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성 고정관념 지난 70년 동안 크게 달라졌지만 실질적인 사회 격차는 여전해 요즘 미국인 대다수는 남성과 여성의 지능 수준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지난 70년 동안의 성 편견과 고정관념을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현재 여성은 최소한 남성과 동등하게 유능할 수 있다고 인식된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감정적이며 예민하다는 관념은 같은 기간에 더 강해졌다.
1946년부터 2018년 사이에 남성과 여성의 지능과 유능함을 보는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논문 저자들이 인용한 1946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똑똑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35%에 머물렀다. 나머지 대다수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2018년 여론조사에선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다. 남성과 여성의 지능 수준이 똑같다고 응답한 비율이 86%였다. 또 여성이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9%지만 남성이 더 똑똑하다고 믿는 비율은 5%였다.
일반적으로 사람에 대한 인식은 세 가지 영역에서 이뤄진다. 첫째는 교감이다. 남성과 여성이 얼마나 온정적이고, 감정적이며, 예민해 보이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작인이다. 의도, 욕구 혹은 정신적 상태로 인해 일어나는 행위의 발현으로 야망과 공격성의 수준과 관련 있다. 셋째는 감지되는 능력이다. 얼마나 똑똑하고 창의적으로 보이느냐는 것이다.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지금은 여성이 70년 전보다 교감력이 더 강하다고 인식된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는 남성과 여성이 자신의 느낌을 달리 표현한다고 생각했다(여성이 훨씬 더 예민하게 표현한다는 뜻이다). 그중 58%는 서로 교류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고 답했고, 42%는 생물학적인 이유에서 그런 차이가 비롯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작인 영역에서는 70년 전과 비슷하게 남성이 여성보다 더 강하다고 인식된다. 노동 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940년대보다 크게 높아졌지만 여성은 여전히 집안일의 대부분을 떠맡는다. 그와 달리 남성은 고용 상태를 유지하며 더 오랜 시간 일하고, 더 높은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남성이 야망과 공격성이 더 강하다는 인식이 강해지는 듯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심리학 학술지 아메리칸 사이콜로지스트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기존의 여론조사 결과 16건을 분석했다. 1946~2018년 미국 전체 표본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로서 전체 응답자가 3만93명이었다. 노동 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950년 32%에서 2018년 57%로 높아졌다. 동시에 노동 인구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82%에서 69%로 줄었다. 아울러 같은 기간 여성은 남성보다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더 많이 받았다.
논문의 주 저자인 앨리스 이글리 노스웨스턴대학 심리학 교수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이 여성과 남성을 달리 인식하면서 성 고정관념이 바뀐다는 것을 우리 연구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연구는 여성이 남성의 특징을 취하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여성이 남성처럼 자기주장이 강하고 공격적이며 야심적으로 변하진 않았다는 뜻이다. 또 대다수는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유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점도 중요하다(그러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성이 더 유능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글리 교수는 더 많은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더 많은 특성을 조사했더라면 이 연구의 결론이 더 탄탄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고용주가 직원을 채용할 때 이 연구 결과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글리 교수는 “누구나 그렇듯이 고용주도 성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지만 그런 관념이 부당할 수 있다는 쪽으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별 집단에 관한 고정관념이 개인의 특성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권운동이 시작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성이 겪는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과 관련해 이글리 교수는 “여성은 리더십 역할과 관련해 많은 장애물에 부닥친다”고 설명했다. “리더는 반드시 적극적이고 권위적이어야 한다는 관념 때문이다. 여성은 지나치게 위압적이라는 ‘반발’을 사지 않고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추가적인 부담을 갖는다. 또 여성이 가사와 자녀 양육에 할애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남성의 두 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여성은 모범적인 직장인인 동시에 모범적인 어머니·주부가 돼야 한다는 심적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산하 세계 여성 리더십 연구소의 로라 존스 연구원(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은 “이 논문의 요점은 지금도 우리가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임금과 승진에 관한 결정이 유능함과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은 야망과 자기 홍보 같은 작인적 특성을 보상해주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흔히 그런 특성을 유능함이라고 착각한다.”
존스 연구원은 세월이 변하면서 여성이 더욱 교감적이라고 인식된다는 사실이 이 논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사실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남성과 여성의 지능 수준이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이 드물고 심지어 그런 발언이 용납되지 않는 시대가 됐지만 남성과 여성의 고유한 핵심 ‘특성’이 다르다는 믿음은 더욱 굳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고정관념이 특히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남성에 관한 고정관념도 남성에게 피해를 주며 무엇보다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의 교육 성취도 수준이 남성과 똑같거나 더 높으며, 노동 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지만 가사 분담의 성별 격차는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남성과 여성이 갖는 일자리의 종류가 다를뿐더러 리더십에서도 남성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다.”
존스 연구원은 “수십 년에 걸친 여권운동에도 여전히 그처럼 성별 격차가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남성과 여성의 선택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에 따라 남녀 간 ‘특성’의 차이에 관한 믿음이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선택이 우리가 몸담은 직장과 사회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이 무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직장인의 출산·육아 휴직이 보장되지 않으며 육아와 조기 교육에 할애되는 공공 지출도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약 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그런 선택을 강요한다. 직장 문화도 선택을 좌우한다. 미국 직장인의 근무 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는 사실이 전통적인 성별 역할을 고착화할 수 있다. 늦게 퇴근하는 배우자를 둔 여성은 자신의 근무 시간을 줄여 임금을 적게 받거나 아예 직장을 그만두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존스 연구원은 성별 역할의 현상태를 유지하는 구조가 좀 더 미묘해지고 눈에 덜 띄도록 변했지만 본질은 여전히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연구가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구미 국가에선 남자가 ‘1과 1/2의 가계 소득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모델이 흔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 직장 문화와 사회 인프라가 그런 개념에 반대한다. 따라서 연구 대상을 다른 나라로 확대하면 결과가 이번과 달리 나타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9년 8월 12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각국 정부가 제출한 美의약품 수입에 대한 의견은?[제약·바이오 해외토픽]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NC 다이노스, 연고지 이전 가능성 시사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성황리 마친 사전투표…전문가들 “최종 투표율 지난 대선과 비슷”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GAIC2025]“성장 원한다면 중동 주식시장으로…상장 적극 고려해야”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코로나 대유행 비상...주목해야 할 국내 기업 톱3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