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로봇과 가상현실, 그리고 사이보그화(2)] “생식 위한 섹스는 NO, - 재미 위한 섹스는 YES”
[섹스 로봇과 가상현실, 그리고 사이보그화(2)] “생식 위한 섹스는 NO, - 재미 위한 섹스는 YES”
우리가 자녀를 갖는 방식은 수백만 년 동안 똑같았다. 성행위를 통해 여성이 남성에게서 정자를 받아 수정해 임신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이제 그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1978년 영국에서 태어난 루이스 브라운은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로 널리 알려졌다. 당시 30세였던 어머니 레슬리 브라운은 나팔관이 막혀 난소에서 만들어진 난자가 자궁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불임의 상태였다. 의료진은 레슬리의 난자와 남편 존(당시 38세)의 정자를 작은 시험관 속에서 수정시켰고, 48시간 후 이 수정란을 레슬리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태아는 분만 예정일을 3주 앞두고 제왕절개를 통해 2.6㎏의 건강한 아기 루이스 브라운으로 태어났다. 이런 체외수정은 ‘인간 생명의 인위적 생산’이라는 윤리적·종교적인 문제와 우려를 제기했지만 자연 임신이 불가능하거나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여성이 임신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혁명을 일으켰다.
거의 40년 뒤인 지금은 체외수정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머지않아 시험관 아기가 임신의 주된 방식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조이스 하퍼 교수는 뉴스위크에 “대다수 사람이 섹스를 통하지 않고 아기를 갖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섹스와 임신은 완전히 별개의 개념으로 분리될 것이다. 미래엔 섹스가 단지 재미를 위한 행위가 될 수 있다.”
금세기 말이 되면 약 1억5700만 명이 체외수정과 기증된 난자, 대리모 같은 보조생식 기술로 태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그런 방식으로 출산된 아기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덴마크다. 덴마크의 출산율은 1.9로 요즘 세계 추이를 고려하면 그다지 낮은 출산율이 아니지만 신생아 10명 중 한 명 꼴로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 받아 태어난다. 지난해 덴마크는 여성의 결혼 여부나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국가가 지원하는 체외수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마련했다.
덴마크에 사는 피아 크로네 크리스텐센은 두 살짜리 딸 사라의 어머니다. 그녀는 갈수록 늘어나는 ‘솔로모어(solomor)’ 중 한 명이다. 기증된 정자를 사용해 스스로 아기를 갖는 덴마크의 싱글맘을 가리킨다. 크리스텐센은 뉴스위크에 “난 언제나 아기를 갖고 싶었고 늘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젊었을 땐 남편이 어떤 사람이고 우리가 어떤 집에 살며 우리의 삶은 어떨지 궁금했다. 하지만 난 마흔 살이 다 돼도 적합한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난 기증된 정자가 결혼의 대안이라고 판단했고 단 한번의 체외수정으로 임신에 성공했다. 아주 운이 좋았다.” 하지만 갈수록 많은 사람이 섹스 없이 아기를 가지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하퍼 교수에 따르면 주로 사회적·교육적·경제적 이유 때문에 생애 느지막이 아기를 갖는 여성이 늘어난다. 하지만 35세가 넘으면 난자의 수가 적어지고 질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퍼 교수는 “현재 부부 6쌍 중 1쌍은 불임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아기를 늦게 가질수록 문제는 더 많아진다. 남성의 몸엔 그런 생체시계가 없다.” 게다가 체외수정은 앞으로 훨씬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하퍼 교수의 전공은 ‘착상 전 유전진단(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 PGD)’이다. 착상 전의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확인한 뒤 그런 가능성이 없는 배아만 선택해 자궁 내 이식하는 방법이다. PGD는 그 과정이 더 신속해지고 비용도 낮아지고 있다.
하퍼 교수는 “지금 등장하는 것은 유전체 편집 시퀀싱(염기서열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누군가의 유전체를 약 1000달러에 시퀀싱할 수 있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빠르면 약 24시간 안에 할 수 있다. 앞으로 비용도 더 저렴해질 것이다. 유전체 시퀀싱은 아주 단순하다. 중요한 것은 그 정보의 해석이다. 근년 들어서야 완전한 유전자 코드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매우 흥분되는 시기다. 암이 나타날지, 심장병이나 당뇨 심지어 알레르기에 취약한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검사를 여성의 자궁에 배아를 착상하기 전에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특정 질병에 걸릴 배아를 착상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유전자를 변형시킨 인간이 태어날 가능성은 법적·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 11월 26일 중국의 한 과학자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중국 선전남방과학기술대학 허젠쿠이 교수는 불임부부 7쌍으로부터 얻은 배아를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로 쌍둥이 아기가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그의 목표는 유전병을 치료하거나 막는게 아니라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면역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런 기술이 질병 예방부터 특성 변경까지 아무런 결함 없고 또 완벽하도록 유전적으로 설계된 아기의 세대가 등장할 길을 열 수 있을까? 하퍼 교수는 “누군가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문제에서 약간의 불안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배아에 부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도록 확실히 보증하려면 엄청난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많은 국가에서 성별 선택은 합법적이다. 자녀의 성별을 선택하는 것은 의학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일부 국가의 경우 배아 유전자 편집과 관련된 법이 없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 아기의 신체적 특징을 바꾸는 것 같은 ‘경박한’ 생각으로 배아를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 우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퍼 교수는 유전자 편집이 미래에 피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 기법이 치료법이 되기 전에 먼저 적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체외수정부터 유전자 편집까지 인공적인 방법이 생식에 사용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난다. 이런 기술이 좀 더 발전하고 비용도 저렴해지면서 ‘맞춤 아기’의 시대가 도래하면 자연적인 방법으로 아기를 갖는 것은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될 수 있다.
- 키아라 브람빌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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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영국에서 태어난 루이스 브라운은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로 널리 알려졌다. 당시 30세였던 어머니 레슬리 브라운은 나팔관이 막혀 난소에서 만들어진 난자가 자궁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불임의 상태였다. 의료진은 레슬리의 난자와 남편 존(당시 38세)의 정자를 작은 시험관 속에서 수정시켰고, 48시간 후 이 수정란을 레슬리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태아는 분만 예정일을 3주 앞두고 제왕절개를 통해 2.6㎏의 건강한 아기 루이스 브라운으로 태어났다. 이런 체외수정은 ‘인간 생명의 인위적 생산’이라는 윤리적·종교적인 문제와 우려를 제기했지만 자연 임신이 불가능하거나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여성이 임신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혁명을 일으켰다.
거의 40년 뒤인 지금은 체외수정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머지않아 시험관 아기가 임신의 주된 방식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조이스 하퍼 교수는 뉴스위크에 “대다수 사람이 섹스를 통하지 않고 아기를 갖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섹스와 임신은 완전히 별개의 개념으로 분리될 것이다. 미래엔 섹스가 단지 재미를 위한 행위가 될 수 있다.”
금세기 말이 되면 약 1억5700만 명이 체외수정과 기증된 난자, 대리모 같은 보조생식 기술로 태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그런 방식으로 출산된 아기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덴마크다. 덴마크의 출산율은 1.9로 요즘 세계 추이를 고려하면 그다지 낮은 출산율이 아니지만 신생아 10명 중 한 명 꼴로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 받아 태어난다. 지난해 덴마크는 여성의 결혼 여부나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국가가 지원하는 체외수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마련했다.
덴마크에 사는 피아 크로네 크리스텐센은 두 살짜리 딸 사라의 어머니다. 그녀는 갈수록 늘어나는 ‘솔로모어(solomor)’ 중 한 명이다. 기증된 정자를 사용해 스스로 아기를 갖는 덴마크의 싱글맘을 가리킨다. 크리스텐센은 뉴스위크에 “난 언제나 아기를 갖고 싶었고 늘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젊었을 땐 남편이 어떤 사람이고 우리가 어떤 집에 살며 우리의 삶은 어떨지 궁금했다. 하지만 난 마흔 살이 다 돼도 적합한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난 기증된 정자가 결혼의 대안이라고 판단했고 단 한번의 체외수정으로 임신에 성공했다. 아주 운이 좋았다.” 하지만 갈수록 많은 사람이 섹스 없이 아기를 가지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하퍼 교수에 따르면 주로 사회적·교육적·경제적 이유 때문에 생애 느지막이 아기를 갖는 여성이 늘어난다. 하지만 35세가 넘으면 난자의 수가 적어지고 질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퍼 교수는 “현재 부부 6쌍 중 1쌍은 불임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아기를 늦게 가질수록 문제는 더 많아진다. 남성의 몸엔 그런 생체시계가 없다.” 게다가 체외수정은 앞으로 훨씬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하퍼 교수의 전공은 ‘착상 전 유전진단(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 PGD)’이다. 착상 전의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확인한 뒤 그런 가능성이 없는 배아만 선택해 자궁 내 이식하는 방법이다. PGD는 그 과정이 더 신속해지고 비용도 낮아지고 있다.
하퍼 교수는 “지금 등장하는 것은 유전체 편집 시퀀싱(염기서열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누군가의 유전체를 약 1000달러에 시퀀싱할 수 있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빠르면 약 24시간 안에 할 수 있다. 앞으로 비용도 더 저렴해질 것이다. 유전체 시퀀싱은 아주 단순하다. 중요한 것은 그 정보의 해석이다. 근년 들어서야 완전한 유전자 코드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매우 흥분되는 시기다. 암이 나타날지, 심장병이나 당뇨 심지어 알레르기에 취약한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검사를 여성의 자궁에 배아를 착상하기 전에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특정 질병에 걸릴 배아를 착상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유전자를 변형시킨 인간이 태어날 가능성은 법적·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 11월 26일 중국의 한 과학자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중국 선전남방과학기술대학 허젠쿠이 교수는 불임부부 7쌍으로부터 얻은 배아를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로 쌍둥이 아기가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그의 목표는 유전병을 치료하거나 막는게 아니라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면역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런 기술이 질병 예방부터 특성 변경까지 아무런 결함 없고 또 완벽하도록 유전적으로 설계된 아기의 세대가 등장할 길을 열 수 있을까? 하퍼 교수는 “누군가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문제에서 약간의 불안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배아에 부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도록 확실히 보증하려면 엄청난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많은 국가에서 성별 선택은 합법적이다. 자녀의 성별을 선택하는 것은 의학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일부 국가의 경우 배아 유전자 편집과 관련된 법이 없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 아기의 신체적 특징을 바꾸는 것 같은 ‘경박한’ 생각으로 배아를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 우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퍼 교수는 유전자 편집이 미래에 피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 기법이 치료법이 되기 전에 먼저 적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체외수정부터 유전자 편집까지 인공적인 방법이 생식에 사용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난다. 이런 기술이 좀 더 발전하고 비용도 저렴해지면서 ‘맞춤 아기’의 시대가 도래하면 자연적인 방법으로 아기를 갖는 것은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될 수 있다.
- 키아라 브람빌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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