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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에서 빅데이터 가르친다고?

로스쿨에서 빅데이터 가르친다고?

인공지능이 법률업무의 효율성 높이고 다량의 데이터 분석해 과거에는 접근 불가능했던 새로운 통찰 제공해
법률업무에서의 변화는 로봇을 이용해 다른 시스템에서 수집하는 정보를 늘리는 데서 생길 것이다. / 사진:BOB SELF-THE FLORIDA TIMES-UNION-AP-NEWSIS
인공지능이 법률 서비스의 전통적인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일반용어로 폭넓게 ‘법률 분석(legal analytics)’으로 불리는 이들 도구 세트는 두 가지를 약속한다. 과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했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과거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새로운 통찰을 손에 넣는 것이다. 우리는 법률학자로서 법률 리서치 문제에 이런 도구를 응용할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지아주립대학에선 변호사와 데이터 학자들이 함께 일하면서 학제적 리서치팀을 구성하고 있다. 학생들도 참여하므로 차세대 변호사들이 자신의 실무에 이런 도구들을 활용하도록 교육할 수 있다.

기업에서 직원의 어떤 불평이 소송으로 이어지는지 예측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전통적으로 기업은 분석가와 변호사 팀을 꾸려 불편신고 기록, 인사 파일, 재판문건을 샅샅이 훑으면서 소송의 위험신호가 될 만한 특정한 패턴을 탐색한다. 이런 고된 작업에 몇 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수천 페이지의 문서를 처리하는 데 수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대신 이런 작업을 데이터 공학 문제로 다루면 속도와 효율성이 대폭 향상된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주요 텍스트를 대량으로 추출·조립해 분석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사람은 관련 정보에만 시간과 노력을 집중할 수 있어 노동집약적인 검색과정을 건너뛰게 된다.

차세대 분석도구의 역할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머신러닝(기계의 자율적인 학습과 성능향상 과정) 같은 기법으로 수동 분석의 영역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앞선 시나리오에서 알고리즘을 이용해 직원의 어떤 불편신고가 소송을 초래할지 예측할 수 있다.

우리 연구소에선 광범위한 법률 문제에 분석도구의 응용방법을 테스트한다. 조지아주 북부 지방법원의 노사 관련 소송을 모두 분석해 승소와 패소 원인을 파악하고 소송의 최종적인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판사·변호사·명령신청(motions) 같은 소송 변수들을 알아냈다.

예컨대 우리의 조사 결과 지방법원 재판장이 하급판사(magistrate judge)에게 예비 보고서와 제안을 신청할 때 하급판사의 추천이 판사의 최종결정을 예고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였다. 이는 법적 분쟁의 해결에서 의사결정자의 역할에 관해 흥미로운 의문을 제기해 추가적인 리서치를 진행 중이다.

법률분석은 변호사와 연구원 모두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영국에서 열린 최근의 한 콘테스트에서 런던의 일류 법률회사 변호사 100명이 인공지능 도구들과 함께 간단한 금융분쟁 수백 건의 결과를 예측했다. 로봇의 예측 적중률은 86.6%인 반면 인간은 66.3%에 그쳐 로봇의 압승으로 끝났다. 로봇은 분쟁에 관해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뭔가를 ‘학습’해 변호사의 홈그라운드에서 벌어진 예측 게임에서 그들을 물리쳤다.

물론 모든 법률문제가 한 세트의 변수로 딱 떨어지게 압축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인간의 행동이 항상 감지할 수 있는 패턴을 따르지도 않는다. 관련 데이터 세트가 작거나 분석 대상이 되는 문장이 아주 다양하고 특이해 패턴을 감지하기 어려울 때는 예측 도구의 효력이 떨어진다.

발전에 위험이 수반될 수도 있다. 과거에 있었던 일에 관한 데이터에는 종종 편견과 부정확한 정보가 담겨 있다. 아무리 정교한 컴퓨터 코드라도 쓰레기를 입력하면 쓰레기만 출력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보석금 책정 알고리즘은 형사재판에서 인종적 편견을 고착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변호사들이 결정의 너무 많은 부분을 알고리즘으로 떠넘길 경우 피치 못하게 인간의 역사적인 패턴과 과오를 반복할 수 있다. 예컨대 은퇴한 판사나 구시대적인 판례법의 사례를 바탕으로 훈련 받은 소송 예측 알고리즘은 새로운 변화를 간과해 불필요하게 보수적인 지침을 권고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로봇으로 인간 변호사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 법률업무에선 인간의 판단이 변함없이 중요한 요소로 남을 것이다. 변화는 로봇을 이용해 다른 시스템에서 수집하는 정보를 늘리는 데서 생길 것이다.

법률업무에 변화가 생긴다면 법률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에는 법률 분석 도구의 바탕을 이루는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졸업하는 변호사도 배출될 것이다. 나머지는 이런 도구에서 생성되는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우리 대학에서도 분석학과 법학의 2중 학위를 마련 중이다.

모든 로스쿨이 오늘날의 학생들을 미래의 법률업무에 대비해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혁신적이라 해도 법률 분석도구는 결국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의 변호사는 그 장점을 활용할 준비를 하는 한편 그런 장점이 어디서 끝나고 인간의 판단이 시작되는지도 이해해야 한다.

- 앤 터커, 샬럿 알렉산더



※ [앤 터커와 샬럿 알렉산더는 조지아주립대학 법학과 부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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