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종이통장 없애는 은행] 생존 위해선 옴니채널 구축해야
[현금·종이통장 없애는 은행] 생존 위해선 옴니채널 구축해야
KB국민· 씨티銀, 현금 없는 지점 운영… 2022년, 18~24세 은행 방문 연 2회 예상 KB국민은행은 ‘KB맑은하늘적금’에 가입할 때 종이통장을 발급받지 않거나, 영업점 디지털 창구·인터넷뱅킹으로 가입하면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준다. SC제일·씨티은행 등은 종이통장 대신 전자통장을 이용하는 고객에겐 수수료 감면,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은행 지점에서 종이통장을 줄이는 건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뱅킹 하루 평균 이용 금액은 5조3435억원으로 1년 전(4조518억원)보다 31.9% 늘었다.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 실적 중 모바일뱅킹이 차지하는 비율은 건수 기준으로 62.7%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은행 지점을 이용하는 비율은 8.8%로 1년 전(10.0%)보다 1.2%포인트 줄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5년부터 종이통장 단계적 폐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그중 2단계 방안을 시행 중이다. 신규 거래 고객은 종이통장 미발행이 원칙이지만 60세 이상이거나 고객이 원하면 종이통장을 발행해준다. 2020년 9월이면 마지막 3단계 방안이 시행된다. 새로 거래하는 고객이 종이통장 발행을 요청하면 은행이 통장 발행에 드는 원가(5000~1만8000원) 일부를 고객에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단, 60세 이상 고령 고객은 예외다.
실제로 비대면 거래 증가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종이통장 발급량은 매년 줄고 있다. 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종이통장 발급량은 지난해 총 2865만5157개로 사상 처음 3000만개 아래로 떨어졌다. 발급량이 줄면서 2015년 7월 9%에 불과했던 종이통장 없는 계좌 비율은 지난해 1월 27%로 늘었다. 내년 9월부터 종이통장 유료화되면 통장의 퇴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종이통장 없는 지점’을 시범 운행하고 있다. 씨티은행 서울 마포구 서교동지점은 지난해 6월부터 ‘현금·통장·종이가 없는 디지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씨티은행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을 도와주는 직원은 있지만 일반적인 은행 창구는 아예 없다. KB국민은행이 지난 1월 김포한강신도시에 문을 연 ‘KB디지털금융점’도 현금·서류 없이 운영한다. 입·출금이나 공과금 납부처럼 현금이 오가는 기본 업무는 스마트텔러기기(STM)를 활용한다. 창구 직원은 좀 더 전문적인 상담만 진행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은 이미 종이통장을 없앴다. 미국은 1990년대, 영국은 2000년대 들어 종이통장 발행을 중단했다. 중국은 고객이 별도 요청할 때만 종이통장을 발급하고 있다. 일본의 대형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은 6월 10일부터 신규로 계좌를 개설할 경우 종이 통장을 발행하지 않는다. 국가마다 시기만 다를뿐 변화의 흐름과 방향은 비슷하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자 결제수단 사용이 어려운 노년층과 빈곤층 등 취약계층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이용능력을 나타내는 ‘연령별 디지털정보화역량 수준’에 따르면, 40대 이하의 경우 100%를 넘어섰지만 50대(70.1%)·60대(41.3%)·70대 이상(16.2%)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컴퓨터·모바일 기기 이용의 능력 수준이 낮았다.
금감원과 은행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치 않은 60대 이상이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통장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는다는 예외를 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중장년층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손바닥 출금’ 서비스는 손바닥을 기계 위에 대기만 하면 통장·인감·신분증·비밀번호 없이 돈을 찾을 수 있다. IBK기업은행도 손바닥 정맥으로 실명확인을 하면 입출금통장, 체크카드, 적금 등 상품 가입은 물론 보안카드 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 50여 업무가 가능한 ‘디지털 뱅킹존’을 도입했다.
종이통장 폐지와 디지털 지점 증가는 은행 입장에서는 명(明)과 암(暗)이 존재한다. 먼저 은행의 비용 절감이 되고, 절감된 비용은 모바일·인터넷뱅킹 영역으로의 투자로 이어져 더 많은 고객에게 편의나 혜택을 제공하는 긍정적 순환의 측면이 있다. 반대로 점포와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금도 모바일 중심의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은행들이 구조조정과 점포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의 점포(지점, 출장소 포함)는 2015년 12월 말 4000여 개에서 지난 1분기 3548개로 매년 100여 개씩 줄고 있다. 1분기에는 26개 감소했다. 직원수도 줄었다. 6개 주요 은행의 정규직 직원 수는 1분기 7만3315명으로 지난해 말(7만4294명)보다 979명 줄었다. 문제는 앞으로 은행 방문 고객 수가 줄면서 은행 지점과 직원들의 감소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영국 컨설팅회사 ‘CACI’에 따르면, 은행 고객 한 명이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횟수는 2017년에서 일곱 차례에서 2022년에는 네 차례로 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22년 18~24세의 젊은층의 은행 지점 방문 횟수는 연 2회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은행 점포의 감소세는 맞지만 가파르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재무설계 등이 필요한 고령층이나 고액 자산가, 자영업자 등은 여전히 은행 업무 수요가 많은 편”이라며 “또 수표나 환전, 어음거래 등 실물이 동반되는 거래의 경우에는 지점에서 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3년에 걸쳐 금융소비자조사(SCF)를 한 결과 예금자의 84%가 단순 현금인출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은행 지점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뱅킹을 이용하는 예금자의 70%도 은행 지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은행들이 생존을 위해서는 지점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혜원 연구원은 “온라인, 모바일, 오프라인 어느 플랫폼으로 접근하든 고객 입장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은행 지점을 옴니 채널의 일부로 구현해야 한다”며 “애플 스토어처럼 은행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로 은행 지점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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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점에서 종이통장을 줄이는 건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뱅킹 하루 평균 이용 금액은 5조3435억원으로 1년 전(4조518억원)보다 31.9% 늘었다.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 실적 중 모바일뱅킹이 차지하는 비율은 건수 기준으로 62.7%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은행 지점을 이용하는 비율은 8.8%로 1년 전(10.0%)보다 1.2%포인트 줄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5년부터 종이통장 단계적 폐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그중 2단계 방안을 시행 중이다. 신규 거래 고객은 종이통장 미발행이 원칙이지만 60세 이상이거나 고객이 원하면 종이통장을 발행해준다. 2020년 9월이면 마지막 3단계 방안이 시행된다. 새로 거래하는 고객이 종이통장 발행을 요청하면 은행이 통장 발행에 드는 원가(5000~1만8000원) 일부를 고객에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단, 60세 이상 고령 고객은 예외다.
실제로 비대면 거래 증가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종이통장 발급량은 매년 줄고 있다. 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종이통장 발급량은 지난해 총 2865만5157개로 사상 처음 3000만개 아래로 떨어졌다. 발급량이 줄면서 2015년 7월 9%에 불과했던 종이통장 없는 계좌 비율은 지난해 1월 27%로 늘었다. 내년 9월부터 종이통장 유료화되면 통장의 퇴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영국·중국 등 종이통장 이미 없애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은 이미 종이통장을 없앴다. 미국은 1990년대, 영국은 2000년대 들어 종이통장 발행을 중단했다. 중국은 고객이 별도 요청할 때만 종이통장을 발급하고 있다. 일본의 대형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은 6월 10일부터 신규로 계좌를 개설할 경우 종이 통장을 발행하지 않는다. 국가마다 시기만 다를뿐 변화의 흐름과 방향은 비슷하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자 결제수단 사용이 어려운 노년층과 빈곤층 등 취약계층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이용능력을 나타내는 ‘연령별 디지털정보화역량 수준’에 따르면, 40대 이하의 경우 100%를 넘어섰지만 50대(70.1%)·60대(41.3%)·70대 이상(16.2%)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컴퓨터·모바일 기기 이용의 능력 수준이 낮았다.
금감원과 은행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치 않은 60대 이상이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통장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는다는 예외를 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중장년층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손바닥 출금’ 서비스는 손바닥을 기계 위에 대기만 하면 통장·인감·신분증·비밀번호 없이 돈을 찾을 수 있다. IBK기업은행도 손바닥 정맥으로 실명확인을 하면 입출금통장, 체크카드, 적금 등 상품 가입은 물론 보안카드 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 50여 업무가 가능한 ‘디지털 뱅킹존’을 도입했다.
종이통장 폐지와 디지털 지점 증가는 은행 입장에서는 명(明)과 암(暗)이 존재한다. 먼저 은행의 비용 절감이 되고, 절감된 비용은 모바일·인터넷뱅킹 영역으로의 투자로 이어져 더 많은 고객에게 편의나 혜택을 제공하는 긍정적 순환의 측면이 있다. 반대로 점포와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금도 모바일 중심의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은행들이 구조조정과 점포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의 점포(지점, 출장소 포함)는 2015년 12월 말 4000여 개에서 지난 1분기 3548개로 매년 100여 개씩 줄고 있다. 1분기에는 26개 감소했다. 직원수도 줄었다. 6개 주요 은행의 정규직 직원 수는 1분기 7만3315명으로 지난해 말(7만4294명)보다 979명 줄었다.
애플 스토어처럼 은행 브랜드 강화해야
일각에서는 은행 점포의 감소세는 맞지만 가파르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재무설계 등이 필요한 고령층이나 고액 자산가, 자영업자 등은 여전히 은행 업무 수요가 많은 편”이라며 “또 수표나 환전, 어음거래 등 실물이 동반되는 거래의 경우에는 지점에서 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3년에 걸쳐 금융소비자조사(SCF)를 한 결과 예금자의 84%가 단순 현금인출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은행 지점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뱅킹을 이용하는 예금자의 70%도 은행 지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은행들이 생존을 위해서는 지점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혜원 연구원은 “온라인, 모바일, 오프라인 어느 플랫폼으로 접근하든 고객 입장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은행 지점을 옴니 채널의 일부로 구현해야 한다”며 “애플 스토어처럼 은행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로 은행 지점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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