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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임 성공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전쟁영웅으로 최장수 총리 기록

[5연임 성공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전쟁영웅으로 최장수 총리 기록

보수민족주의 성향 더욱 굳어질 듯… 트럼프와의 밀월은 글로벌 외교안보 지형의 변수
4월 9일 치러진 이스라엘 제 21대 크네세트(국회) 선거 결과 기존 집권연정을 이끌어왔던 리쿠드당이 다시 제1당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5차례 연임할 수 있게 됐다. / 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 정치제도는 의원내각제이며, 선거 방식은 정당명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역구에 입후보하는 후보가 없으며, 유권자들은 지지 정당에 투표하게 된다. 투표 결과 득표율이 3.25%가 넘는 정당에 한해 득표 비율에 따라 120개의 의석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스라엘은 다당제로 유명한데, 이번 선거에도 46개 정당이 참가했으며 11개 정당이 3.25% 이상을 득표해 의석을 얻었다.

4월 9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 기존 집권 리쿠드당은 26.27%를 득표해 이전보다 5석이 늘어난 35석을 얻었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육해공군을 통합한 군 최고사령관) 출신인 베니 간츠가 이끄는 중도연합인 ‘블루 앤 화이트’는 25.95%의 지지율로 기존 의석보다 무려 24석을 늘려 리쿠드당과 똑같은 35석을 확보했으나 지지율에서 밀려 제2당이 됐다. 1당이 된 리쿠드당의 대표인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을 구성할 우선권을 얻었다.
 지지율에서 앞선 리쿠드당이 제1당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정식 명칭이 ‘리쿠드(단결) 민족주의 자유 운동’이다. 1973년부터 연립하던 보수우파 5개 정당이 1988년 통합해 만들었다.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 정치적으로는 보수민족주의를 표방한다. 유대 민족의 권리를 강조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정책을 주장해 강경 시오니즘 정당, 포퓰리즘 정당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12만 명이 넘는 당원을 보유하고 있다. 연립정권 시절부터 따지면 메나힘 베긴(1973~1983년 집권), 이츠하크 샤미르(1983~1983년, 1986~1992년 재임), 아리엘 샤론(2001년~2006년)과 네타냐후까지 5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네타냐후는 1996~1999년 총리를 지냈지만 1999년 총선에서 패배해 총리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01년 리쿠드당이 재집권할 당시에도 당권을 아리엘 샤론에게 빼앗기면서 총리를 맡지 못했다. 2006년 다시 당 대표를 맡아 총선을 치렀으나 기존 39석이 12석으로 27석이 줄어드는 대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절치부심해 2009년 총선에서 27석으로 제1당이 되면서 연정을 구성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 뒤 2013년(20석), 2015년(30석) 총선에서 계속 제1당으로서 연립정부를 구성해 총리 자리를 지켜왔다. 네타냐후는 이번 선거에서 제1당이 되면서 총리직을 다섯 번째로 맡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정통파 유대교도 정당으로 세파르디(스페인계)와 미즈라흐(중동계) 유대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종교적 보수정당인 샤스가 6.10%의 득표율로 기존보다 1석이 늘어난 8석을 차지했다. 또 다른 종교적 보수정당으로 아슈케나지(동유럽계) 유대인이 이익보호를 내세우는 토라유대교(UTJ)가 5.91%의 득표율로 기존보다 2석이 늘어난 8석을 차지했다. 완고하며 경제적으로 사회복지에 의존하는 정통파 유대인들의 정당이 이스라엘 정치 지형에도 각각 제3당과 제4당에 오른 셈이다.

이스라엘 공산당을 비롯한 극좌정당의 결합체인 ‘하다시’와 아랍계 이스라엘인 정당인 ‘타알’이 연합한 ‘하다시-타알’이 4.63%를 득표, 6석을 확보하며 제5당에 올랐다. 총리를 5명이나 배출한 전통의 중도좌파 정당인 노동당은 4.46%의 득표율로 기존보다 13석이나 줄어든 6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제6당으로 내려앉았다. 시온주의·민족주의 보수정당인 이스라엘 베니테이누(이스라엘은 우리의 집)가 4.41%로 5석을 확보해 제7당이 됐다. 이 정당은 옛 소련 붕괴 뒤 100만 명 이상 대거 이민 온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 외에 연합우파(3.66%, 5석, 이전과 의석 동일), 사회민주주의와 환경주의를 내세우는 메레츠(3.64%, 4명, 1석 감소), 소비자 보호, 자유주의적 시오니즘을 주장하는 쿨라누(3.56%, 4석, 6석 감소), 또 다른 아랍계 이스라엘인 정당연맹체의 연합인 라암-발라드(3.46%, 4석, 3석 감소)도 의석을 얻었다.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는 기원전 450년경부터 기원전 200년 무렵까지 존재하며 입법을 맡았던 유대교 조직인 ‘크네세트 하-그돌라(대집회라는 뜻)’에서 기인한다. 고대 크네세트는 구약성서 에즈라서에 나오는 유대교 제사장이자 서기관이었던 에즈라(기원전 480년~기원전 440년)가 설립과 운영을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대집회에 모이는 사람이 120명으로 정해져 있었다. 1948년 5월 14일 건국한 이스라엘은 이듬해인 1949년 처음으로 현대 의회인 크네세트를 구성하면서 명칭은 물론 현재 의원 정원도 고대 전통에서 그대로 따랐다.
 건국 후 태어난 세대 중 첫 총리
네타냐후 총리가 다시 총리를 맡으면 이스라엘의 첫 5연임 기록을 세우는 것은 물론 올해 7월에는 다비드 벤구리온 초대 총리의 13년5개월 재임 기록을 넘어 최장수 총리로도 기록되게 된다. 네타냐후가 살아온 과정을 살펴보면 그가 왜 이스라엘에서 정치적 인기를 얻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1949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네타냐후는 1948년 건국 후 태어난 세대로선 처음으로 총리에 올랐다.

그는 1967년 6일전쟁이 발발하자 즉각 군에 입대해 정예 특수부대인 사예레트 마트칼에 자원했다. 1968년에는 요르단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침투해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전사들과 싸운 ‘지옥 작전’을 수행했다. 같은 해 팔레스타인 해방전선(PFLP)의 이스라엘 여객기 공격에 보복하기 위해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 대담하게 침투해 10대가 넘는 항공기를 파괴하고 공항을 불바다로 만든 ‘선물 작전’에도 참가했다. 1972년에는 팔레스타인 검은9월단이 납치해 텔아비브 국제공항에 억류돼 있던 벨기에 사베나 항공 571호편에 진입해 테러범을 사살하고 승객을 구출한 ‘동위원소 작전’을 성공적으로 맡았다. 한결같이 어렵고 위험한 작전이다.

1973년 욤키루프 전쟁에선 최전방에서 전투를 치렀다. 부대를 이끌고 수에즈 운하를 건너 이집트 본토에 진입하기도 하고, 시리아 전선에선 적 후방 깊숙이 침투해 고위 장교를 포로로 잡아오기도 했다. 대위로 전역하기 전까지 어께에 총탄을 맞은 것을 비롯해 2차례 부상을 당했다.

쿠드당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84년부터 1988년까지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지냈으며 1996년 총리가 돼 1999년까지 첫 임기를 마쳤다. 선거 패배로 야당 생활을 한 그는 2002년 들어선 아리엘 샤론 정권 아래에서 외교장관(2002~2003)과 재무장관(2003~2005)을 지냈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정착촌 건설 문제로 샤론과 틀어지면서 끝내 결별했다. 2006년 총선에서 야당이 된 리쿠드당에서 2007년 당 대표직을 차지했고 2009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다시 총리가 됐다.

네타냐후는 2010년과 2012년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대인’ 1위에 올랐다. 2012년 포브스가 뽑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3위를 차지했다. 이스라엘에서 네탸나후 총리 집안은 명문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해서가 아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가문의 상징이다. 형제들이 모두 전쟁영웅이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 해외 아랍인들은 혹시 징집될까봐 연락을 끊는 데 반해 외국에 사는 유대인들은 위기에 빠진 조국에서 군대에 입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공항으로 달려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는 전설이 아니고 실화다. 바로 네타나후 가문의 젊은 아들들이 이런 모습을 보였다.

네타냐후 총리의 형 요나단 네타냐후(1946~76)가 1976년 엔테베 작전을 지휘한 전쟁영웅으로, 그 작전에서 유일하게 전사한 전설적인 군인이다. 요나단은 코넬대 교수인 아버지 밑에서 미국 뉴욕시에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교육을 받은 후 64년 이스라엘군에 사병으로 자원 입대했으며 뛰어난 능력과 용기로 장교 교육을 받고 임관했다. 공수부대에 지원한 그는 67년 시나이에서 이집트군과, 골란고원에서 시리아군과 싸웠다. 그는 적진에서 낙오한 전우를 구하기 위해 작전에 들어갔다가 팔꿈치에 부상을 입었다.

6일전쟁이 이스라엘 승리로 끝난 후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 진학해 철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1967년 이집트군이 이스라엘과 수시로 무력 충돌하자 이듬해 이스라엘의 헤브루대로 학교를 옮겼다. 필요하면 언제라도 군대로 달려가기 위해서였다. 1970년대 초 이스라엘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사예레트 마트칼에 지원했으며 1972년 이 부대의 부사령관에 임명됐다. 이 부대에 있는 동안 그는 시리아군 고위 장교를 납치해 이스라엘군 포로와 교환하는 대담한 작전을 수행했다. 1973년 욤키푸르 전쟁에도 참전해 숱한 훈장을 받았다.
 형제들도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아
3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네타냐후의 막내 남동생인 이도 네타냐후(63)는 유명한 물리학자이자 극작가다. 예루살렘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교육받은 그는 코넬대를 다니던 중 1973년 욤키푸르 전쟁이 벌어지자 즉시 귀국해 군에 자원 입대했다. 위험한 작전을 도맡아 하는 이스라엘군 특수부대인 사예레트 마트칼에서 자원 입대해 근무했다. 예루살렘의 헤브루대 의대를 마치고 방사선과 의사가 됐다. 그의 아버지 벤지온 네타냐후(1910~2012)는 지금의 러시아 제국 영토였던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났다. 저명한 유대 역사학자로 시온주의에 입각한 유대인의 이스라엘 귀환의 이론적 틀을 마련한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가족은 네타냐후가 국제사회의 시각과 상관없이 이스라엘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하는 배경이다.

이런 네타냐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의 말을 듣고 2017년 12월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중동 지역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미국은 1995년 제정된 ‘예루살렘 대사관법’에 따라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야 하지만, 역대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국익과 외교적 이해관계, 이스라엘과 아랍 간 균형외교, 분쟁 예방을 위해 이를 보류하는 문서에 6개월마다 반복적으로 서명해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부하고 2018년 5월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아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령인 서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관할지인 동예루살렘으로 분할돼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도시다. 이스라엘은 1967년 국회에서 이 도시를 ‘분리될 수 없는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규정한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 관한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스라엘의 국회(크네세트)와 최고법원, 총리 관저 등은 모두 예루살렘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기존 이스라엘정책 뒤집은 트럼프
하지만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모든 회원국의 외교관에게 예루살렘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한 안보리 결의안 제478호를 1980년 8월 20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텔아비브를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수도로 여기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 이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69년 간 계속된 미국의 중동 외교정책의 기조를 뒤집는 대사건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중재하겠다고 말해왔지만 당시 선언으로 오히려 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형국이 됐다.

트럼프는 네타냐후와 마음이 잘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5일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또 다른 선물을 선사한 셈이다. 이런 트럼프와 네타냐후,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는 글로벌 외교안보 지형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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