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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푸드 스낵으로 떠오른 수련씨

슈퍼푸드 스낵으로 떠오른 수련씨

저열량에 글루텐 없고 미네랄과 항산화제 많아 감자칩 등 기존 스낵 대체할 건강 먹거리로 떠올라
봄이 되면 수련은 독특한 자주색 꽃을 피우고 씨앗은 주로 8월에 형성된다. / 사진:YOUTUBE
최근 건강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팝콘이나 치즈 퍼프처럼 보이는 튀긴 수련씨가 케일칩을 대체하는 새로운 슈퍼푸드 간식으로 떠올랐다. 수련씨는 인도에서 수 세기 동안 전통 먹거리였지만 이제 유럽과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미국의 유기농 전문 슈퍼마켓 체인 홀푸즈는 “지금 소비자는 슈퍼푸드 속성을 가진 수련씨의 새로운 풍미를 깊이 탐구한다”며 수련씨를 올해 주요 식품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전한다.

감자칩이 아닌 다른 저열량 간식의 수요가 갈수록 커지는 미국 시장에 수련씨를 공급하는 회사도 여럿 등장했다. 그중 하나가 지난해 수련씨 스낵 브랜드로 펩시코의 뉴트리션 그린하우스 프로젝트에서 투자와 멘토링 대상으로 선정된 보하나다. 보하나의 공동창업자 프리얄 바르티아는 “향료를 넣지 않고 튀긴 수련씨의 질감은 바삭바삭하면서도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처음 깨물면 바스락거리지만 곧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그냥 먹으면 맛이 투박하지만 씨 자체는 특별히 강한 맛이 없어 향료나 양념으로 원하는 취향에 맞추기가 쉽다.”

미국의 수련씨 시장에 진출한 회사는 보하나 외에도 여럿이다. 2017년 이래 다수의 스타트업(젊은 인도계 기업가 소유가 많다)이 수익성 좋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 다양한 향료를 첨가해 달콤하고 감칠맛 나는 수련씨 스낵을 팔기 시작했다(미국에서 건강식 스낵의 매출은 2025년까지 53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로스앤젤레스에서 아샤와 자이 파르스와니 모자가 창업한 아샤팝스는 2017년 소규모 농민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그들 모자는 수련씨 스낵을 뉴욕·캘리포니아 주의 100여 군데 매장에서 판매한다. 탈리 푸즈의 워터릴리팝스는 스리라차 스파이스(칠리 소스의 일종)와 티카 마살라(영국식 커리) 등 서양과 아시아의 풍미 둘 다를 맛볼 수 있는 수련씨 스낵을 선보였다. 오릴리! 스낵스는 분말 녹차와 산딸기 맛을 첨가한 수련씨 스낵을 내놓았다.

보하나의 공동창업자 프리얄 바르티아는 “튀긴 수련씨는 처음 깨물면 바스락거리지만 곧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고 말했다. / 사진:BOHANA
아샤팝스의 자이 파르스와니는 “밀레니엄 세대에서 건강 스낵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 중 다수는 알레르기원 민감성, 미네랄·비타민 부족 같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 늘 시간에 쫓기는 그들은 먹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고 열량이 적고 영양이 풍부하며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스낵을 찾는다.” 파르스와니는 수련씨가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에선 새롭지만 수련씨는 수 세기 전부터 먹거리로 애용됐다. 일반적인 연꽃씨(연밥, 연자육)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수련씨는 주로 아시아의 연못에 떠 있는 수생식물종 가시연꽃에서 수확한다. 봄이 되면 수련은 독특한 자주색 꽃을 피우고 씨앗은 주로 8월에 형성된다. 전통적인 조리법은 연못에서 건져올려 햇볕에 말린 다음 장작불로 열을 가해 딱딱한 검은 껍질이 팝콘처럼 터져 흰 속 알맹이가 나올 때까지 튀긴다.

인도인은 그처럼 조리한 수련씨를 ‘마카나’라고 부르며 수 세기 동안 전통 간식으로 애용했다. 주로 기(인도산 버터)와 향료로 맛을 내며 커리에 넣어 먹을 수도 있다. 힌두교 축제 나브라트리의 금식 기간에 먹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마카나다.

보하나의 바르티아는 뉴델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 마카나를 자주 먹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는 튀긴 수련씨가 대부분의 북부 인도 가정에서 주된 간식이었다”고 돌이켰다. “방과 후 집에 가면 늘 튀긴 수련씨를 먹었다. 어머니가 집에서 기와 쿠민·강황·커리잎 같은 전통 인도 향료를 넣어 바로 만들어 주셨다. 바삭바삭하고 향이 강해 맛있는 간식이었다.”

몇 년 전 바르티아는 친구 나디네하바예브와 손잡고 보하나를 창업했다. 바르티아는 “우리는 미국 시장에 짠 스낵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식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수련씨가 인기 있으리라고 믿었다. 미국 소비자는 늘 먹던 것과는 다른 식재료와 이국적인 풍미, 인도의 전통의학 아유르베다, 무(無) 글루텐 다이어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보하나를 세계에 소개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수련씨의 약 90%는 인도 동부의 비하르주에서 생산된다. 그에 따라 수련씨가 뜻밖에도 환경 보존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수련이 자라는 비하르주의 습지는 개발과 환경오염, 기후변화로 위협 받고 있지만 이젠 정부가 그 습지를 보호할 경제적 인센티브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련씨는 건강에 도움이 될까? 맛도 맛이지만 수련씨는 영양도 풍부하다. 더구나 대부분의 칩과 과자에 들어가는 설탕과 포화지방이 없어 어린이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아주 좋은 간식이 될 수 있다. 다이어트하는 사람도 죄책감 없이 식욕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보하나의 ‘히말라야 핑크 소금 수련씨’ 1봉지에는 열량 110칼로리, 탄수화물 20g, 지방 3g이 들어 있어 상당히 다이어트친화적이다. 수련씨는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를 돕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혈압과 심박을 조절하는 데 기여하는 칼륨도 들어 있다. 아샤팝스는 견과류와 유제품, 유전자 변형 식품이 들어가지 않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격이라고 선전된다. 완전채식과 구석기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수련씨의 전통적인 조리법은 햇볕에 말린 다음 열을 가해 딱딱한 검은 껍질이 팝콘처럼 터져 흰 속 알맹이가 나올 때까지 튀긴다 / 사진:YOUTUBE,
학술지 ‘인터넷 고고학’에 2014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수련씨는 쌀·밀·콩·생선보다 더 많은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한다. 당·단백질·아스코르브산(비타민C)·페놀 함유량에서도 아몬드·호두·코코넛·캐슈·건과보다 낫다.

인도에선 수련씨 섭취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의학 아유르베다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아유르는 ‘장수’, 베다는 ‘지식’이라는 뜻으로 생명과학을 의미한다. 생약 등에 의한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며, 식사지도를 첫째로 꼽는다. 한마디로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예방적이고 치료적인 조치를 강조하는 인도의 전통의학이다. 바르티아는 “수련씨는 아유르베다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씨앗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알칼리 성분과 항염증 효과 때문에 모든 체질에 이롭다. 아유르베다에선 수련씨를 당뇨 환자와 임신부, 수유하는 여성에게 처방한다.” 아유르베다를 따르는 사람은 수련씨가 심장과 생식기에도 좋다고 믿는다. 그런 효과를 과학적으로 확인한 임상시험은 없었지만 수련씨에 암과 싸울 수 있는 항산화제가 많이 함유됐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보하나가 판매하는 수련씨 스낵. / 사진:BOHANA
아샤 파르스와니는 엄격한 아유르베다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인도 집안에서 성장했다. 그녀는 수련씨를 직접 채취해서 튀기지도 않고 그냥 간식으로 먹었다. 어머니는 잠을 더 잘자기 위해 수련씨를 먹었다. 파르스와니는 나중에 미국에서 살면서 마그네슘 결핍증 진단을 받은 뒤 미네랄이 풍부한 수련씨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아샤팝스는 봄베이 마살라, 다크 초콜릿 맛 외에도 아유르베다에서 흔히 사용하는 향료인 강황으로 맛을 낸 수련씨 스낵도 판매한다.

수련씨는 건강에 도움이 되고 친환경적이며 맛도 좋지만 비싸다는 점이 흠이다. 대량생산으로 판매되지 않고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수련씨 스낵은 기존의 스낵 식품보다 가격이 약간 높다. 아샤팝스는 20봉지를 99.99달러에 판매된다(1봉지에 약 5달러). 보하나 제품은 1봉지에 약 4달러다. 하지만 맛이 독특하고 건강과 환경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팝콘보다 좀 더 비싸다고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 이브 워틀링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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