우리는 이것이 대중의 관심을 고취시키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를 현실과 동떨어진 위협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귀속 연구는 기후변화가 우리 눈 앞에 다가와 있으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플로렌스 연구의 목표는 과학적 분석뿐이 아니었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다. 그런 기준에 비춰볼 때 그 연구는 성공한 셈이다.

사진:STEVE HELBER-AP-NEWSIS
- 프레드 구털, 니나 고들루스키, M.L. 네스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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