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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으로 오래 버티면 세상 바꿀 수 있다

뚝심으로 오래 버티면 세상 바꿀 수 있다

단체 여행의 미래 개척하면서 힘든 순간도 있지만 업계 종사자들이 서로 도우며 발전하는 모습 보면 뿌듯
(왼쪽부터) 루이스 부코프, 브래디 페리, 조슈아 베인 버시 공동창업자들. / 사진:JIM VIVENZIO
나는 밝은 녹색 수술복 차림으로 강렬한 조명과 삑삑거리는 각종 기계에 넋이 빠져 있었다. 수술실의 긴장감을 몸으로 느끼며 유능한 신경외과의가 꼼꼼하게 척수종양을 제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술이 성공한다면 환자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니 더 깊숙이 몰입됐다.

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어 신경외과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직업의 날 프로젝트에서 신경외과의를 발표하고 의사 놀이를 하며 하루를 보낸 뒤 그 직업에 매료됐다. 그런 좋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한 가지 유형의 환자를 돕는 데 얽매이기보다는 더 큰 규모로 사람들을 돕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깨달았다. 다른 진로를 택하기로 결정했지만, 그 경험이 내게 미친 영향과 배움은 내 일상생활과 창업자의 역할에 깊이 뿌리내렸다.

나는 버시(Busie)의 공동창업자이자 CEO 루이스 부코프다. 시러큐스대학에서 금융·기업가정신·신흥기업을 전공했다. 버시는 단체여행의 미래를 개척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런 야심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첫 단계는 버스 회사와 여행사가 여행·행사 그리고 기타 서비스의 예약과 관리를 효율화하는 지능형 솔루션의 개발이다. 어느 대학에 지원할지 알아볼 때 일류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을 찾았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제약회사를 키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나의 가장 큰 역할모델 중 한 분인 할아버지는 수시로 나를 회사에 데려갔다. 나는 할아버지와 직원들이 영향력 있는 회사를 키우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우리는 단체여행 경험을 공유하게 하고 업계를 온라인화하고 그들의 일하는 방식에 혁신을 일으키고 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하며 그 과정에서 운영사들까지 쇄신하는 작업을 통해 버시를 그렇게 키운다고 믿는다.

시러큐스대학 시절 공동창업자 조시 베인, 브래디 페리와 나는 우리의 학생 단체를 위해 수많은 전세 버스 여행을 예약했다. 수년에 걸쳐 버스 예약을 할 때마다 절차가 왜 그렇게 복잡하고 때로는 몇 주씩 걸리며 시간이 많이 드는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당면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중에 창업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졸업반이 됐을 때 우리 비즈니스 캡스톤(학생들이 독자적으로 문제를 선정해 연구·조사하는 과정) 팀이 프로젝트를 선택하던 날 교수님이 뉴욕시로 수학여행 가려고 전세 버스를 예약할 때의 끔찍했던 경험에 관해 푸념을 늘어놓았다.
불과 몇 시간 쓸 버스를 예약하는 절차가 왜 그렇게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지 의문이 들었다. / 사진:MAURITZ ANTIN-EPA/YONHAP
우리 팀은 수년 동안 우리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려 우리 캡스톤에서 그 문제를 조사하기로 했다. 우선 업계 쪽의 예약과정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들을 조사했다. 누구도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를 파악하려 시도한 적이나, 다른 기업들과 협력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가 받은 피드백을 토대로 여행 서비스 카약닷컴이나 프라이스라인닷컴 같은 마켓플레이스 유형의 콘셉트를 개발했다. 그 콘셉트를 운영사에 소개하러 갔을 때 그들에게 온라인 예약이나 재고 시스템이 없음을 알게 됐다. 그에 따라 우리는 전세 버스 운수업체가 재고와 영업을 온라인화하고 그들의 웹사이트를 통해 즉석 예약이 가능한 플랫폼 개발로 방향을 전환했다. 우리는 다른 63개 팀을 물리치고 캡스톤에서 우승했지만, 진짜 전환점은 한 유망 고객이 우리에게 “캡스톤이 끝나도 버시를 계속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찾아왔다. 버시가 학교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에서도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는 각자 회사에 취업한 뒤 부업으로 버시를 개발하기로 했다. 퇴근 후 귀가해 심야 그리고 주말에 무수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지난해 1월 나는 GE를 떠나 본격적으로 우리 일에 뛰어들었다. 단체 여행 방식을 개혁하겠다는 이런 비전을 추구하려면 나의 전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은 일자리와 훌륭한 동료들을 떠나기는 절대 쉽지 않았다. 한 달 동안 고민하면서 가족·친구·멘토 그리고 GE의 간부들과 상담했다.

창업가들은 모두 상당히 모험을 즐긴다는 오해가 있는 듯한데 사실 대다수는 철저히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려 애쓴다. 도약을 원한다면 먼저 사업을 구상한 뒤 잠재 고객과 대화를 나눠 곧바로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어야 한다.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선 방향전환이 힘들어 사업을 개시하기 위한 토대 마련이 훨씬 더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궁극적으로 내가 장애물을 뛰어넘어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반드시 나에 대한 믿음보다는 GE의 상사와 동료들이 내가 독립해 버시를 구축하리라고 믿어준 데 있었다. 그런 점에서 내게 믿음을 줬던 모든 사람에게 깊이 감사한다.

GE를 떠나 본격적으로 우리 사업에 뛰어든 뒤로 우리 3명은 우리 시범사업을 위한 전세 버스 예약 플랫폼을 구축하고 패스파인더라는 지능형 라우팅 소프트웨어를 출시하고 첫 매출을 올리고 시범사업에서 우리 제품을 발표한 뒤 우리 솔루션 채택에 관심 있는 기업들과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는 이런 기념비적인 과정을 밟아나가며 완벽하게 회사를 일으켰으며 정열적이고 영감을 주는 2명의 공동창업자를 이번 여정의 동반자로 둔 데 더없이 감사한다.

짜릿한 성공의 순간도 있었지만 힘든 시기도 있었다. 사업을 구축할 때 매일 부닥치는 난관을 통해 일과 삶에 관한 내 관점이 형성됐으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극히 짧은 시간에 성숙해져야 했다. 그 자체로 이번 여정에서 지금까지 믿기지 않을 만큼 큰 보람을 얻었다. 동시에 솔직히 까놓고 말한다면 이번 여정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은행 계정이 바닥을 드러내든 또는 또 다른 급한 불을 꺼야 하든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 걱정으로 뱃속까지 메슥거리는 날도 있다. 동업자들이 있지만, 외로움이 짙게 밀려들 때면 때때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곤 한다. 극도의 어려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 자신의 능력이 진짜가 아닌 가짜라는 느낌) 그리고 심야 업무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처음 여행을 시작한 동기로 돌아간다. 세상을 살기 좋게 바꾸겠다는 욕구 그리고 신기술이 거기에 필요한 매개체라는 믿음이다. 내가 개발한 제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내 안에서 경이로운 감정이 솟구친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 궁극적으로 우리를 움직이는 힘은 업계에 변화를 주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이런 기회다.

사업구축의 또 다른 경이적인 측면은 우리 주위의 생태계다. 다른 기업의 창업자·투자자·직원들이 항상 열린 마음으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선도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초기 사업자금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단체) 테크스타스는 “먼저 주라”고 주문하며 IT 생태계 사람들은 이를 널리 실천한다. 도움을 주고 끝까지 지원하려고 진정으로 애쓰는 태도는 정말 감동적이다. 나도 동료 창업가와 IT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여행을 마칠 때까지 도울 기회를 갖게 돼 정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종종 매력적으로 묘사되지만, 회사를 창업하는 사람은 심약해선 안 된다. 힘든 순간뿐 아니라 경이적인 순간도 있지만, 뚝심 있게 오래 버텨내면 세상을 바꾸면서 6년 뒤쯤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우리 버시에선 단체여행의 이동성이 커져 더 많은 단체가 여행·학습 그리고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는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이제 막 스타트를 끊었다.

- 루이스 부코프



※ [필자는 통합 온라인 B2B 단체여행 예약 플랫폼 버시의 공동창업자이자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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