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가 만난 사람(28) 표시형 열정에기름붓기 대표] 세상에 필요한,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
[이필재가 만난 사람(28) 표시형 열정에기름붓기 대표] 세상에 필요한,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
콘텐트·커머스·소셜살롱이 수익모델 3축... 페이스북 팔로우어 66만여 명 “삶이 달라지는 경험을, 저와 같은 처지의 부모들에게 겪게 해 주고 싶었어요. 법을 어긴 건 잘못이지만 그래도 저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소아당뇨를 앓는 아이를 살리려다 범법자가 된 엄마 김미영씨는 짧은 동영상 속에서 부끄럽지 않다고 당당히 말했다. 아이를 살리려면 연속혈당측정기가 있어야 하지만 이 의료기기를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해 사용하려면 영어 능력과 IT 지식이 필요했다. 그 도움이 필요한 환자 가족들을 위한 작은 선행은 식약처에 의해 불법 행위로 규정돼 결국 그는 검찰에 송치됐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이 평범한 엄마의 영상에 언론은 주목했고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기기 산업의 낡은 관행과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봄에서 여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이 영상은 동기 부여 콘텐트를 만드는 스타트업 ‘열정에기름붓기’가 만들었다. 모바일 세상에서 바이럴 돼 200만회 이상 조회됐다. ‘누구나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는 슬로건을 내건 열정에기름붓기는 이 영상을 이런 자막으로 맺는다. ‘작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가 시작한 일이)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표시형 열정에기름붓기 대표는 이 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킨 건 “김미영씨의 진정성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문제적인 상황에 대해 법과 제도의 한계에 맞서 제대로 문제 제기를 한 겁니다. 당사자의 진정성이 콘텐트에 녹아 있는 거죠. 평범한 개인이 보인 비범한 문제의식이 세상을 바꾼 사례입니다.”
열정에기름붓기의 목표는 ‘세상을 바꾼다’이다. 표 대표는 “다소 거창해 보이지만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1그램의 무게만큼은 세상을 바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정표들이 몇개 있습니다. 회사의 ‘전설’이 된 김영미 씨 영상도 그중 하나죠. 사회 초년생 시절 열정에기름붓기의 콘텐트를 보고 용기를 내 도전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회사가 지난 6년여 동안 만든 영상 콘텐트는 SNS 누적 조회 수가 1억회에 이른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매주 약 250만 회의 도달을 기록 중이다. ‘노력파가 천재를 이길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 같은 콘텐트도 있고, ‘카톡 안 읽는 사람들의 속마음’ 동영상은 조회 수가 50만회에 이른다. 이 회사는 SNS를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페이스북의 열정에기름붓기 페이지 팔로우어는 66만여 명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우어는 약 22만 명이다.
서울 서교동의 큰 주택을 리모델링한 사무실에서는 소셜 살롱 ‘크리에이터 클럽’의 오프라인 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곳엔 이 클럽 멤버 소유의 스탠드 망원경이 있다. 이 멤버가 속한 그룹은 한 달에 한 번씩 여기서 만나 테라스에서 달을 관찰한다. 이때 달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3개월 단위로 개설되는 이 클럽의 프로젝트 참여자를 모집하는 영상의 카피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매력적인 사람들과’이다. 이 회사가 제안하는 크리에이터 수칙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그것을 위해 나아간다” “판단과 행동의 기준을 ‘나’로 둔다” 같은 것들이다. 동기 부여 및 자기 계발 콘텐트를 주로 만들어온 이 회사는 ‘모두가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콘텐트’를 표방한다. 크리에이터 클럽은 나답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이 디자인되는 공간, 열정에기름붓기 미디어는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을 담은 콘텐트가 공유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 회사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툴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자처한다. “저마다 자신이 꿈꾸는 자기다운 삶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맛봤으면 합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인서울’ 대학에 가려 했고 대학을 다니는 동안 스펙 잘 쌓아 남들이 선망하는 회사에 들어가려 했지만 그렇게 해서 취업이 되면 과연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자기 주도적인 삶이 아니라 기업 오너가 원하는 인생을 살겠죠. 반면 크리에이터 클럽에 온 사람들은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어울려 특별한 경험을 하는 동안 다들 즐거워합니다.”
이 회사는 석 달 쓰는 다이어리를 판매하는 커머스 사업도 한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활동을 이 다이어리에 글로 남기는 습관을 들이라고 부추긴다. 미디어(콘텐트), 다이어리, 크리에이터 클럽이 이 회사 사업의 세 축이다. ‘나다움’이라는 이 회사 고객들의 정체성 구축을 지원하는 삼각편대다. 이 회사 사람들은 크리에이터 클럽이 모이는 공간을 거실이라고 부른다. 이 공간의 주 이용자인 2030세대는 대부분 성장한 후엔 거실 생활을 한 경험이 없다. 원룸이나 고시텔 등에 살았기 때문이다. 편하게 만나 생각과 근황을 나눌 만한 공간이 없는 또래집단, 광장보다 친밀한 공간을 잃어버린 세대이다. 이 회사는 이들 세대가 모이는 허브이자 구심점이 되려 한다. “열정에 기름붓기 콘텐트를 통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일기 쓰듯 하루의 생각과 활동을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한편 오프 모임에 나와 다른 멤버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도우려는 거예요. 나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인간 본능을 유지시키는 도우미인 셈이죠. 사람은 원해서 태어나지는 않지만 살아갈 이유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축복 받은 존재입니다.”
열정에기름붓기는 기업의 협찬을 받아 해당 기업의 사회적책임활동(CSR)을 소개하는 영상, 책 소개 영상 등 유가 콘텐트도 제작한다. 그러다 유가 콘텐트 만드느라 정작 만들고 싶은 우리 회사만의 메시지 소구력이 약해지는 거 아니냐는 자성을 하게 됐다. 반년가량 매출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고유의 콘텐트 제작에 치중하던 시절 나온 게 김미영씨 영상이다. “자신의 스토리를 알리고 싶다면서 큰 돈을 제안하는 사람이 있지만 거절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진정성 있게 보이도록 우리가 영상을 편집할 수는 있지만 진정성이 떨어지는 이런 메시지가 여론에 영향을 미치면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봅니다. 말 잘하고 미디어를 장악한 사람들보다 문제에 대해 잘 아는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 여론 형성을 주도하도록 우리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회사는 그러나 소셜 벤처는 아니다. 엄연히 영리를 좇는 영리 기업이다. 표 대표는 “현대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만큼 당연히 사회공헌 활동을 병행하겠지만 앞으로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스타트업은 단기간에 빨리 성장해야 합니다. CSR 콘텐트 제작을 중단했던 것도 이윤 동기에서입니다. 자칫 우리가 하는 본질적 비즈니스가 위태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지금은 기업 콘텐트를 포함해 미디어 매출보다 커머스와 크리에이터 클럽 쪽 매출 비중이 더 크다. SNS 플랫폼에 둥지를 튼 건 장점도 있지만 리스크도 크다. 콘텐트 제작으로 시작해 커머스와 오프라인 비즈니스로 영토를 확장한 건 그 자체가 진화일뿐더러 회사의 독립성 강화에도 도움이 됐다. 표 대표는 브랜드 밸류를 유지하면 플랫폼이 바뀌어도 고객이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우리 사회의 어떤 니즈를 읽은 걸까? “니즈를 읽었다기보다 24세~30세인 우리 팀원(구성원)들이 당사자로서 스스로 느낀 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중입니다.” 표 대표는 열정에기름붓기 식 콘텐트 경영 내지는 스토리텔링 경영을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메이커라면 새 모델을 출시할 때 왜 그 모델로 결정됐는지, 내부에서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모델인지 스토리텔링하는 겁니다. 손으로 쓰는 열정에기름붓기 다이어리는 3개월용입니다. 석 달에 한 번씩 표지를 공개하지 않고 사전 판매를 하는데 연간 네이버 쇼핑몰 다이어리 판매 1위를 유지하죠. 때로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 판매를 늘려야 할 거 같으니 많이 구매하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힙니다. 내부 사정을 외부 고객에게 알리는 마케팅이죠. 앞으로 이런 방식의 경영이 늘어날 거로 봅니다. 가령 아파트 건설사가 분양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해당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거예요. 기업의 구성원인 내부 고객과 외부 고객의 경계도 점차 모호해질 겁니다.”
이 회사는 2014년 초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재학생 두 사람이 맨주먹으로 일군 스타트업이다. 표 대표와 이재선 전 공동 대표는 카페에 자리잡고 노트북으로 20대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스토리를 정리해 SNS에 올렸다. 그해 카드형 콘텐트를 국내 최초로 시도해 일반화시켰다. 가십성 콘텐트가 범람하는 SNS 플랫폼에서 지식형 콘텐트로 미디어 자리를 굳혔다고 자부한다. 창업 후 3년간은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했다. 수익모델을 찾은 2017년 이래 이 회사는 해마다 두 배로 성장했다. 올해도 지난해 대비 두 배 성장을 전망한다. 콘텐트, 커머스, 소셜 살롱 세 사업 모두 손익분기점을 통과했고, 최근 투자 유치도 했다. 현재 구성원은 표 대표를 포함해 모두 9명이다. 문과생밖에 없다가 얼마 전 개발자 한 사람이 합류했다. 지역에 크리에이터 클럽의 지점을 내려 지금 크리에이터 클럽 지점장을 채용 중이다. 표 대표는 “온라인 시대 오프라인은 경험을 소비하는 장으로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의 핵심 역량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에너지다. 이 회사 세 가지 사업은 모두 세상에 없던 것들이다. 소셜 살롱 크리에이터 클럽도, 세상이 필요로 하고 이 회사 구성원들도 즐길 수 있을 거 같아 과감하게 론칭해 성공을 거뒀다. 크리에이터 클럽 회원은 1300명에 이르는데 시즌마다 20%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콘텐트를 만들 때는 나의 결핍을 인정하고 드러내야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결핍이야말로 우리 힘이죠. 나답게 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디자인 툴을 만드는 열정에기름붓기맨들은 반항정신으로 무장한 언더독들이에요.”
표 대표는 “우리 시대엔 남이 앞서 내린 정의들에 대해 회의해 보고 나름대로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볼 때 보편적인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저마다 나다운 성공과 나다운 행복이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정의한 나다운 삶을 살아낼 때 우리 삶이 위대해 진다고 믿어요.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 우리는 레퍼런스를 찾지 않습니다. 우리가 창출한 비즈니스가 누군가에게 레퍼런스가 될 거라는 생각으로 도전하죠.”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영상은 동기 부여 콘텐트를 만드는 스타트업 ‘열정에기름붓기’가 만들었다. 모바일 세상에서 바이럴 돼 200만회 이상 조회됐다. ‘누구나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는 슬로건을 내건 열정에기름붓기는 이 영상을 이런 자막으로 맺는다. ‘작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가 시작한 일이)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표시형 열정에기름붓기 대표는 이 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킨 건 “김미영씨의 진정성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문제적인 상황에 대해 법과 제도의 한계에 맞서 제대로 문제 제기를 한 겁니다. 당사자의 진정성이 콘텐트에 녹아 있는 거죠. 평범한 개인이 보인 비범한 문제의식이 세상을 바꾼 사례입니다.”
열정에기름붓기의 목표는 ‘세상을 바꾼다’이다. 표 대표는 “다소 거창해 보이지만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1그램의 무게만큼은 세상을 바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정표들이 몇개 있습니다. 회사의 ‘전설’이 된 김영미 씨 영상도 그중 하나죠. 사회 초년생 시절 열정에기름붓기의 콘텐트를 보고 용기를 내 도전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회사가 지난 6년여 동안 만든 영상 콘텐트는 SNS 누적 조회 수가 1억회에 이른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매주 약 250만 회의 도달을 기록 중이다. ‘노력파가 천재를 이길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 같은 콘텐트도 있고, ‘카톡 안 읽는 사람들의 속마음’ 동영상은 조회 수가 50만회에 이른다. 이 회사는 SNS를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페이스북의 열정에기름붓기 페이지 팔로우어는 66만여 명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우어는 약 22만 명이다.
서울 서교동의 큰 주택을 리모델링한 사무실에서는 소셜 살롱 ‘크리에이터 클럽’의 오프라인 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곳엔 이 클럽 멤버 소유의 스탠드 망원경이 있다. 이 멤버가 속한 그룹은 한 달에 한 번씩 여기서 만나 테라스에서 달을 관찰한다. 이때 달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3개월 단위로 개설되는 이 클럽의 프로젝트 참여자를 모집하는 영상의 카피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매력적인 사람들과’이다. 이 회사가 제안하는 크리에이터 수칙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그것을 위해 나아간다” “판단과 행동의 기준을 ‘나’로 둔다” 같은 것들이다.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툴을 만드는 스타트업
이 회사는 석 달 쓰는 다이어리를 판매하는 커머스 사업도 한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활동을 이 다이어리에 글로 남기는 습관을 들이라고 부추긴다. 미디어(콘텐트), 다이어리, 크리에이터 클럽이 이 회사 사업의 세 축이다. ‘나다움’이라는 이 회사 고객들의 정체성 구축을 지원하는 삼각편대다. 이 회사 사람들은 크리에이터 클럽이 모이는 공간을 거실이라고 부른다. 이 공간의 주 이용자인 2030세대는 대부분 성장한 후엔 거실 생활을 한 경험이 없다. 원룸이나 고시텔 등에 살았기 때문이다. 편하게 만나 생각과 근황을 나눌 만한 공간이 없는 또래집단, 광장보다 친밀한 공간을 잃어버린 세대이다. 이 회사는 이들 세대가 모이는 허브이자 구심점이 되려 한다. “열정에 기름붓기 콘텐트를 통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일기 쓰듯 하루의 생각과 활동을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한편 오프 모임에 나와 다른 멤버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도우려는 거예요. 나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인간 본능을 유지시키는 도우미인 셈이죠. 사람은 원해서 태어나지는 않지만 살아갈 이유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축복 받은 존재입니다.”
열정에기름붓기는 기업의 협찬을 받아 해당 기업의 사회적책임활동(CSR)을 소개하는 영상, 책 소개 영상 등 유가 콘텐트도 제작한다. 그러다 유가 콘텐트 만드느라 정작 만들고 싶은 우리 회사만의 메시지 소구력이 약해지는 거 아니냐는 자성을 하게 됐다. 반년가량 매출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고유의 콘텐트 제작에 치중하던 시절 나온 게 김미영씨 영상이다. “자신의 스토리를 알리고 싶다면서 큰 돈을 제안하는 사람이 있지만 거절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진정성 있게 보이도록 우리가 영상을 편집할 수는 있지만 진정성이 떨어지는 이런 메시지가 여론에 영향을 미치면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봅니다. 말 잘하고 미디어를 장악한 사람들보다 문제에 대해 잘 아는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 여론 형성을 주도하도록 우리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회사는 그러나 소셜 벤처는 아니다. 엄연히 영리를 좇는 영리 기업이다. 표 대표는 “현대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만큼 당연히 사회공헌 활동을 병행하겠지만 앞으로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스타트업은 단기간에 빨리 성장해야 합니다. CSR 콘텐트 제작을 중단했던 것도 이윤 동기에서입니다. 자칫 우리가 하는 본질적 비즈니스가 위태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지금은 기업 콘텐트를 포함해 미디어 매출보다 커머스와 크리에이터 클럽 쪽 매출 비중이 더 크다. SNS 플랫폼에 둥지를 튼 건 장점도 있지만 리스크도 크다. 콘텐트 제작으로 시작해 커머스와 오프라인 비즈니스로 영토를 확장한 건 그 자체가 진화일뿐더러 회사의 독립성 강화에도 도움이 됐다. 표 대표는 브랜드 밸류를 유지하면 플랫폼이 바뀌어도 고객이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우리 사회의 어떤 니즈를 읽은 걸까? “니즈를 읽었다기보다 24세~30세인 우리 팀원(구성원)들이 당사자로서 스스로 느낀 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중입니다.”
스토리텔링 경영을 도입하라
이 회사는 2014년 초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재학생 두 사람이 맨주먹으로 일군 스타트업이다. 표 대표와 이재선 전 공동 대표는 카페에 자리잡고 노트북으로 20대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스토리를 정리해 SNS에 올렸다. 그해 카드형 콘텐트를 국내 최초로 시도해 일반화시켰다. 가십성 콘텐트가 범람하는 SNS 플랫폼에서 지식형 콘텐트로 미디어 자리를 굳혔다고 자부한다. 창업 후 3년간은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했다. 수익모델을 찾은 2017년 이래 이 회사는 해마다 두 배로 성장했다. 올해도 지난해 대비 두 배 성장을 전망한다. 콘텐트, 커머스, 소셜 살롱 세 사업 모두 손익분기점을 통과했고, 최근 투자 유치도 했다. 현재 구성원은 표 대표를 포함해 모두 9명이다. 문과생밖에 없다가 얼마 전 개발자 한 사람이 합류했다. 지역에 크리에이터 클럽의 지점을 내려 지금 크리에이터 클럽 지점장을 채용 중이다. 표 대표는 “온라인 시대 오프라인은 경험을 소비하는 장으로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의 핵심 역량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에너지다. 이 회사 세 가지 사업은 모두 세상에 없던 것들이다. 소셜 살롱 크리에이터 클럽도, 세상이 필요로 하고 이 회사 구성원들도 즐길 수 있을 거 같아 과감하게 론칭해 성공을 거뒀다. 크리에이터 클럽 회원은 1300명에 이르는데 시즌마다 20%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콘텐트를 만들 때는 나의 결핍을 인정하고 드러내야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결핍이야말로 우리 힘이죠. 나답게 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디자인 툴을 만드는 열정에기름붓기맨들은 반항정신으로 무장한 언더독들이에요.”
표 대표는 “우리 시대엔 남이 앞서 내린 정의들에 대해 회의해 보고 나름대로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볼 때 보편적인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저마다 나다운 성공과 나다운 행복이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정의한 나다운 삶을 살아낼 때 우리 삶이 위대해 진다고 믿어요.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 우리는 레퍼런스를 찾지 않습니다. 우리가 창출한 비즈니스가 누군가에게 레퍼런스가 될 거라는 생각으로 도전하죠.”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임박 소식에 방산株·ETF ‘와르르’
2성공적 마무리 KGMA, 'K-팝 시상식' 패러다임 바꿨다
3서울신라호텔, 프랑스 파리서 한국 대표로 한식 알렸다
4금투협 “11월 금통위 기준금리, 시장참여자 83%가 동결 예상”
5비트코인, 10만 달러 앞두고 '하락세'…9만 4000달러선 하회
6삼성운용, KODEX 미국S&P500TR 순자산 2조 돌파 이벤트
7"트럼프, 취임 첫날 멕시코·캐나다 제품에 25% 관세"
8기아, ‘더 뉴 EV6 GT’ 계약 개시
9엔비디아 주가 4% 이상 하락…美 반도체 수출 제한 우려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