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에선 보폭 좁아야 식량 구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어 생존에 유리해 열대우림은 덥고 습하며 장애물이 많아 보폭이 짧아야 채취 활동을 하는 데 더 유리하다. / 사진:WIKIMEDIA COMMONS볼리비아와 말레이시아의 열대우림에 사는 원주민은 빽빽한 수풀 사이를 헤치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키가 작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고 과학자들이 밝혔다.
‘인간 피그미 표현형’을 가진 사람은 주로 열대 지방에서 발견된다(표현형이란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으로 형성된 형질을 말한다). 그들의 일반적인 성인 남성 키는 157㎝ 이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들의 작은 키는 수렴진화(서로 다른 곳에 사는 생물이 오랜 세월 비슷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 외견상 서로 닮아가는 현상)의 결과다. 그러나 키가 작은 것이 환경 적응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과학자들은 열대우림에서 수렵채취 생활을 하는 키 작은 원주민 두 부족을 조사했다. 말레이 반도의 바텍족과 볼리비아 아마존 정글의 치마네족이었다. 인간 피그미 표현형의 이점을 조사한 최초의 연구 중 하나다. 관련 논문은 최근 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B: 생물과학’에 실렸다.
이 연구에서 하버드대학 인간진화생물학과의 비벡 벤카타라만 교수와 동료들은 보폭에 의존하는 걷기 능력이 열대우림 지형에서 진화적인 성공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가설을 테스트했다. 그들은 이론적 모델과 현장 실험을 통해 열대우림에서 수렵채취 생활을 할 때 어떤 쪽이 더 유리한지 조사했다.
벤카타라만 교수는 뉴스위크에 “열대우림은 지구상에서 인간에게 가장 힘든 환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열대우림은 덥고 습하며 구조적으로 밀도가 높은 환경으로 적어도 인간에게는 식량이 될 것이 별로 없다. 또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도 많다. 이런 많은 요인 중 하나 또는 여럿 때문에 키가 작게 진화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게 분명하다.”
그는 그 같은 적응 이점을 연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우선 열대우림은 내부에서 조사와 실험을 진행하기에 최악의 조건이다. 또 인간은 수명이 길어 진화적 변화를 보여주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며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연구팀은 작은 키가 열대우림 지형을 돌아다니는 데 도움이 된다는 직관적인 가정에 초점을 맞췄다. 벤카타라만 교수는 “매우 직관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열대우림에서 길이 없는 곳을 트레킹해본 사람이라면 그 안에서 방향을 제대로 찾아 돌아다니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특히 키가 크면 나뭇가지 등이 걸려 민첩하게 이동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에겐 그 안을 돌아다니는 게 쉬운 듯하다. 이런 이점은 그들의 키가 작다는 사실과 관련이 큰 것 같다.”연구 결과는 키가 작을수록(다시 말해 보폭이 좁을수록) 말레이시아와 볼리비아의 열대우림 안에서 돌아다니기가 더 쉽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간 피그미 표현형이 적응 목적을 가졌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다.
남미 볼리비아 아마존 밀림에 거주하는 치마네족. / 사진:AP-NEWSIS벤카타라만 교수는 이번 연구가 열대우림 환경에서 작은 키의 이점을 이해하는 탐구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우리가 열대우림에서 오랜 시간 원주민과 함께 걸으며 상당히 불편하다고 느낀 사실에 착안했다. 열대우림에서 인간의 생리를 조사하는 방법은 이외에도 많다. 예를 들어 덥고 습하며 바람이 없는 열대우림 안에서 열을 발산하려면 키가 작아야 더 효과적일까?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그 가설은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인류학과의 크리스티나 버지 교수(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번 연구가 추측성 아이디어를 테스트 가능한 가설로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핵심 요소로 보폭에 초점을 맞춘 연구다. 원시 인간이 키가 크면 보폭을 넓게 해서 더 빨리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그러나 수풀이 빽빽히 우거진 열대우림에선 장애물이 많아 넓은 보폭으로 걷기가 아주 불편하다. 따라서 다리가 짧은 사람이 더 유리하다.”
버지 교수는 이 연구가 몸의 크기와 적응성을 연결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할 뿐 아니라 열대우림에서 몸이 작도록 진화한 데 관한 두 가지 가설인 ‘제한된 식량’과 ‘효과적인 이동성’을 융합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이와 다른 진화적 측면에서 걸음걸이에 관한 추가적인 연구가 기대된다. 열대우림에서 사는 사람의 몸이 작도록 진화한 것은 모든 인간 진화에서 가장 놀라운 적응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패턴이 험난한 지형에 거주하는 다른 원주민과 다른 종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연구가 될 것이다.”
- 한나 오스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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