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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왜 직원 10만 명 재교육할까

아마존 왜 직원 10만 명 재교육할까

미래의 모든 일자리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 역량 요구하며 벽돌공·간호사·페인트공 모두 그 영향 받기 때문
아마존은 직원들을 대학에서 교육하지 않고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 사진:STEVEN SENNE-AP/YONHAP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최근 근로자 10만 명(미국 인력 중 3분의 1)을 대상으로 하는 신기술 재교육에 7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많이 예고됐던 근로의 미래가 한창 진행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다.

아마존의 동기와 목표를 파악하려는 정책입안자·애널리스트·학자들은 대외홍보 수단 또는 미국 경제 인력난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분석했다. 통상적인 재교육과 투자로 간주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반응에는 그것이 다른 나머지 근로자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빠져 있다. 와해성 혁신 기술의 전문가 입장에서 아마존 발표가 던지는 주요 메시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것이라고 본다. 미래의 일자리는 STEM 분야 즉 과학·기술·공학·수학에서 적어도 어느 정도의 역량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변화에 대비하는 데 아마존 같은 기업이 앞장서도록 맡겨둬야 옳을까?

아마존은 재교육 프로그램의 논리를 아주 꼼꼼하게 설명했다. 자체 인력 데이터뿐 아니라 공개적으로 발표된 노동통계를 바탕으로 지난 5년간 회사에서 급증하는 기술직·비기술직 일자리를 공개했다. 기술직 일자리는 흔히 예상하듯 데이터 과학자와 네트워크 개발 엔지니어 등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비기술적 일자리라며 지목한 프로그램 관리자, 사업 분석가, 마케팅 전문가의 직무 명세였다. 이런 일자리가 지금은 STEM 분야에서 숨 막힐 정도의 숙련도를 요구한다.

예컨대 10년 전에는 한 청년이 육체적 능력만으로 아마존 배송시설이나 대학 학위로 인사과에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일자리를 얻으려면 로봇과 함께 배송품을 효율적으로 운반하는 법이나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력서를 선별하는 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술적·비기술적 일자리의 경계선 붕괴는 전체 노동력에 대한 극적인 변화의 신호이며 근로의 기본 구조와 성격을 바꿔놓을 것이다. 과거엔 STEM 일자리가 더 고소득을 얻는 승진 가도라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지금은 벽돌 쌓기와 간호부터 방사선 기술과 페인트칠까지 모든 직종이 STEM 일자리다. 향후 수십 년 동안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지 않거나 나아가 관리자로 모시지 않는 일자리를 찾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가장 급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가 인간-로봇 상호작용과 코봇(co-bots)으로 알려진 협력 로봇의 개발이다. 요점은 운 좋게 인공지능 탑재 로봇으로 대체되는 운명을 피한 사람이라도 로봇과 함께 또는 그 밑에서 일하는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산업 4.0’으로도 알려진 근로의 미래는 과거의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자동화·빅데이터·사물인터넷·인공지능·블록체인·무인기·5G의 형태를 띠는 기술혁신이 이끌어간다. 향후 몇 년 사이 특히 자동화·인공지능과 관련해 직무기술의 불일치가 급속히 대두되리라고 기업계 지도자들은 예상한다. 이런 기술의 응용이 특정 업종에서 더 두드러지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은 없으리라는 점이다. 기술적 숙련도는 이제 기본 조건이며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낙오될 위험성이 크다.

아마존은 직원 10만 명을 대상으로 신기술을 재교육할 계획이다. / 사진:LINDSEY WASSON-REUTERS/YONHAP
근로자가 이런 도전과제에 대비하도록 하는 책임을 누가 맡아야 할까? 기본적으로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게 아마존의 답변이다. 아마존의 발표 중 더 의미심장한 측면 중 하나는 ‘아마존 기술 아카데미’와 ‘머신러닝대학’ 등의 자체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원을 재교육한다는 계획이었다.

대학과 칼리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구글 같은 다른 기업들도 비슷하게 전통적인 교육기관 이외의 파트너들에게 의존해 자신들의 교육수요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한다. 기업 대학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다가오는 노동시장의 과제 대처에는 고등교육이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지금으로선 고등교육이 현재가 아니라 지난 산업혁명에 맞춰 설계됐다는 점이다. 대학과 칼리지가 학위를 제공하는 데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린다. 학사 학위의 평균 수료 기간이 5년이다. 너무 느리다.

젊은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올가을 대학에 입학해 2024년 졸업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시점에 가선 인공지능이 파이선 같은 복잡한 컴퓨터 언어를 이용해 코딩이 가능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한다. 그가 졸업할 무렵에는 일자리를 두고 인간뿐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값싼 인공지능 로봇과도 경쟁해야 할 것이다. 고등교육이 더 뛰어난 적응성과 혁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업계가 계속 독자적으로 앞장서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 교육 프로그램이 근로의 미래에 참여하는 토대이자 근로자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를 우리가 원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아마존 같은 조직들이 확대되는 독점적 위협을 상징한다는 우려의 근거는 충분하다. 이런 조직들이 교육까지 독점하는 건 우리 모두 원치 않는다고 본다. 또는 한 기업의 단기적인 사업 수요에 부응하는 방식에만 재교육 노력의 초점을 맞추는 것도 마찬가지다.

업계가 일익을 담당해야 하지만 고등교육이 그 토대가 돼야 한다.

- 스콧 F. 래텀



※ [필자는 매사추세츠대학(로웰) 전략관리학 부교수다. 이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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