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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슈퍼바이러스가 테 러에 사용된다면…

인공 슈퍼바이러스가 테 러에 사용된다면…

합성생물학은 인류에 많은 혜택 줄 수 있지만 사악한 의도로 사용되면 대량살상 무기 제조에 쓰일 수도 있어
사진:GETTY IMAGES BANK
올해도 미국은 잇따른 총기 난사 사건으로 크게 동요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위협이 가까운 장래에 닥칠 수 있다. 총기 난사보다도 훨씬 더 광범위한 인명 손실을 초래할 잠재력을 가진 위협이다. 세계적인 규모로 인간을 감염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슈퍼바이러스를 말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롭 레이드는 그런 위협이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생물학과 공학을 융합해 인공적인 생물 시스템을 만드는 학문이다. 유전자 변형 작물부터 주문 제조한 바이러스까지 그 결과물은 다양하다.

레이드에 따르면 합성생물학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놀라운 속도와 효율성으로 병원체의 DNA를 변형시키면서 바이러스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는 기후변화의 해결책과 수명 연장의 돌파구 등을 찾는 문제에서 DNA 변형을 유익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합성생물학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거기엔 어두운 면이 있다.”

레이드는 만약 이 기술이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전례 없는 규모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무기가 사용되면 국소적인 테러 행위와는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2014년 말레이시아항공 370편의 격추나 지난 8월 미국 텍사스주 서부 국경도시 엘패소의 월마트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이 부상하거나 사망했지만 합성생물 무기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십억 명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의학센터와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각각 실험실에서 조류인플루엔자의 일종인 ‘H5N1’ 바이러스의 변종을 만들었다. 자연 상태의 H5N1은 치사율이 100%에 가깝지만 가금류만 감염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도 감염되도록 만들었다. 그들의 목적은 앞으로 자연에서 유기적으로 극단적인 바이러스가 생성될 경우에 대비해 그런 상황을 선제적으로 연구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 생물안보를 위한 국가자문위원회(NSABB)’의 폴 케임 위원장(미생물유전학자)은 “나로선 이보다 더 무서운 다른 병원체를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이래 획기적인 DNA 편집 도구 크리스퍼(CRISPR)가 개발되면서 이런 형태의 유전자 변형이 훨씬 더 쉽고 저렴하게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실험실과 달리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수백 명이 그 작업에 매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레이드는 “10년 전만해도 생물학 분야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준의 유전자 편집이 이제는 작은 방 하나와 똑똑한 대학원생 두어명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작업이 간편할 뿐 아니라 퍼뜨리기도 아주 쉽다. 다음과 같은 기술적 발전 상황을 생각해 보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약 1만 개의 염기서열로 구성된다. 그 코드를 옮겨 적으면 종이 몇 장이면 족하다. 하지만 네덜란드 과학자들이 강화된 변종 H5N1 바이러스를 만들기 위해 개발한 유전자 코드는 그보다 훨씬 더 짧다. 예를 들어 포스트잇 메모지 하나에 전부 담을 수 있을 정도다.

레이드가 상상하는 악몽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야심만만한 바이러스학자가 널리 알려진 유전자 편집 기술로 실험실에서 슈퍼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 나쁜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순수 연구 목적이다.

수두보다 전염성이 10배나 더 강하고,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10배나 더 치명적인 병원체다. 하지만 잠복기는 매우 길다. 예를 들어 10개월이나 된다고 치자. 그럴 경우 증상이 처음 나타나기도 전에 전 세계가 그 슈퍼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그 후 해커가 그 과학자의 컴퓨터에 침입해 슈퍼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를 훔친다. 생물무기의 청사진인 이 간단하면서도 치명적인 데이터가 인터넷에 떠다니면서 P2P 파일 전송 사이트에서 교환되거나 다크웹에서 판매된다. 결국 그 코드가 불량국가나 사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나 생물무기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간다.

그들은 그 코드로 수백만 명을 감염시킬 수 있는 병원체를 제조한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경우 바로 우리 몸이 집단 테러를 위한 도구가 된다.

현재로선 그런 코드를 바탕으로 바이러스 제조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레이드가 지적하듯 앞으로 10~20년 안에 DNA 합성기가 대학, 또는 심지어 고등학교의 생물 실험실에까지 보급될 수 있다. 사실상 누구나 그 코드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학자와 전문가들은 이런 위험의 파급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대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염성이 아주 강한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면 우리 세계는 “생명과학의 적대적인 악용”에 취약해진다고 영국 웨스트요크셔 소재 브래드포드대학 산하 군축연구센터의 연구자들이 지적했다. 그들의 기고문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국립생물정보센터(NCBI) 웹사이트에 실렸다. 그 글에 따르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생명과학의 군사화’다.

레이드에 따르면 그런 군사화는 지금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커졌다. 그가 지적하듯이 미국은 지금도 수많은 사이버 공격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중국 해커들은 록히드마틴 F-35 전투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기술 문서를 빼냈다. 레이드는 “미군도 F-35 전투기 프로그램 계획을 기밀로 지키지 못하는데 하물며 수업 중 과제로 병원체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대학원생이 사악한 세력으로부터 그런 병원체를 어떻게 지켜내겠는가?”라고 물었다.

미국의 고위 관리들도 사이버 스파이 행위와 합성생물학이 겹치는 부분이 전례 없는 위험을 만들어낸다고 인정했다. 2017년 미국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당시 국가정보국(DNI) 국장 댄 코츠는 “사이버 기술이 핵심 분야의 중요한 인프라와 통합되면서 사이버 위협이 우리 사회의 공중보건과 안전, 번영에 갈수록 큰 위험을 제기한다”고 증언했다. 지난 8월 DNI 국장에서 물러난 코츠는 미국이 잠재적으로 취약한 자동화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그 위협은 갈수록 커진다고 덧붙였다. “자동화 기술로 사이버 공격의 물리적·경제적·심리적 영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합성생물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지금 이런 의문을 품는다. 이런 재앙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한 가지 방안은 합성생물학을 금기 분야로 지정해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레이드가 지적하듯이 합성생물학을 전면 금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요즘의 불법 마약 제조업자 처럼 미니밴 크기의 실험실만 있으면 얼마든지 병원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이 분야를 포기하면 러시아나 중국, 북한 같은 국가가 아무런 걸림돌 없이 이 기술을 발전시켜 나쁜 의도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인류가 합성생물학의 긍정적인 면에서 나오는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재앙적인 파괴를 피하는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레이드는 주장한다.

그가 제안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병원체 탐지 네트워크를 광범위하게 구축하는 방안이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DNA 조각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위험한 병원체를 경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만약 미국이 이런 프로그램에 연방 차원의 재정을 투입한다면 앞으로 몇십 년 안에 지금의 휴대전화처럼 도처에 존재하는 정교한 병원체 탐지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일반 독감 바이러스의 조기 탐지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레이드는 설명했다.

둘째는 혁신적인 기술을 미국의 바이오제조 기반시설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현재는 감염병이 유행하면 과학자들은 해당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백신을 개발한 다음 소수의 핵심 시설에서 제조해 여러 도시에 분배한다. 이 과정에는 몇 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사악한 세력이 위험한 병원체를 살포할 경우 그럴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레이드는 약국이나 동네 병원에 3D 프린팅 기술을 보급함으로써 그곳에서 직접 백신을 제조해 주민에게 접종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이 모델을 실행하면 백신 접종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여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안을 활용하려면 지금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레이드는 강조했다. 향후 15~20년 안에 합성 슈퍼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드는 “물론 이런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조만간 무기로 사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사악한 음모를 꾸밀 최초의 장본인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사람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다시 말해 아직은 시간이 우리 편이라는 뜻이다.

- 조던 하빈저



※ [필자는 팟캐스트 ‘조던 하빈저 쇼’의 진행자다. 저술가나 기업가, 예술가의 성공 전략을 분석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그 쇼에서 롭 레이드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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