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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2.0’의 스위트 스팟

‘스페이스 2.0’의 스위트 스팟

정부와 민간부문의 협력과 경쟁 통한 상업적인 우주 개발로 비즈니스 수익성 높아지면서 투자도 늘어날 전망
지난 1월 국제우주정거장이 영국해협 상공을 지날 때 찍은 지구의 야경. 북유럽 도시들의 불빛이 보인다. / 사진:NASA
지난해 2월 6일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항공우주업체 스페이스X는 팰컨헤비 로켓을 시험발사했다. 정시 발사부터 로켓 회수까지 ‘거의’ 완벽한 발사였다(로켓 3개 중 사이드 로켓은 분리된 뒤 지상 착륙에 성공했지만 센터 코어는 회수되지 않았다). 이런 쾌거는 우주산업에서 보기 드물며 첫 시도에서 성공한 전례가 거의 없다. 새로운 우주시대의 개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팰컨헤비 로켓의 발사 비용도 우주 개발의 열의가 뜨겁고 부유한 머스크 CEO가 전액 부담했다.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궤도에 쏘아올린 1957년부터 2000년께까지의 첫 우주시대를 ‘스페이스 1.0’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지금의 새 시대는 그 뒤를 이은 ‘스페이스 2.0’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 두 시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비즈니스’다. 스페이스 1.0은 미국과 소련이 지정학적 영향력을 두고 벌인 경쟁에서 비롯됐다. 지금도 그 경쟁의 잔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남아 있지만 스페이스 2.0에선 그보다 상업적인 이득을 중시한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국가적 자긍심과 태양계·우주에 관한 더 깊은 지식을 구하는 일은 물론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그런 목표만으로 우주탐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활동이 그런 사실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1960년대보다 훨씬 더 많은 과학적 임무를 수행하는 지금 NASA의 예산은 약 190억 달러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미-소 우주경쟁이 절정에 이르렀던 1965년 당시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또 당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인간의 달착륙이었지만 지금은 방대한 연구·통신·기상 위성 네트워크와 행성 탐사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운용한다. 그 각 분야가 제한된 예산을 두고 각축전을 벌인다. 이런 프로그램은 정부의 민간부문과 교육 등에 큰 혜택을 주지만 본질적으로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스페이스 2.0은 무엇보다 수익성을 중시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스페이스 1.0에서 확장된 상업적 혜택을 보고 있다. 위성항법시스템(GPS)이 하루 24시간 내내 지구의 모든 곳에서 자동차·트럭·선박을 효율적으로 목표 지점까지 인도하면서 능률과 수익의 개선을 가져다 준다. 다른 위성들은 교통흐름 추적, 광물자원 확인, 농업 최적화 등에 필요한 시각 정보를 제공한다. 기상예보와 기후변화 역학도 전부 지구궤도 데이터에서 생성된다. 휴대전화도 위치정보 서비스, 비상연락 등을 위해 GPS 위성을 이용한다. 글로벌 금융부터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거래까지 모든 것이 GPS 신호에 의존한다. 이 모든 상업 영역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모든 회사를 위한 수익을 창출한다.스페이스 2.0은 이런 초기 투자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그에 따라 새로운 우주 비즈니스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플래닛랩스 같은 기업은 규격화된 상태로 판매되는 부품으로 저렴한 소형 영상 촬영 위성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구를 하루 24시간 촬영한다. 거의 실시간으로 제공되며 자주 업데이트하는 이런 영상은 대기업들의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수익성 높은 가격에 팔린다. 또 스페이스X와 원웹 같은 업체는 머지않아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렴한 소형 위성 수천 개를 발사할 예정이다. 그런 서비스는 전 세계적인 규모로 제공되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전망이다.

지난해 2월 발사된 팰컨헤비 로켓에 실린 전기차 로드스터 운전석에 마네킹 ‘스타맨’이 앉았다. / 사진:SPACEX
우주여행도 갈수록 저렴해지는 추세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 소형인 우주선 부품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가볍고 발사 비용이 적게 드는 비용효율적인 우주선이 등장한다. 또 정부가 주관하는 로켓 발사에 소형 위성 수십 개를 끼워 넣어 궤도에 올리면 비용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관련 투자가 증가하면서 플래닛랩스 같은 업체는 더욱 다양한 제품을 우주로 쏘아보낼 수 있다. 다른 기업도 그 뒤를 따를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의 상업 우주산업에 투자된 금액이 30억~40억 달러다.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의 돈이다.

궁극적으로 우주개발의 미래는 NASA와 민간부문, 국제우주기관 사이의 지능적인 협력에 달려 있다. 이것이 스페이스 2.0.의 ‘스위트 스팟’이다. 각 주체가 각각 가장 잘하는 것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우주탐사 측면에서 보면 NASA는 국가적인 큰 그림을 그려 방향을 잡는 한편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유니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 같은 기업은 지구궤도나 그 너머의 달까지 정해진 가격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우주기관과 민간업체를 포함한 국제 파트너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우주의 활용 측면에선 상업적 기회가 더욱 크다. 태양계 인근 행성에는 엄청난 자원이 매장돼 있다. 특히 물과 산소는 그곳에 거주할 인간에게 필수적이다. 또 희토류와 귀금속, 일반 금속도 풍부하다. 그 자원을 찾아내 추출하고 활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우주 인프라 건설을 위한 투자다. 부유한 개인이 직접 투자할 수도 있고 대중이 뮤추얼펀드 같은 수단을 통해 투자할 수도 있다.

여기서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NASA는 업계와 협력 제휴를 통해 지구궤도와 지구-달 사이 궤도에 필요한 연료보급소 같은 인프라의 핵심 부품 개발을 장려해야 한다. 또 NASA는 우주 기반 상품의 안정된 시장을 만들어 구입가격을 보장해야 한다. 그럴 경우 민간부문의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우주탐사를 계속 확장해 나갈 것이다. 최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바로 5년 뒤인 2024년까지 미국 우주비행사들을 다시 달에 착륙시켜 필요한 인프라를 그곳에 건설하는 대담한 계획을 발표했다.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것은 NASA의 장기 목표가 될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 달의 뒷면 남극 근처(물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에 로봇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데 성공한 뒤 달 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인도도 2022년까지 유인우주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인도 항공우주당국은 자체 개발한 우주선으로 우주인 3명을 상공 300∼400㎞의 저(低) 지구궤도로 올려보낸 뒤 최장 7일간 머물게 할 계획이다. 그러나 각각의 경우 이런 임무에서 중소기업들의 역할도 커질 것이다.

스페이스 2.0의 미래는 아주 밝다. 정부와 민간부문이 서로 경쟁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가득하다. 아무튼 최종 승자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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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우주 전문 언론인으로 잡지 애드아스트라(Ad Astra)의 편집장이며 ‘스페이스 2.0’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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