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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엔 대표부 “대사급 관리 신변 위협받았다”

북한 유엔 대표부 “대사급 관리 신변 위협받았다”

지난 4월 정체불명 남자가 뉴욕의 아파트에 소포 남기고 사라졌다며 주재국인 미국의 안전조치 미흡에 항의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연설 중인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 사진:YONHAP
유엔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는 자국의 고위 외교관 중 한 명이 지난 4월 뉴욕에서 신변을 위협받았다고 주장했다. 유엔 본부 주재국으로서 미국의 역할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조사하는 유엔 주재국과의 관계위원회(Committee on Relations with the Host Country) 보고서는 지난 6월 13일 열린 293차 회의에서 “북한 대표부와 관계 인사들의 안전”과 관련해 북한 대표가 항의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렇게 기록했다. “관계위원회의 북한 대표는 지난달(5월) 북한 대표부가 대사급 고위 인사가 당한 사건과 관련해 관계위원회 회의를 소집해달라고 긴급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29일 저녁 정체불명의 남자가 (북한 대표부의) 고위 관계자가 거주하는 빌딩에 들어가 아파트에 작은 상자를 놓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으며, 그 상자에 협박 편지와 알코올이 담긴 작은 병 2개, 고위 관계자가 이용하는 주차장에 분필로 ‘X’ 표시가 된 사진 3장이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편지는 고위 관계자가 비밀 연락원을 통해 특정 단체와 협력할 것을 요구했으며, 응하지 않을 경우 그의 신변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협박 편지를 받은 북한 인사는 즉시 뉴욕 경찰에 신고하고 사건 관련 형사와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 대표부는 두 차례 편지로 수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지만 “수사에 관한 어떤 정보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관계위원회의 북한 대표는 또 이 사건이 북한 대표부의 고위 관리를 위협하는 명확한 도발 행위이며 대표부와 소속 인사들의 안전과 직결됐다며 우려를 표했다”고 기록했다. “그는 유엔 본부 주재국으로서 미국이 모든 유엔 대표부 관계자들의 개인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북한 대표부의 확고한 믿음이라고 언급했다.”관계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대표는 “범인을 색출해 법정에 세우기 위한 즉각적인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은 뉴욕시에 주재시의 지위를 부여한 1947년의 유엔 본부 협약과 외국에서 외교관에게 특별보호를 제공하는 1961년의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북한은 두 협약에 모두 서명하고 비준했다. 이어 북한 대표는 “관계위원회는 이 사건에서 비롯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주재국에 물어야 한다. 주재국은 한가롭게 있을 게 아니라 즉각적인 수사를 통해 범죄자를 추적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월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탈취당한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 사진:YONHAP
관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시리아·쿠바·이란·러시아·볼리비아 대표도 북한의 우려에 동조하며 공식 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함께 자국 외교관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미국의 비자 제한 정책도 비판했다. 미국 대표는 “주재국으로서 유엔 본부 협약 아래 유엔 관계자들의 안전과 주재국의 의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려가 제기된 경우 현지 사법 당국과 일상적으로 조율해왔다”고 말했다. 또 북한 관리가 관련된 이번 사안의 경우 뉴욕 경찰이 수사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뉴욕 경찰의 국제 문제 책임자도 같은 취지의 반응을 내놨다.

관계위원회의 코르넬리오스 코르넬리우 위원장(키프로스)은 미국 대표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의 반응을 환영하면서 수사를 독려하고 관련 정보를 관계위원회에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엔 관계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주재국의 노력을 인정하고, 주재국이 유엔 대표부의 기능 저해를 방지할 모든 조치를 계속할 것을 기대한다.”

올해 들어 북한 외교관이 해외에서 표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열리기 며칠 전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에 흉기와 모형 총기를 든 복면 괴한들이 침입해 대사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와 휴대전화, 이동식 메모리(USB)를 탈취했다.

스페인 언론은 처음엔 공식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배후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나중에 북한 반대 단체인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스페인의 북한 대사관 습격 당시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자유조선은 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암살된 뒤 그의 아들 김한솔을 제3국으로 피신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타도를 외치는 이 단체는 나중에 ‘해방 이후 자유조선’을 방문할 때 필요하다며 익명의 블록체인 비자도 발급했다.

그러나 자유조선은 최근 들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지난 9월의 마지막 글은 “Crocus 383765 459165 453666 486023 001000 Aster 826757 909256 195647 197706 150214”라는 수수께끼의 단어와 숫자 나열이 전부였다. 전문가들은 그것이 조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자유조선 일원인 크리스토퍼 안은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혐의로 스페인 법원에 의해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가, 지난 4월 미국에서 체포된 뒤 보석으로 석방됐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조미 대화의 창구 점점 더 좁아져” - 북한 외무성, 미국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비핵화 협상 가로막는다고 반발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났다. / 사진:AP/YONHAP
미국과 북한은 여러 차례의 좌절을 겪으면서도 비핵화·평화를 위해 계속 대화하려고 애쓴다. 수십 년의 상호 적대감을 해소하기 위한 역사적인 평화 프로세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10월 초 양국의 실무협상이 다시 결렬됐다.

양측의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건으로 지난 11월 1일 미국 국무부는 ‘2018년 국가별 테러보고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테러지원국은 ‘국제 테러리즘 행위에 반복적으로 지원을 제공하는 국가’를 의미하며, 미국은 현재 이란·북한·수단·시리아 4개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017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9년 만에 재지정한 후 3년 연속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과 김정남 암살의 배후 등의 이유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올해 테러지원국 지정 유지 사유로는 ‘국제 테러 행위에 대한 북한의 반복적 지원’을 제시했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은 지난 5일 대변인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온갖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반대하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테러의 온상이며 왕초인 미국이 ‘테러 재판관’ 행세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적반하장”이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온갖 허위와 날조로 일관된 미국의 ‘2018년 나라별 테러보고서’를 우리에 대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단죄하면 전면 배격한다”며 반발했다.

“조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놓인 지금과 같은 민감한 시기에 미국이 ‘테러지원국’ 감투를 계속 씌워보려고 집요하게 책동하는 것이야말로 대화 상대방인 우리에 대한 모독이고 배신이다. 미국의 이러한 태도와 입장으로 하여 조미 대화의 창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화의 문은 열려 있는 것 같다. 김 위원장이 다음 달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여는 것을 목표로 이르면 이달 중 미국과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최근 한국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지난 11월 4일 서훈 국정원장은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북미 실무회담을 11월 중, 늦어도 12월 초에는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고 참석 국회의원들이 전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 원장은 “북미가 지난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평화구축 관련 입장을 확인했는데 최소 한 번의 추가 실무협상도 없이 이대로 판을 깨기엔 양쪽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선 연말까지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목표일 테니 그 이전에 실무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 웨슬리 도커리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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