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맛 내는 식물 생성물 레그헤모글로빈을 야채 버거에 추가한 임파서블 버거 미국에서 시판돼 우리가 식물을 먹으면 좋지만, 야채 버거는 쇠고기버거만큼 맛이 좋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사람은 식물을 먹는 동물을 잡아먹는다. 우리가 그런 중간 단계를 건너뛰어 곧바로 식물을 먹는다면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농지를 적게 사용하고, 적색육과 관련된 건강위험을 없애고, 동물복지와 관련된 윤리적 우려를 줄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런 계획을 실행하는 데 큰 걸림돌은 고기가 정말로 맛이 좋다는 것이다. 반면 야채 버거는 그냥 야채 버거 맛이다. 모양·냄새·맛이 쇠고기 같지 않아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쇠고기처럼 피를 흘리지도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의 임파서블 푸즈가 거기에 변화를 주려 한다. 사람들이 보통 동물에서 연상하는 성질과 쇠고기에서 기대하는 맛을 지닌 식물 생성물을 야채 버거에 추가하는 방법이다. 임파서블 버거는 2016년부터 지역 음식점에서 판매됐으며 버거킹과 손잡고 임파서블 와퍼를 개발해 시장을 넓혀간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임파서블 와퍼를 시판 중이며 반응이 좋을 경우 미국 전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 야채 버거에 추가하는 것이 정확히 뭘까? 그렇게 하면 버거가 좀 더 동물성에 가까워질까? 첨가물이 유전자변형 식품(GMO) 재료일까? 그래서 버거를 유기농 식품으로 분류할 수 없는 걸까? 나는 식물과 박테리아가 서로 그리고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건강과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를 연구하는 분자 생물학자이자 생화학자다. 이런 지식이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응용돼 임파서블 버거를 개발했다.
임파서블 버거는 레그헤모글로빈이라는 대두 성분을 포함한다. 레그헤모글로빈에 핏빛 색소를 부여하는 헴(heme)이라는 비단백질 분자에 화학적으로 결합한 단백질이다. 실제로 철분을 함유한 분자인 헴은 혈액과 적색육이 붉은빛을 띠게 한다. 레그헤모글로빈은 진화상 동물 근육 속의 미오글로빈,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 관련됐으며 세포에 산소공급을 규제한다. 대두 뿌리혹의 단면. 레그헤모글로빈이 붉은색을 띠게 한다. / 사진:CSIRO임파서블 버거의 모양, 요리 냄새, 쇠고기 맛은 헴에서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의 학계 동료 한 명이 임파서블 버거를 먹어봤는데 쇠고기 버거와 구별하지 못했다. 단지 그는 곧바로 차이가 있더라도 와퍼의 다른 모든 재료에 가려질지 모른다고 덧붙여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두 식물은 왜 붉은색이 아닐까? 레그헤모글로빈(leghemoglobin)은 다수의 콩과 식물(legume)에서 발견돼 그런 이름을 갖게 됐다. 뿌리의 뿌리혹(nodules)이라는 특화된 구조 안에 상당히 많다. 손톱으로 뿌리혹의 껍질을 벗기면 레그헤모글로빈으로 인해 상당히 붉은빛을 띤다. 대두의 뿌리혹은 공생 세균인 근류균(Bradyrhizobium japonicum)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반응으로 형성된다.
근류균이 유익하다 해도 사람들이 세균에 질색하기 때문에 임파서블 푸즈가 웹사이트에서 대두를 묘사하면서 뿌리혹을 빼지 않았나 싶다. 우리 연구팀이 대두와 근류균의 공생관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류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려는 목표에서였지 맛 좋은 야채 버거를 개발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뿌리혹 내의 이 근류균은 공기 중의 질소를 흡수하고 영양분 형태로 변환해서 식물이 그것을 이용해 성장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이른바 질소고정(nitrogen fixation)이라는 과정이다. 이들이 공생하는 덕분에 화학 질소 비료에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화학 질소 비료를 생산하는 데는 화석연료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며 물도 오염시킨다.
몇몇 연구단체는 옥수수와 밀 같은 작물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그런 공생을 확대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 현재로썬 콩과 식물을 포함해 일부 식물만 가능한 질소고정의 혜택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헴과 레그헤모글로빈 같은 내 연구분야의 난해한 용어가 대중적인 어휘 목록과 패스트푸드 샌드위치의 포장지에 오르게 된 데 놀라움과 뿌듯함이 교차한다.
레그헤모글로빈은 임파서블 버거를 규정짓는 성분이다. 하지만 유기농·비GMO 또는 채식이라는 보장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현미경을 들이대는 첨가물이기도 하다. 버거에 사용되는 레그헤모글로빈은 그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대두 식물의 DNA 명령을 담은 유전자조작 효모에서 얻는다. 그 대두 유전자를 효모에 추가하면 GMO가 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대두 레그헤모글로빈의 ‘안전식품인정(GRAS)’ 지정에 동의한다. 그런데도 미국 농무부는 유전자변형생물에서 추출한 식품에는 ‘유기농’ 라벨을 금지한다.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할지 모르는 혁신이 그런 목표를 공유한다고 주장하는 단체들에 금방 퇴짜를 맞는 것은 역설적이다.
새 버거의 등장에 채식주의자가 모두 기뻐하는 것은 아니다. 레그헤모글로빈 같은 생성물의 동물 실험을 포함해 온갖 이유로 GMO 제품은 채식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도살을 면하는 소를 고려하지 않아 그런 입장의 도덕적 확신에 반론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한편 GMO가 자신들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라고 보는 채식주의자도 있다.
임파서블 푸즈의 웹사이트로 판단할 때 그들은 자신들의 제품에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에게 촉각을 곤두세운다. 사이트는 GMO가 어떻게 문명을 구하는지 묘사하는 링크를 포함한다. 그러나 또한 “우리 임파서블 푸즈에선 식물에서 직접 헴을 만든다”는 잘못된 주장을 한다. 실제론 효모에서 만들어진다.
레그헤모글로빈의 상업화는 흥미로운 생물학적 현상에 대한 탐구의 예기치 않은 결과를 상징한다. 과학 연구의 혜택은 종종 발견 당시에는 예견하지 못한다. 임파서블 버거의 모험이 대규모로 성공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지만 분명 식품기술은 1만 년 전 농업의 출현 이후 그래왔듯이 진화하며 인간의 수요를 반영해 나갈 것이다.
- 마크 R. 오브라이언
※ [필자는 뉴욕주립대학 버펄로 캠퍼스 의학·생의학 대학 생화학 과장 겸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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