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부족한 서울] 정부 규제로 공급 감소 우려 커져
[새 아파트 부족한 서울] 정부 규제로 공급 감소 우려 커져
아파트값 꿈틀대자 재개발·재건축 제동 걸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 만지작 “새 아파트 재고가 10여년 새 절반 정도로 급감했다.” vs “서울 아파트 공급은 충분하다.” 서로 다른 서울 아파트 시장 분석이다. 6월 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도심 가치 제고 전략 모색 세미나’를 열고 서울에 새 아파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다음날인 15일 예년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2018~22년 아파트 공급량을 담은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2018~22년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이 연평균 약 4만3000가구로 이전 10년 평균(3만3000가구), 5년 평균(3만2000가구) 대비 32~3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의 발표로 커질 수 있는 공급 부족 불안을 서둘러 진정시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 유형 가운데 시장을 주도하는 아파트 공급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8.03%로 전체 주택(6.22%)의 1.3배 수준이었다. 최근 5년 연평균 상승률로 보면 아파트가 전체(3.54%)의 1.4배 수준인 4.93%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1.91%)과 전체(1.7%) 간에는 12%포인트 차이가 난다. 전체 주택 매매거래량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이 55~60%로 전국(65~70%)보다 작다. 서울 아파트가 적게 거래되면서 가격은 더 많이 끌어올리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격 상승기에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 한두 건 거래로 가격이 오르곤 한다”고 설명했다.
주택 수요자가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 공급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파트 원조는 서울이다. 근 40년 전인 1980년 전국 주택 10가구 중 한 가구도 되지 않던 아파트가 서울에선 5가구 중 하나였다. 2000년 서울에서 아파트가 절반을 넘어섰을 때 전국적으로는 절반에 조금 못 미쳤다. 당시 새로 지어지는 주택 중 아파트가 80~90%를 차지했다. 아파트 공화국인 셈이다.
2010년부터 서울 아파트 비중이 전국보다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7년 기준으로 각각 58.1%, 60.6%다. 서울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일반가구 수는 더 적다. 2017년 비율이 42.3%이고 전국 평균은 49.1%다. 서울에 아파트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서울 전체 주택 수는 2000년의 1.5배로 전국(1.56배)과 별 차이가 없는데 아파트는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2배가 되었지만 서울은 1.7배다.
서울 주택 입주물량에서 아파트보다 다른 주택이 더 많아졌다. 2010년대 들어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 떨어졌다. 2011~17년 전국에서 입주한 주택 중 아파트가 62%인데 서울은 45%다. 공식 통계가 공개된 2005년 이후 전국적으로 입주 물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전국 입주물량 63만 가구 중 아파트가 80%에 가까운 48만 가구였다. 서울 입주물량 7만8000가구 중 아파트는 절반이 조금 넘는 4만4000가구였다. 2014년부터 서울 주택 입주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새 아파트 공급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 공급 속도가 떨어지면서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지은 지 5년 이내 비율이 2005년 23.1%에서 2017년 9.2%로 내려갔다. 같은 기간 물량도 28만여 가구에서 15만여 가구로 줄었다. 낡은 아파트도 많이 남아 있다. 아파트로 개발을 시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40년 전인 1979년 이전 지어진 아파트 중 절반이 그대로 있다. 강남 3구 아파트에 사는 일반가구 열 중 하나가 지은 지 40년 이상 된 아파트에 살고, 준공 30년 이상 거주 가구는 셋 중 하나꼴이다. 지난해 9·13대책 후 서울 아파트값 약세 속에서도 갓 입주한 새 아파트 가격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은 이유다.
정부는 수도권 30만 가구 주택 공급 방안으로 서울에 아파트 3만7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필요한 사업 부지가 200만㎡다. 3만7000가구는 서울 시내 한 해 아파트 입주물량과 비슷하다. 서울에서 신규 택지를 확보해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택지를 추가로 확보하지 않고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추진위를 구성해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사업장에서 계획을 세운 건립 물량이 26만 가구다. 재개발·재건축은 기존의 낡은 단독주택·아파트 등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어서 새 아파트 공급원이 된다. 서울 시내 노후도를 개선하고 주택 순증효과도 크다. 26만 가구는 기존 20만 가구에서 30%가 늘어나는 물량이다. 강남3구에선 기존 5만 가구에서 7만 가구로 40% 증가한다.
정부는 “서울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6곳이 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돼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이 중 98곳이 지난해 착공해 공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2013~17년 5년간 연평균 85곳을 상회하는 수치라고 강조한다.
지난해까지 착공한 단지들은 이전 정부들의 규제 완화 덕을 보며 사업 속도를 낸 곳들이다. 2005~18년 서울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 10가구 중 6가구가 재개발·재건축 단지다. 최근 몇 년간 활발한 사업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2021년까지는 재개발·재건축 단지 비중이 8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새 아파트 공급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 규제 강화 등으로 정비사업이 주춤하고 있다. 2023년 후 서울 아파트 공급 시장을 마음 놓기 힘든 이유다. 규제 강화나 완화 효과는 5~6년 후 입주물량으로 나타난다. 2000년대 중반 7000가구 이상이던 연간 서울 재건축 입주물량이 노무현 정부의 규제 이후 2010년대 들어서는 2000~4000가구로 감소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최근 언급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가 공급 감소를 낳을 수 있다.
김 장관은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공공택지에 시행 중인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금액이나 매입 비용 등 땅값에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쳐 분양가를 정하는 제도다. 특히 서울 도심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선 상한제 가격이 시세보다 많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떨어지는데 누가 주택 사업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새 아파트를 많이 공급하는 게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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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유형 가운데 시장을 주도하는 아파트 공급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8.03%로 전체 주택(6.22%)의 1.3배 수준이었다. 최근 5년 연평균 상승률로 보면 아파트가 전체(3.54%)의 1.4배 수준인 4.93%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1.91%)과 전체(1.7%) 간에는 12%포인트 차이가 난다.
“새 아파트 재고 10여년 새 절반 정도로 급감”
주택 수요자가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 공급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파트 원조는 서울이다. 근 40년 전인 1980년 전국 주택 10가구 중 한 가구도 되지 않던 아파트가 서울에선 5가구 중 하나였다. 2000년 서울에서 아파트가 절반을 넘어섰을 때 전국적으로는 절반에 조금 못 미쳤다. 당시 새로 지어지는 주택 중 아파트가 80~90%를 차지했다. 아파트 공화국인 셈이다.
2010년부터 서울 아파트 비중이 전국보다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7년 기준으로 각각 58.1%, 60.6%다. 서울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일반가구 수는 더 적다. 2017년 비율이 42.3%이고 전국 평균은 49.1%다. 서울에 아파트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서울 전체 주택 수는 2000년의 1.5배로 전국(1.56배)과 별 차이가 없는데 아파트는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2배가 되었지만 서울은 1.7배다.
서울 주택 입주물량에서 아파트보다 다른 주택이 더 많아졌다. 2010년대 들어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 떨어졌다. 2011~17년 전국에서 입주한 주택 중 아파트가 62%인데 서울은 45%다. 공식 통계가 공개된 2005년 이후 전국적으로 입주 물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전국 입주물량 63만 가구 중 아파트가 80%에 가까운 48만 가구였다. 서울 입주물량 7만8000가구 중 아파트는 절반이 조금 넘는 4만4000가구였다. 2014년부터 서울 주택 입주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새 아파트 공급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 공급 속도가 떨어지면서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지은 지 5년 이내 비율이 2005년 23.1%에서 2017년 9.2%로 내려갔다. 같은 기간 물량도 28만여 가구에서 15만여 가구로 줄었다. 낡은 아파트도 많이 남아 있다. 아파트로 개발을 시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40년 전인 1979년 이전 지어진 아파트 중 절반이 그대로 있다. 강남 3구 아파트에 사는 일반가구 열 중 하나가 지은 지 40년 이상 된 아파트에 살고, 준공 30년 이상 거주 가구는 셋 중 하나꼴이다. 지난해 9·13대책 후 서울 아파트값 약세 속에서도 갓 입주한 새 아파트 가격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은 이유다.
정부는 수도권 30만 가구 주택 공급 방안으로 서울에 아파트 3만7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필요한 사업 부지가 200만㎡다. 3만7000가구는 서울 시내 한 해 아파트 입주물량과 비슷하다. 서울에서 신규 택지를 확보해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택지를 추가로 확보하지 않고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추진위를 구성해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사업장에서 계획을 세운 건립 물량이 26만 가구다. 재개발·재건축은 기존의 낡은 단독주택·아파트 등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어서 새 아파트 공급원이 된다. 서울 시내 노후도를 개선하고 주택 순증효과도 크다. 26만 가구는 기존 20만 가구에서 30%가 늘어나는 물량이다. 강남3구에선 기존 5만 가구에서 7만 가구로 40% 증가한다.
정부는 “서울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6곳이 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돼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이 중 98곳이 지난해 착공해 공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2013~17년 5년간 연평균 85곳을 상회하는 수치라고 강조한다.
지난해까지 착공한 단지들은 이전 정부들의 규제 완화 덕을 보며 사업 속도를 낸 곳들이다. 2005~18년 서울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 10가구 중 6가구가 재개발·재건축 단지다. 최근 몇 년간 활발한 사업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2021년까지는 재개발·재건축 단지 비중이 8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후 수급 불안 전망
김 장관은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공공택지에 시행 중인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금액이나 매입 비용 등 땅값에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쳐 분양가를 정하는 제도다. 특히 서울 도심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선 상한제 가격이 시세보다 많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떨어지는데 누가 주택 사업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새 아파트를 많이 공급하는 게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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