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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IF’ㅣ부자를 꿈꾸는 당신에게(8)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난다면] 인간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위대한 유산

[조원경의 ‘IF’ㅣ부자를 꿈꾸는 당신에게(8)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난다면] 인간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위대한 유산

[위대한 유산]의 핍,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 프레디 머큐리 전 여인 오스틴 메리의 굴곡진 인생의 자산
프레디 머큐리와 오스틴 메리는 소울 메이트로 남았고, 프레디 머큐리는 그녀에게 저작권 수입을 비롯한 수백억대의 유산을 남겼다. /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평민이라도 기꺼이 덕을 심고 은혜를 베풀면 문득 벼슬 없는 재상이 되고, 사대부라도 헛되이 권세를 탐내고 총애를 팔면 마침내 벼슬 잇는 거지가 된다.” 중국 명나라 때 홍자성이 쓴 [채근담]의 한 구절이다. 돈이 최고라는 사람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말이다. 하루하루 살기 고달픈 사람도 공자님 말씀이라고 치부하기 쉽다.

통상적으로 상속세를 강화하면 세수를 거두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태어나면서 같은 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평등을 중시하게 되어 상속세는 정당화된다. 생전 증여는 고령자가 소유한 자산을 활용할 가능성을 키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이미 한 번 부과된 소득에 다시 세금을 물려 이중과세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최고 55%최고)과 한국(최고 50%)의 상속세·증여세는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우리는 주식으로 자식(직계비속)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경우 최대주주에게 주식 할증(최대 30%)까지 적용하기에 이 경우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율(65%)를 물리게 된다.
 세계적으로 높은 상속세율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기에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부의 대물림 방지를 위해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상충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을 물려받게 하기 위해서는 상속세 감면 혜택을 주자는 것이 요즘 추세다. 증여세를 낮춰 생전 증여 활성화로 소비 증가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부의 대물림과 충돌한다. 부모가 보유했던 기업의 주식을 상속받게 되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아무리 큰 기업가 집안이라 하더라도 수백, 수천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상속받은 주식을 처분한다면 경영권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혹은 주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하는 것도 어렵다. 상속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한 채 부모가 세상과 이별한 경우에는 사태가 복잡해진다. “평생 일군 사업이어서 사업 전망이 나빠도 어떻게든 명맥을 이어가고 싶지만 ‘세금폭탄’까지 맞고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긴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면 경제가 어려울 때 필요하다면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가업 승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고용 유지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일본·프랑스·영국·미국 등 절반이 훨씬 넘기는 하다. 반면 이스라엘·뉴질랜드·스웨덴·오스트리아 등은 상속세가 없다. 호주와 캐나다는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자본 이득세를 거둔다.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입장에서는 가족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상속세 대신 법인세를 걷는 게 합리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논쟁을 지켜보며 누군가는 물려받을 돈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할 수 있겠다. 사농공상의 문화가 발달했던 우리의 이야기는 철지난 과거가 아니라 아득한 역사가 됐다. 기업이 잘 되어야 나라가 잘 된다. 이는 이제 만천하의 진리가 됐다. 그런데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보더라도, 상인계급의 고뇌가 담겨 있다. 당시 중산계급(대체로 상인계급)은 금전적 지위에 걸맞은 품위를 갖지 못하고 그것을 돈으로 사려고 했다. 중산계급의 이상적 인간형이 오늘날 남자를 가리키는 ‘신사(gentleman)’이다. [위대한 유산]에 나오는 런던에서 신사 수업을 받는 전직 촌놈 핍은 촌스러운 시골 친구이자 매형인 조를 만나는 게 부끄러워진다. 런던에서 핍은 몸에 허영이 가득 차고 속물적인 인간이 된다. 독지가의 도움으로 신사수업을 받는 그는 독지가가 실은 자신이 탈옥을 도운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놀란다. 탈옥수는 자신을 호주로 유배시킨 신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가난한 핍에게 도움을 주어 신사수업을 받게 한 인물이었다. 독지가로부터 유산을 받을 것을 기대했는데 그 유산이 탈옥수의 유산이라니 신사의 품격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탈옥수는 끝내 죽게 되고 재산은 몰수돼 유산상속은 물거품이 된다. 뒤늦은 참회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핍은 친구 조와의 오래된 우정이 진정한 유산상속임을 깨닫는다.

이 작품에서 진정한 신사는 시골 대장간에서 묵묵히 정직한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핍의 매형인 조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어버려 의지할 곳이 없는 핍을 유일하게 간호해주는 사람은 조였다. 대장장이 조의 내면에는 진정한 신사만이 가질 수 있는 온화함이 넘쳐흐른다. 자신을 냉랭하게 대했던 핍이 런던에서 죄수, 허영기 있는 숙녀, 빚과 열병으로 고생할 때 그는 천사와 같은 마음으로 보살폈다.

돈으로 셀 수 있는 유산을 생각했는데 그런 동화 이야기를 한다고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그러나 줄거리에 공감을 느끼기를 바란다. 물론 오랜 우정을 새기는 신사의 품격이 과연 이 시대에 진정 있을까 궁금하다. 신사의 개념은 역사를 흐르며 더욱 속물화되어 갔고 이제는 개념 정의가 다르게 되었다. 신사가 갖춰야 할 내면적 덕성보다 물질적 외면성이 부각된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신사의 본질이 막대한 재산과 인위적 교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진정한 애정에 있음을 역설하더라도, 많은 사람의 눈은 신사의 값비싼 양복에 갈 수 있겠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진정한 신사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진정한 애정에 있다는 숭고한 이야기를 제대로 음미해보자. 서구권에서 연설할 때 대부분 ‘Ladies and Gentleman’이라고 운을 뗀다. 숙녀가 앞에 나온다. 그런데 누군가 농담을 한다. 한국에서는 신사 숙녀라며 남자가 앞에 나오는데 욕할 때는 ‘년 놈’이라고 여성이 앞에 온다고. 관습적인 말이지만 생각해볼 일이며, 시대가 바뀌었지만 신사의 품격은 격조 있는 유산으로 남아 있어야 할 듯하다.
 신데렐라에게 떨어진 행운의 입맞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인 주디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항상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요즘은 신물이 나기도 하지만 신데렐라 이야기가 한창 인기를 끈 적이 있다. 14살이나 차이나는 아저씨와 고아 소녀 주디의 사랑 이야기를 잠깐 생각해 보자. 정체 모를 독지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보내는 주디의 모습을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 만약에 나에게도 그런 독지가가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겠다. “아저씨도 아시겠지만, 대학 생활에서 힘든 건 공부가 아닙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이지요. 오늘 아침에는 앨라배마에서 오신 주교님이 아주 감동적인 설교를 해주셨어요. ‘비판받고 싶지 않으면 남을 비판하지 말라’는 게 주제였죠. 타인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고, 지나친 비판으로 상대방의 기를 꺾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맞는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남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러우면 그 또한 잘못이리라. “좋은 성격은 추위나 서리에 상처받으면 풀이 죽기도 하지만 따뜻한 햇살을 만나면 쑥쑥 자라난답니다. 저는 역경과 슬픔과 좌절이 정신력을 강하게 한다는 주장에 반대해요. 자신이 행복해야 비로소 상대방에게 친절도 베풀 수 있는 법이거든요. 어제의 괴로움은 어제로 족하니 사람은 누구나 가끔은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길 기대하죠. 그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기도 해요.”

아하, 정말 사랑스러운 철학자 같은 말을 하는 주디를 생각하며 편지를 받아보는 아저씨는 얼마나 그녀가 예쁘게 보일까? 역경을 이겨내는 우리네 인생도 좋지만 사서 고생을 할 필요는 없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하는 캔디가 생각난다. 이런 류의 이야기의 여자 주인공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항상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고, 가볼 곳도 많으니 자신에게 찾아오는 기회를 붙잡기만 하면 되는 거죠. 비결은 유연한 사고예요. 정작 중요한 건 엄청난 즐거움보다는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자세랍니다. 전 행복해지는 진짜 비결을 알아냈어요. 바로 현재를 사는 거예요. 과거에 얽매여 평생을 후회하며 산다거나 미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최대의 행복을 찾아내는 거죠.”

당연한 말씀!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기라는 명언이 그녀에 의해 재탄생한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Let by-gones be by-gones).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묻어버리고 작은 행복은 매일 있다는 걸 기억하려는 태도는 심신 건강한 사람을 키우는 기본이 된다. “사람이란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못 느끼지만, 그것이 마땅히 내가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 다음에는 그것 없이 지내기가 무척 힘든 법이거든요.”

그렇다. 익숙함과 이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남보다도 많은 조건을 가지게 되어도 감사할 줄 모르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부자가 몰락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고 한없는 슬픔으로 세상을 등지기까지 한다. 그런 것을 깨달은 젊은 아가씨는 참 매력적이지 않나. 동화 속 이야기라고 치부하겠지만 이런 여성이 어디엔 가 있을 듯하다. “젊음은 나이보다는 마음이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 있느냐와 관계가 있으니까. 처음 대학에 들어왔을 때는 다른 아이들이 누린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분한 마음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안 그래요.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한걸음 물러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된 걸요. 전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여자 아이들을 많이 알아요. 그 애들은 행복에 익숙해진 나머지 행복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져 버렸지만, 전 매 순간 제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온전히 느낀답니다. 그리고 아무리 속상한 일이 생겨도 그 사실을 잊지 않을 거예요. 그 일을 재미있는 경험이라 여기고,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내가 어떤 하늘을 이고 있든, 나에게는 모든 운명과 맞설 용기가 있다’라는 말처럼.”

결정적으로 남자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랑스럽고 당찬 말이다. 범사에 감사할 줄 모르는 숙녀들보다 어려웠던 과거를 잊지 않고 감사하는 그녀에게 키다리 아저씨는 감동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키다리 아저씨의 간단한 줄거리를 보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고아원의 주디에게 정체 모를 독지가가 나타난다. 훗날 주디는 편지를 주고받던 키다리 아저씨라 부른 그 남자가 알고 지낸 친구의 삼촌이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만약에 내게도 그런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러려면 당신은 삶에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주디의 다음 편지가 답이 아닐까? “아저씨, 제 생각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상상력이 아닐까 싶어요. 상상력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래야 친절한 마음과 연민과 이해심을 가지게 되니까요. 상상력은 어린 시절부터 길러 줘야 해요. 하지만 존 그리어 고아원에서는 상상력의 싹이 조금만 보여도 당장 짓밟아 버려요. 오로지 의무감만을 강요하지요. 전 아이들이 그런 단어의 뜻은 몰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의무감이란 불쾌하고 혐오스런 단어예요. 아이들은 무슨 일이든 스스로가 좋아서 해야 한다고요.”

상상력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의 원천이라는 주디의 말은 따뜻한 인간애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의무감이 아니라 좋아서 해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에서 순수한 인간미를 느껴본다. 키다리 아저씨의 이야기는 찰스 디킨즈의 위대한 유산과 일맥상통한다.
 영화이자 현실 속의 소울메이트가 전하는 말
그룹 퀸의 존재를 재조명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의 여자 주인공 역시 이런 점에서 맥을 같이하고 있다. 메리 오스틴은 그룹 퀸의 멤버 프레디 머큐리를 떠나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는 자신의 헤어진 메리 오스틴에게 약 290억원에 이르는 저택과 함께 112억원이 넘는 재산을 남겼다. 더불어 자신이 사망한 후 발생하는 저작권 수입도 그녀에게 넘겼다. 실제로 메리 오스틴은 그의 재산을 받기를 거절하며 자선단체로 기부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프레디 머큐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남자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네가 내 아내였을 것이고, 이것은 네 집이야.”

내 인생의 사랑이었던 여자는 한때 그를 떠났지만, 정신적으로 그를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프레디도 그녀에게 내 사랑을 받고 떠난다면서 ‘나를 모르시나요?’ 하고 절규했다. 그들의 속사정을 상상해 보자. 사랑하던 여자는 남자의 성 정체성을 알고 당황한다. 그녀가 떠난 텅빈 공간에서 세속에 찌든 많은 인간과 만나고 헤어진 프레디. 화려한 조명 속에서 오히려 그의 외로움은 깊어만 간다. 고독의 몸부림이 절정에 이른 어느 날, 사랑하는 여자는 꿈에서 그를 보았다며 찾아온다. 하지만 그녀에게 곁에 있어달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녀는 이제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됐고 그의 아이를 가졌다. 비록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하더라도 상대에 대한 헌신은 느껴지는 법. 둘은 서로에게 진정한 소울메이트로 남아 있는 것이다. 프레디의 연인 짐 허튼 역시 6년 간 그의 파트너로 지냈다. 프레디가 에이즈로 사망한 후 그 역시 세월이 흘러 에이즈로 사망한다. 프레디는 그에게도 메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약간의 유산을 남겼다. 프레디는 그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소울메이트였던 그녀에게 많은 유산을 남겼으니 그녀는 실존하는 행운의 숙녀이다. 프레디가 메리를 위해 만든 퀸의 ‘내 인생의 사랑(Love of my life)’를 들어 보는데 뜨겁고 애뜻한 사랑의 기운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장면이 오버랩돼 전율을 느낀다.

‘내가 더 늙었을 때 당신 옆 거기에 있을게요. 아직도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주며,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요(When I grow older, I will be there at your side, To remind how I still love you. I still love you)’. 이 대목을 듣는데 프레디의 메리를 향한 애정과 더불어 미안함을 엿볼 수 있다.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가 연상되며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떠나버린, 가질 수 없는 연인에 대한 애틋함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면 느끼는 공감의 산물 아닐까 그런 내 인생의 사랑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남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우리도 헌신적인 사랑의 주인공이 될 자세를 갖추기 위해 몇 권의 러브 스토리를 읽어 보면 어떨까?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아버지에 프레디는 맞선다. 밴드를 결성해 미니 밴을 팔아 앨범을 만들고 기획사의 눈에 들어 ‘퀸’이라는 그룹이 결성된다. 영화에서는 솔로로 헤어지기도 했지만 그들은 다시 뭉쳐 아프리카 기아 관련 기부 프로그램의 대형 이벤트를 하며 그룹의 견고함을 보여준다. 프레디 머큐리의 성공이 돋보이지만 그들 4명은 한 이름이고 수익 역시 균등해야 한다는 영화 대사가 마음을 울린다. 영화가 아닌 실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의 소개로 머큐리와 오스틴은 각각 24살, 19살에 처음 만난다. 머큐리가 수퍼스타가 되기 전이었지만, 메리는 그의 눈에서 엄청난 자신감을 느낀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순탄하게 만난다. 영화를 보면 머큐리는 만난 지 4년 째가 되던 해에 메리에게 반지를 주며 청혼을 한다. 실제 메리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에 박스를 받았다. 박스에는 작은 박스가 연이어 있었고 최종 박스를 여니 반지가 있었다. 나는 결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엄청난 충격으로 서로를 떠났다. 여느 연인들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서로를 평생 지지했다. 프레디의 고뇌를 생각하며 ‘보헤미안 랩소디’의 일부를 들어 보며 그의 고백을 상상해 본다.

‘Mama, just killed a man(엄마, 방금 남자를 죽였어요) / Put a gun against his head(그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방아쇠를 당겨, 이제 그는 죽었어요) / Mama, life had just begun(엄마, 인생을 막 시작했는데) / but now I’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그러나 지금 나는 모든 것을 내던지고 버렸어요) / Mama, oooh - Didn’t mean to make you cry(엄마, 우우우 ~ 엄마를 울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어요) / If I’m not back again this time tomorrow(만약 내일 이 시간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 Carry on, carry on. as if nothing really matters(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세요)…’

이 곡은 1989년까지 한국에서 금지곡이었다. 가사 때문이었다. 누군가 한 남자를 죽이고 나서 엄마에게 고백하는 내용의 가사가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곡의 내용에 대한 해석 논란은 오늘날도 이어지고 있다. 메리는 프레디와의 사이에서 낳길 원했던 아이를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통해 얻었다. 아이와 고양이를 유달리 사랑했던 프레디 머큐리는 기꺼이 메리가 낳은 아이의 대부가 됐다.
 메리 오스틴 자녀의 대부가 된 프레디 머큐리
찰스 디킨슨의 위대한 유산과,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 현실의 오스틴 메리를 생각하며 우리는 삶에서 공감능력과 배려가 얼마나 위대한 힘인지를 알아야 한다. 삶은 쉽지 않다. 적응하기가 어려운 순간은 누군가에게나 온다. 그러나 우리 생의 챔피언은 우리 자신이다. 프레디의 삶 역시 고단했지만 그는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난 내가 받아야 할 치욕과 설움을 겪었지만, 이렇게 버텨왔지. 우린 승리자잖아. 우린 마지막까지 싸울 거잖아. We are the champions. 그래 우리는 우리 인생의 승리자가 되어야 해.”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이다. 대한민국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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