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효과 전문업체 ADI는 실사 작업으로 CGI 등 디지털 도구의 막강한 영향력에 맞서 영화 ‘불가사리’에 나오는 거대한 사막의 포식자 ‘그래보이드’. / 사진:AMALGAMATED DYNAMICS, INC., COOPER GORDON2010년 존 카펜터 감독의 고전 SF 호러 영화 ‘괴물’(1982)의 프리퀄 촬영이 시작됐다. 특수효과 회사 ADI의 알렉 길리스와 톰 우드러프 2세가 실사 특수효과를 맡았다. 이들은 애니마트로닉스(영화 촬영을 위해 사람이나 동물을 닮은 로봇을 만들고 조작하는 과정)를 이용했는데 우드러프가 직접 괴물 수트를 입고 연기했다.
특수효과로 탄생한 괴물이 영화에 실제로 등장하지 않아 빛을 못 보고 잊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전설이다’(2007)나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 같은 블록버스터 등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2011년 길리스와 우드러프는 유튜브 채널 StudioADI를 열어 그들이 만들어낸 모든 아이템을 (비록 영화에 나오지는 않았더라도)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 채널은 영화 ‘엑스 파일: 나는 믿고 싶다’(2008)와 ‘스타쉽 트루퍼스’(1997), ‘죽어야 사는 여자’(1992),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2015),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004),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모탈 컴뱃’(1995) 등을 위해 제작한 특수효과 아이템들을 소개한다. 또 ‘나이트메어’(2010)의 케빈 예거 등 특수 분장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도 보여준다.
“예전엔 특수효과로 제작한 동물이 실제로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길리스는 말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이런 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생각에 상심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가슴 아픈 시절은 끝났다. 지금은 팬들과 직접 접촉하기 때문이다.”
길리스와 우드러프가 ADI를 설립했을 당시는 디지털 특수효과 시대가 막 시작됐을 때였다. 이들은 첫 영화 ‘불가사리’(1990)에서 애니마트로닉스와 미니어처, 폼 라텍스 보디수트, 손가락 인형 등을 사용해 거대한 사막의 포식자 ‘그래보이드’를 창조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나오고 나서 몇 년 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설립한 특수효과 전문회사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 매직(ILM)이 CGI로 만들어낸 공룡이 특수효과의 세계를 뒤집어놓았다.“영화 ‘쥬라기 공원’이 나왔을 때 실사 FX 영화를 만드는 많은 사람이 걱정했다”고 길리스는 돌이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필 티펫(‘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과 ‘로보캅’)의 실사 ‘고 모션’ 테크닉을 마다하고 ILM의 디지털 공룡을 선택하자 그와 같은 실사 특수효과의 거장들까지도 CGI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디지털 도구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광범위하다는 걸 깨달았지만 우리 방식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길리스는 돌이켰다. 그것은 성공적인 도박이었다. “우리는 단지 살아남을 뿐 아니라 번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길리스는 덧붙였다. “많은 감독이 다시 실사 특수효과를 찾기 시작했다.”
신작 인디 영화 ‘웰우드’에 등장하는 추락한 우주선(왼쪽 사진). 알렉 길리스(왼쪽)와 ADI의 아티스트 애덤 도허티가 실사 특수효과로 창조한 ‘웰우드’의 괴물을 점검 중이다. / 사진:STUDIOADI‘그것’(2017)과 ‘더 프레데터’(2018) 같은 영화에서 실사 특수효과가 다시 등장하면서 ADI는 팬층이 갈수록 확대되지만 아직은 자체 프로젝트 제작에 만족하는 수준이다. “예전처럼 대규모 영화들이 선뜻 일을 맡기진 않지만 훌륭한 사람들과 협업한다”고 길리스는 말했다. “우리는 창조성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괴물: 더 오리지널’(2011) 제작 당시 개발한 방식을 적용한 ‘하빈저 다운’(2015, 랜스 헨릭슨이 추락한 소련의 달 착륙선에서 튀어나온 돌연변이 괴물에 맞서 싸우는 호러 영화다) 이후 ADI는 저예산 독립영화도 놀라운 실사 특수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이 회사의 다음 프로젝트는 케이샤 캐슬 휴즈(‘왕좌의 게임’)가 주연하고 엘리자 후퍼가 감독한 인디 영화 ‘웰우드(Wellwood)’다. 신혼부부 닉과 로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SF 호러 영화로 암에 걸린 로라는 치료를 중단하고 추락한 우주선에서 새로운 치유의 기회를 기대한다. 우주선 안의 괴물은 죽었지만 그의 상처는 치유된다. 이 에일리언이 로라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또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웰우드’의 대본을 쓴 레이드 컬럼스는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난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결정이 우리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컬럼스는 자신의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은 뒤 치료 방식을 선택할 때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설명하며 “‘웰우드’는 거기서 탄생했다”고 말했다. 길리스는 “우리는 실사 특수효과로 이 영화의 에일리언을 만들었다”면서 “매우 공감 가는 스토리”라고 말했다.
‘하빈저 다운’과 마찬가지로 ‘웰우드’도 실사 특수효과를 도입한 저예산 장편 영화가 저급한 CGI 영화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것이다. 저예산 영화는 길리스와 우드러프에게 친숙한 분야다. 두 사람 다 초저예산 영화로 영화계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규모 저예산 영화를 더 하고 싶다”고 길리스는 말했다. 그는 StudioADI가 최근 고예산 영화의 특수효과를 진행하는 한편 소규모의 자체 프로젝트에도 열정을 쏟는다고 설명했다.
- 앤드류 웨일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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