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검투 게임 ‘세키로’, 기술 익히려면 시행착오 많이 겪어야 하지만 승리하면 그만큼 만족감 커 ‘세키로: 섀도스 다이 트와이스’는 배경부터 주인공의 닌자 의수까지 모든 요소에 마술적인 사실주의가 스며들어 있다. / 사진:SOFTWARE/ACTIVISION대부분의 인기 비디오게임을 보면 칼싸움이 아주 쉬운 것 같다. 플레이어는 거의 무한한 스태미나와 강인함을 발휘하며 칼도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뉴욕시에서 소드 클래스(Sword Class NYC, 동·서양 검법을 가르친다)를 운영하는 무술가 라브 라시는 대다수 게임과 영화에서 벌어지는 칼싸움은 진짜 검투와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비명과 괴성, 본능적인 공포 등 진짜 검투의 끔찍한 모든 요소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최고 인기 게임 중 하나가 칼싸움을 실감 날 정도로 어렵게 만들어 게이머의 마음을 사고 있다. 게임 제작자 미야자키 히데타카는 오랫동안 검투 게임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의 ‘다크 소울(Dark Soul)’ 시리즈는 최고의 검투 액션·롤플레잉 게임에 꼽힌다. 지난 3월 출시한 그의 최신작 ‘세키로: 섀도스 다이 트와이스(Sekiro: Shadows Die Twice, 이하 ‘세키로’)’도 발매 첫 열흘 동안 200만 매 이상이 팔렸다.
‘세키로’에서 플레이어는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외팔이 닌자 ‘늑대’ 역을 맡는다. 이 게임은 16세기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잔인하고 유혈이 낭자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고조되는 긴장감과 함께 플레이어를 매혹적이면서도 새로운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주인공 ‘늑대’는 주군을 지키기로 맹세한 닌자이며 어린 주군을 빼앗기고, 죽음에서 건져 올려진 뒤 다양한 기능을 가진 닌자 의수를 착용하고 험난한 싸움에 나선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거인과 정령, 불멸의 닌자 등 판타지 요소도 가득하다. 미야자키는 칼싸움을 최대한 실감 나게 만들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게임업계는 사실주의 관점보다는 게임 설계의 관점을 중시하며 좀 더 환상적인 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현실과 판타지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사실주의를 강화하려면 플레이어가 ‘살의’를 느끼게 하는 것이 열쇠다.” 사진:SOFTWARE/ACTIVISION‘세키로’에서 전투는 바로 그 목적을 이뤄주면서 실수의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몇 번만 공격당하면 죽는다. 또 스태미나도 제한됐다. 따라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 게임의 제목이 의미하는 ‘그림자는 두 번 죽는다’가 시사하듯이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면서 한 번 죽어도 ‘회생’의 힘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따라서 한 번 죽어서 끝날 것을 다시 살아나서 또 고통을 겪게 한다. 여기에 나중에 ‘회생’의 힘을 파워업하면 이론상(보스와의 전투 때마다) 한 명의 보스에게 세 번까지 죽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죽고, 또 죽고, 그리도 또 죽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또 플레이어는 실제 검객이 검술을 연마하듯이 기술을 익혀야 한다(물론 실제 고통은 따르지 않는다). 그런 시행착오는 플레이어에게 다른 게임에서보다 훨씬 더 큰 좌절을 안겨다 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이 게임에서 승리하면 그만큼 만족감이 크다.
미야자키는 “플레이어가 자신의 힘만으로 싸운다는 느낌이 들도록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키로’에서 특이한 전투 시스템은 ‘체간 시스템’과 ‘인살’이다. 체간 시스템은 플레이어나 상대방의 자세가 무너지는 상태를 게이지로 가시화한 것으로 체간 시스템이 가득 차면 자세가 완전히 무너진다. 이때 인살이라는 즉사 공격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게임은 미야자키의 전통적인 검투 방식에 ‘균형’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추가한 셈이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대신 플레이어는 공격을 막아내고 적시에 타격해 적의 자세를 흩뜨려 균형을 잃도록 만들어야 한다. 상대방의 체간 시스템이 가득 차 균형을 잃으면 플레이어가 치명타(인살)를 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검술도 중요하지만 냉철함과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라시에 따르면 바로 그것이 실제 칼싸움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는 “어떤 무술에서나 상대방의 중심을 무너뜨리면서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상대방의 중심을 무너뜨려 냉철함을 잃게 하는 것이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열쇠다.” 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그렇게 이길 수 있으려면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라시는 강조했다. “멋지고 현란한 게 아니라 지루한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훈련하고 또 훈련하며 기본을 다져야 한다.”
- 모 모주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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