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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교체 한창인 GS그룹] “내 소임 다했다” 허창수·허명수 용퇴

[세대 교체 한창인 GS그룹] “내 소임 다했다” 허창수·허명수 용퇴

70년대생 오너가 4세, 60년대생 전문경영인들 사장단에 대거 포진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날 허창수 GS그룹 회장(왼쪽)과 새 회장으로 추대된 허태수 현 GS홈쇼핑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재계 8위 GS그룹의 회장이 바뀐다. 허창수(71)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허 회장은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GS그룹의 초대 회장에 취임해 지난 15년간 그룹을 이끌어왔다. 신임 회장에는 허창수 회장의 막내 동생인 허태수(62) GS홈쇼핑 부회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12월 3일 허 회장 퇴진과 함께 발표된 GS그룹 인사에서는 60년대생 전문경영인들과 70년대생 오너가(家) 4세 등이 사장단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세대 교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창수 회장 “디지털 혁신 추진할 리더에게 자리 넘겨야”
허창수 회장은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GS 대표이사 회장과 이사회 의장에서 모두 물러난다. 그룹 회장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지만, 디지털 혁신을 이끌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용퇴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날 허 회장은 “지난 15년간 ‘밸류 넘버 원 GS(Value No.1 GS)’를 일구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해 GS가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시기”라며 “혁신적 신기술이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시키는데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금이 새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GS 관계자는 “허 회장이 디지털 혁신을 역동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리더에게 자리를 넘겨야 할 때라는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허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GS건설의 회장직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허 회장이 4연임 중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GS그룹을 15년 만에 매출 68조원의 재계 8위 그룹으로 키워낸 안정적인 리더로 평가받는다. 2004년 LG와 잡음 없이 계열분리를 마무리 지은 허 회장은 2005년 GS그룹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계열사 15개에 자산 18조원, 매출 23조원짜리 그룹을 15년 만에 계열사 64곳, 자산 63조원, 매출 68조원으로 키웠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의 이사회 의장이자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각 사업자회사와 출자회사들에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조했다.

특히 허 회장은 에너지·유통서비스·건설 등 3개 핵심 사업군을 집중 육성해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GS그룹의 에너지 중심 사업형 지주사인 GS에너지를 출범시켜 에너지 사업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대체에너지 등 에너지 관련 신규 사업을 육성했다. 유통사업에선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GS리테일의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매각하고 편의점과 수퍼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GS홈쇼핑은 인도·중국·태국 등 해외로 진출했다. 건설사업의 GS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자이(Xi)를 브랜드로 안착시키고 최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홈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실리 추구로 압축할 수 있다. 차량이 몰릴 것 같으면 저녁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한다. GS그룹 회장으로서 마지막 행보는 지난 10월 대만에서 이틀간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였다. 허 회장은 전기 스쿠터 혁신 기업 고고로(Gogoro)를 찾아 전기 스쿠터에 올라 핸들을 잡았다. 이런 모습은 동행한 사진사의 카메라에 잡혔다. 허 회장은 “GS가 살아남기 위해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바이오 등 신기술을 앞세워 실리콘밸리의 꿈을 이루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대만의 혁신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 없이 GS그룹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GS는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GS가 해외에 직접 벤처 투자법인을 세우는 건 처음이다.

허 회장은 어려운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 37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취임하면서는 재계 맏형을 자처했다. ‘전경련 패싱’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난 정권을 거치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하락했다. 재계에선 “허 회장이 앞장서 총대를 멨다”는 평가도 나왔다. 2011년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허 회장은 올해까지 네 차례 연임하면서 10년 동안 전경련을 이끈 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같이 전경련 장수 회장에 올랐다.
 GS홈쇼핑 성장 이끈 허태수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10월 30일부터 이틀간 대만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 때 전기 스쿠터 혁신 기업인 ‘고고로’를 방문해 전기스쿠터를 시연해 보고 있다. / 사진 : GS
이날 허창수 회장의 셋째 동생 허명수(64) GS건설 부회장도 용퇴를 결정했다. 1981년 LG전자 사원으로 입사한 허 부회장은 2002년 GS건설(당시 LG건설)로 이동해 2013년 6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허 부회장은 앞으로 GS건설 상임고문을 맡을 예정이다. GS건설에 따르면 정기 인사를 앞두고 허 부회장이 스스로 부회장직을 내려놓았다. 후배 세대를 위해 앞길을 터주겠다는 결심에서다. 허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변혁기에 걸맞은 젊고 역동적인 인재들이 회사를 앞에서 이끌 때”라고 말했다고 한다. 허 부회장은 허준구 명예회장 넷째 아들로 오너가의 일원이지만 1981년 LG전자에 입사해 사원부터 시작했다. 특진한 번 없었다. 임원(상무)로 승진한 것은 회사 생활 19년 만인 2000년이었다. 2002년 GS건설(당시 LG건설)로 이동한 이후 17년간 ‘건설맨’으로 살았다. 재경본부장(CFO), 사업총괄사장(COO),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허 부회장은 늘 ‘현장’을 강조했다. CEO 취임 직후 국내외 70개 현장을 돌며 직원들과 소주잔을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눠 화제가 됐다. 특히 2013년 해외플랜트 사업 악화로 대규모 적자가 나자 이듬해 연봉 전액을 반납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용퇴로 GS 3, 4세 경영 승계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허 회장은 LG그룹 공동창업주인 고(故)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LG그룹 입사 후 LG상사 전무와 LG화학 부사장, LG전선·LG건설 회장을 지냈다.

내년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임될 허태수 회장은 고 허준구 회장의 5남으로 허창수 회장의 막내(넷째) 동생이다. 허 신임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MBA)를 졸업하고 미국 컨티넨탈 은행에 근무하다가 1988년 LG증권에 입사했다.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GS홈쇼핑 성장을 이끌었다. 내수 산업에 머물러 있던 홈쇼핑의 해외 진출과 모바일 쇼핑 사업 확장을 잇따라 성공시켜 차세대 GS 그룹 리더로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태수 회장은 2006년 연간 취급액 1조8946억원이던 GS홈쇼핑 실적을 지난해 4조248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TV홈쇼핑에 의존하던 사업구조를 모바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허윤홍 GS건설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
이번 인사에서 GS그룹의 오너가 4세 경영도 더 본격화됐다. 이번 인사에서 오너가 4세 사장이 1명 늘었다. 허윤홍 GS건설 신사업추진실장 부사장이 GS건설 신사업부문 대표 겸 사업 관리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사장은 허창수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말엔 GS칼텍스 허세홍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해 4세 경영 시대의 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전무에서 승진한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윤활유 사업부문)도 4세다. 허세홍 사장과 허준홍 부사장은 각각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이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아들 허서홍 GS에너지 전무(경영지원본부장)도 GS그룹 내에서 에너지 부문 4세 경영자다.
 [박스기사] 젊어진 GS그룹 사장단 - 평균 57세로 기존보다 3세가량 적어
GS그룹은 12월 3일 허창수 회장 체제에서 허태수 신임 회장 체제로 전환을 선언하면서 그룹 임원 45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사장단 평균 연령이 57세로 기존보다 3세가량 젊어졌고, 허창수 회장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가 전진 배치된 것이 눈에 띈다. 이날 인사에서는 GS리테일 허연수(58) 사장과 GS건설 임병용(57)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은 두 사람이 최근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탁월한 경영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허창수 회장의 사촌인 허연수 사장은 1987년 LG상사로 입사해 2003년 GS리테일 신규점 기획 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고 편의점 사업부 영업부문장, MD본부장 사장 등을 지내며 GS리테일 성장을 이끌었다. 임병용 사장은 1991년 LG 구조조정본부로 입사해 LG텔레콤 마케팅실장 상무, GS홀딩스 사업지원팀장 부사장, ㈜GS 경영지원팀장 사장을 지냈고, 2013년부터 GS건설을 이끌고 있다. ㈜GS 최고재무책임자(CFO) 홍순기(60) 사장도 ㈜GS 대표이사로 영전했다. 홍 사장은 GS EPS 관리부문장, ㈜GS 업무지원팀장 등을 거쳐 2009년부터 ㈜GS의 CFO를 맡으며 그룹 내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GS글로벌 대표이사인 김태형(61) 부사장(61)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GS홈쇼핑 영업 총괄 김호성(58)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해 G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GS파워 대표이사 조효제(57) 부사장도 사장으로, ㈜GS 경영지원팀장 김석환(57)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 박수련·강기헌·한은화 중앙일보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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