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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 드는 스리랑카의 종교·민족 갈등

다시 고개 드는 스리랑카의 종교·민족 갈등

부활절 테러로 불교도와 무슬림 사이의 새로운 전선 형성되면서 미얀마·태국 등 이웃 나라의 종교 분쟁까지 유입될 우려 커
스리랑카 네곰보의 성세바스천 교회가 지난 부활절 자살폭탄테러로 파손됐다. / 사진:AP/YONHAP
스리랑카의 기독교도는 수십 년 동안 내전에 시달리면서도 무슬림의 원한을 산 적이 없다. 기독교도와 무슬림은 양측 모두 스리랑카에서 소수 집단이다. 그런 기독교도와 무슬림 사이의 평화스러운 공존을 생각하면 기독교 최대 축일 부활절인 지난 4월 21일 스리랑카 여러 도시의 교회와 호텔을 거의 동시에 공격한 연쇄 폭탄테러는 특히 충격적이었다. 스리랑카 보건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가 약 250여 명이었다.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그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IS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테러는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에서 50명을 희생시킨 백인우월주의자 총기 테러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다. 스리랑카 정부도 이번 사건이 뉴질랜드 총기 테러에 앙심을 품은 이들이 저지른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번 부활절 폭탄테러가 주로 기독교인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공격은 오히려 스리랑카의 무슬림과 다수 집단인 불교도 사이의 험난한 관계에 더 깊은 상처를 준 듯하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외교정책 프로그램의 조슈아 화이트 연구원은 “이번 테러 공격으로 스리랑카의 민족주의 불교도 집단은 무슬림이 국가에 불충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러 직후 스리랑카의 무슬림은 사방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스리랑카 대안정책센터 그라운드뷰스 미디어 프로젝트의 편집자 라이사 위크레마툰게는 뉴스위크에 “부활절 테러 이후 무슬림을 차별한다는 신고가 쇄도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수니파와 시아파로부터 이단 취급을 받고 쫓겨나 스리랑카 네곰보에 정착한 아마디야 무슬림 난민 중 다수가 이번 테러 이후의 불교도 박해 때문에 다시 그곳을 떠나야 했다. 테러 후 페이스북에서 부르카 착용 금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부 주류 방송 채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인종차별적인 댓글이 부쩍 늘었다. 테러 역풍을 둘러싼 두려움이 아주 크다. 특히 수도 콜롬보의 분위기가 매우 침울하다.” 유엔난민기구의 바바르 발로흐 대변인은 “스리랑카의 난민과 망명 신청자가 두렵고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며 “일부는 위협과 협박의 표적이 된다고 호소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경찰은 암파라에서 용의자 근거지를 급습해 IS 깃발과 폭탄 등을 찾아냈다. / 사진:AP/YONHAP
스리랑카는 10년 전 사반세기에 걸친 오랜 내전을 끝냈다. 주로 민족주의와 종교 갈등에서 비롯된 내전이었다. 소수인 기독교도와 무슬림 모두 스리랑카 인구의 다수인 불교도의 박해에 시달렸다. 그처럼 종교 갈등에 따르는 폭력에 익숙한 스리랑카에서 이번 부활절 테러가 새로운 전선을 형성한다. 동시에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불교도 대 무슬림의 분쟁까지 스리랑카로 전파된다는 우려가 커졌다.

역사적으로 스리랑카의 내부 갈등은 정부와 반군 사이에서 지속됐다. 한쪽의 정부는 주로 싱할라족으로 구성됐다(대부분 불교도지만 일부 기독교도도 포함한다). 다른 한쪽의 반군은 분리주의 단체 타밀 엘람 해방호랑이(LTTE)로 총칭된다. LTTE는 대부분 힌두교도지만 기독교인도 상당수 합류했다. 2012년 스리랑카 인구 중 70%는 불교도, 12%는 힌두교도, 나머지 이슬람교도(무슬림)와 기독교도(대부분 가톨릭)는 각각 10% 미만을 차지했다. 민족적으로 보면 인구의 약 75%는 싱할라족, 15%는 타밀족, 약 10%는 무슬림이었다.

2009년 정부군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LTTE가 격파되면서 내전이 끝났다. 그러나 내전 도중 LTTE는 싱할라족을 상대로 싸우면서도 무어족이라고 부르는 스리랑카의 무슬림을 상대로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 그러나 근년 들어서는 싱할라족 불교도 민족주의자 집단이 스리랑카의 무슬림을 공격 표적으로 삼았다. 그들은 불교가 오랫동안 주된 종교였던 스리랑카에서 모든 소수 민족과 그들의 종교를 외래적인 요소로 보고 그들의 정체성을 억누르려 했다.

미국 브라운대학 현대 남아시아 센터의 아슈토시 바르슈니 소장은 “스리랑카에선 무슬림과 기독교도 사이의 갈등이 크게 불거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싱할라족은 다수 민족으로서 대부분 국가와 국가의 기능을 지배하는 불교를 믿는다. 그런 사실을 고려하면 스리랑카에서 정치적·문화적 불만은 원칙적으로 반(反) 불교도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스리랑카에서 무슬림의 반(反)기독교도적인 불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근년 들어 불교도와 무슬림 사이의 충돌은 자주 있었지만 둘 다 종교적 소수 집단인 기독교도와 무슬림 사이에는 적어도 눈에 띌만한 분쟁이 없었기 때문이다.”

뉴욕 소재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아누바브 굽타 선임 연구원은 “이번 부활절 테러로 인해 스리랑카에서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일부 불교도 집단의 사회적인 차별이 더 심해지고 기독교도와 무슬림 사이의 새로운 갈등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인근 나라인 미얀마와 태국에서는 사회를 지배하는 불교도 집단과 분리독립을 외치는 무슬림 집단 사이의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미얀마는 여러 전선에서 내부 민족 갈등에 시달린다.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도 집단이 장악한 미얀마 정부는 서부 라카인 주에서 무슬림 무장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과 전투를 치른다. 그곳에선 정부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민족청소에 나섰다는 비난을 받는다. 태국에서는 주로 강경파 말레이 무슬림 파벌이 불교도가 지배하는 정부를 상대로 저항운동을 벌인다.
▎ 지난 4월 콜롬보의 켈라니야 사원에서 열린 부활절 테러 희생자를 위한 행사에서 승려들이 기도를 올렸다. / 사진:AP/YONHAP

▎ 지난 4월 콜롬보의 켈라니야 사원에서 열린 부활절 테러 희생자를 위한 행사에서 승려들이 기도를 올렸다. / 사진:AP/YONHAP

이런 분쟁이 이들 나라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미얀마·태국 여행과 관련해 2단계 ‘경계 강화’ 경고령을 내렸다. 그뿐 아니라 이번 부활절 테러 후 미국인의 스리랑카 여행 단계를 1단계 ‘일반적 주의’에서 2단계 ‘경계강화’로 상향 조정하며 “테러 단체가 스리랑카에서 다시 공격을 모의할 수 있다. 관광지, 교통 중심지, 쇼핑몰, 지방 정부 시설 등을 대상으로 경고를 거의 하지 않거나 경고 없이 공격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현지의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NTJ)’를 부활절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고 용의자 수십 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스리랑카 외부의 요인이 거기에 위험성을 더할 수 있다. ‘보두 발라 세나’ 같은 민족주의 싱할라 불교도 단체가 국외의 유사 조직, 이를테면 미얀마의 ‘969 운동’(역시 무슬림을 공격한다고 비난받는다) 같은 단체와 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경을 넘나드는 이슬람 지하디 분자들의 저항 운동을 향한 불교도 극단주의자들의 두려움은 치명적인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IS의 부추김을 받은 테러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무슬림 인구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선 여러 기독교 교회를 표적으로 삼은 테러 공격이 있었고, 기독교도가 다수인 필리핀의 경우 남부에서 이슬람 단체가 계속 공격한다. IS는 ‘글로벌 지하드’의 미명 아래 무슬림의 투쟁을 촉구하기 위한 선전 전술의 목적으로 미얀마와 태국의 종교·민족 분쟁을 이용한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화이트 연구원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스리랑카에서 무슬림 집단의 정치적 소외를 우려했다”며 “따라서 급진 단체의 등장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타밀족 기독교도인 마티아파라난 아브라함 수만티란 의원은 “집단 전체가 LTTE의 일부라고 낙인 찍히면” 어떻게 되는지 스스로 너무나 잘 안다고 말했다. “무슬림을 향한 다양한 위협이 가해지는 현 상황에서 우리 기독교도는 무슬림을 지지할 책임이 있다. 치안 당국도 부활절 테러 용의자를 체포할 때 최대한 신중히 처리하고 그들을 함부로 다뤄선 안 된다. 스리랑카의 무슬림 사회 전체가 뭉쳐 이런 야만적인 공격에 맞서고 있다. 그런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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