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스커피엔 있고, 카페베네엔 없는 것] 닮은꼴 토종 커피프랜차이즈?, 실적은 극과 극
[할리스커피엔 있고, 카페베네엔 없는 것] 닮은꼴 토종 커피프랜차이즈?, 실적은 극과 극
직영점 수 큰 차이... 확실한 BI(브랜드 정체성) 구축도 엇갈려 1998년 서울 강남역에 첫 매장을 연 할리스커피와 2008년 서울 천호동에 첫 매장을 오픈한 카페베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토종 커피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처음 문을 열고 20여년이 지난 현재, 두 브랜드는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하나는 매출이 증가하고 매장이 늘면서 ‘잘 되는’ 브랜드가 되었고, 다른 하나는 매출이 하락하고 매장이 줄어드면서 ‘쪼그라든’ 브랜드가 됐다. 왜 할리스커피는 성장하고, 카페베네는 추락하는 것일까.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일까.
두 커피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공통점이 많다. 먼저 두 곳 모두 국내 토종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다. 또 CJ나 SPC 등 국내 대형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는 점도 같다. 할리스커피와 카페베네 모두 식품업계에 종사하던 개인이 창업한 브랜드이며, 지금은 두 브랜드 모두 사모펀드로 인수돼 사모펀드 출신의 여성 CEO가 수장이다. 현재 할리스커피 대표는 사모펀드 IMM PE(프라이빗에쿼티) 출신인 김유진 대표이고, 카페베네는 사모펀드 K3에쿼티파트 출신인 박그레타 대표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김 대표는 2017년에, 박 대표는 2018년에 취임했다.
모든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스타벅스와는 달리 두 브랜드는 가맹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고가 프리미엄 커피전문점을 표방한다는 것도 닮았다. 할리스커피와 카페베네처럼 가맹사업을 진행하는 토종 커피브랜드로는 이디야도 있지만, 이디야는 이 두 브랜드와는 다르게 저가 커피전문점임을 내세운다.
두 곳 모두 직접 커피 원두를 로스팅할 수 있는 커피 공장을 설립했다. 할리스커피는 경기도 파주에, 카페베네는 경기도 양주에 로스팅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해외에 매장을 열었지만 큰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닮은꼴이다.
닮아보는 두 브랜드지만, 성적표는 극과 극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686억원이던 할리스커피 매출액은 2014년 803억원, 2015년 1086억원으로 증가하더니 2019년엔 1649억원을 기록했다. 매장수도 늘었다. 할리스커피 매장은 2013년 384개에서 2014년 408개, 2015년 446개에 이어 2019년 577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반면 카페베네는 2013년 매출액이 1874억원으로 최고 정점을 기록한 후 매년 하락했다. 2014년 1464억원, 2015년 1210억원, 2016년 817억원, 2017년 469억원, 2018년 290억원, 2019년 263억원으로 매출액이 매해 급격히 줄었다. 그 사이 매장 수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13년도에 907개였던 매장은 매해 줄어 2019년에 354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두 브랜드의 운명을 갈라놓은 차이는 무엇일까. 할리스커피엔 있고, 카페베네엔 없는 것이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직영점 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 자료에 따르면 할리스커피의 직영점은 2016년에 93개, 2017년에 102개, 2018년에 110개로 전체 매장의 20%를 차지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카페베네 직영점은 2016년 16개, 2017년 11개, 2018년 9개로, 전체 매장의 2.5% 정도다.
카페베네가 신규 가맹점포를 내는 데 집중했다면 할리스커피는 직영 매장을 늘리는 데 주력한 셈이다. 2012년 매장을 1000개까지 늘리던 카페베네는 번식력이 왕성한 바퀴벌레와 닮았다고 해서 일명 ‘바퀴베네’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전국 곳곳에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이때 확장했던 매장들은 대부분 가맹점이었다. 전문가들은 가맹점만 늘리는 브랜드가 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외식프랜차이저 MBA 교수는 “직영점이 많을수록 전략적 마케팅 관리가 수월하다.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실질적인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데이터화할 수 있고, 매장 직원들의 서비스 교육 등이 통합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커피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은 ‘공간’ 즉 매장에서 나오는데, 직영점이 적고 가맹점이 많은 브랜드는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구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 매장 인테리어 변경은 강제적으로 진행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추가 비용이 드는 인테리어 리뉴얼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매장 인테리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행에 뒤처진다. 시즌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내는 직영점이 많은 커피프랜차이즈 매장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라며 “낡은 매장은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다. 소비자에게 오래되고 세련되지 못한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할리스커피는 개인 가맹점주가 접근하기엔 부담되는 ‘값비싼’ 주요 상권에 전략적으로 직영점을 열었다. 할리스커피는 종로거리의 터줏대감으로 인식됐던 맥도날드 자리에 건물 전체를 직영점으로 만들어 오픈했다. 신사역 가로수길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건물 통째로 할리스커피 직영점을 열었다. 부산 광안리점, 대전도안DT점, 인천 한옥마을점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 명소에도 대형 매장을 차렸다. 핵심 지역에 대형 직영점을 선봬, 대중에게 ‘할리스커피’는 크고, 핵심 지역에 위치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노출했다.
이때 직영점들은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한 콘셉트로 꾸며졌다. 송도 센트럴파크에 자리한 ‘인천한옥마을점’은 한옥 스타일을 살려 따뜻하고 아늑하게 조성됐고, ‘대전도안DT점’은 통유리를 설치해 방문자들이 커피를 마시며 매장 앞으로 흐르는 하천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서핑 명소인 송정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부산 송정점’은 루프탑 형태로 구성해, 바다 전경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할리스커피엔 ‘강렬한 색’이 있고 카페베네엔 없다. 확실한 BI(브랜드 정체성) 구축의 차이기도 하다. 두 브랜드는 설립 이후 BI 재정립 작업을 거쳤다. 할리스커피는 2013년에 빨간 왕관을 그린 BI를 내세우며 2014년부터 매장마다 BI를 연상할 수 있는 빨간 문을 설치했다. 이때부터 할리스커피는 멀리서 빨간 문만 보여도 ‘할리스커피 매장이 있다’는 존재감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카페베네는 지난해부터 커피잔을 들고 있는 고양이 캐릭터를 더한 새 BI를 내세웠다. 전체적으로 흰 바탕에 파스텔톤의 민트 색상이다. BI 재정립 후 카페베네는 전국의 매장에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새로운 입간판을 세웠다. 눈에 띄는 색상보다 캐릭터로 승부를 낸 것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그 효과에 대해 부정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커피 매장은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해서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은데, 카페베네가 새롭게 내놓은 캐릭터 로고는 멀리서 잘 보이지도 않고, 강렬한 인상도 주지 못한다”며 “오히려 이전 나무 소재의 매장 인테리어와 나뭇가지가 그려진 BI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지적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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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커피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공통점이 많다. 먼저 두 곳 모두 국내 토종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다. 또 CJ나 SPC 등 국내 대형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는 점도 같다. 할리스커피와 카페베네 모두 식품업계에 종사하던 개인이 창업한 브랜드이며, 지금은 두 브랜드 모두 사모펀드로 인수돼 사모펀드 출신의 여성 CEO가 수장이다. 현재 할리스커피 대표는 사모펀드 IMM PE(프라이빗에쿼티) 출신인 김유진 대표이고, 카페베네는 사모펀드 K3에쿼티파트 출신인 박그레타 대표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김 대표는 2017년에, 박 대표는 2018년에 취임했다.
모든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스타벅스와는 달리 두 브랜드는 가맹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고가 프리미엄 커피전문점을 표방한다는 것도 닮았다. 할리스커피와 카페베네처럼 가맹사업을 진행하는 토종 커피브랜드로는 이디야도 있지만, 이디야는 이 두 브랜드와는 다르게 저가 커피전문점임을 내세운다.
두 곳 모두 직접 커피 원두를 로스팅할 수 있는 커피 공장을 설립했다. 할리스커피는 경기도 파주에, 카페베네는 경기도 양주에 로스팅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해외에 매장을 열었지만 큰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닮은꼴이다.
닮아보는 두 브랜드지만, 성적표는 극과 극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686억원이던 할리스커피 매출액은 2014년 803억원, 2015년 1086억원으로 증가하더니 2019년엔 1649억원을 기록했다. 매장수도 늘었다. 할리스커피 매장은 2013년 384개에서 2014년 408개, 2015년 446개에 이어 2019년 577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10년 새 매출·매장 성장곡선 엇갈려
두 브랜드의 운명을 갈라놓은 차이는 무엇일까. 할리스커피엔 있고, 카페베네엔 없는 것이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직영점 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 자료에 따르면 할리스커피의 직영점은 2016년에 93개, 2017년에 102개, 2018년에 110개로 전체 매장의 20%를 차지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카페베네 직영점은 2016년 16개, 2017년 11개, 2018년 9개로, 전체 매장의 2.5% 정도다.
카페베네가 신규 가맹점포를 내는 데 집중했다면 할리스커피는 직영 매장을 늘리는 데 주력한 셈이다. 2012년 매장을 1000개까지 늘리던 카페베네는 번식력이 왕성한 바퀴벌레와 닮았다고 해서 일명 ‘바퀴베네’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전국 곳곳에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이때 확장했던 매장들은 대부분 가맹점이었다. 전문가들은 가맹점만 늘리는 브랜드가 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외식프랜차이저 MBA 교수는 “직영점이 많을수록 전략적 마케팅 관리가 수월하다.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실질적인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데이터화할 수 있고, 매장 직원들의 서비스 교육 등이 통합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커피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은 ‘공간’ 즉 매장에서 나오는데, 직영점이 적고 가맹점이 많은 브랜드는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구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 매장 인테리어 변경은 강제적으로 진행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추가 비용이 드는 인테리어 리뉴얼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매장 인테리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행에 뒤처진다. 시즌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내는 직영점이 많은 커피프랜차이즈 매장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라며 “낡은 매장은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다. 소비자에게 오래되고 세련되지 못한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할리스커피는 개인 가맹점주가 접근하기엔 부담되는 ‘값비싼’ 주요 상권에 전략적으로 직영점을 열었다. 할리스커피는 종로거리의 터줏대감으로 인식됐던 맥도날드 자리에 건물 전체를 직영점으로 만들어 오픈했다. 신사역 가로수길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건물 통째로 할리스커피 직영점을 열었다. 부산 광안리점, 대전도안DT점, 인천 한옥마을점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 명소에도 대형 매장을 차렸다. 핵심 지역에 대형 직영점을 선봬, 대중에게 ‘할리스커피’는 크고, 핵심 지역에 위치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노출했다.
이때 직영점들은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한 콘셉트로 꾸며졌다. 송도 센트럴파크에 자리한 ‘인천한옥마을점’은 한옥 스타일을 살려 따뜻하고 아늑하게 조성됐고, ‘대전도안DT점’은 통유리를 설치해 방문자들이 커피를 마시며 매장 앞으로 흐르는 하천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서핑 명소인 송정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부산 송정점’은 루프탑 형태로 구성해, 바다 전경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확실한 BI 구축, 컬러냐 캐릭터냐
카페베네는 지난해부터 커피잔을 들고 있는 고양이 캐릭터를 더한 새 BI를 내세웠다. 전체적으로 흰 바탕에 파스텔톤의 민트 색상이다. BI 재정립 후 카페베네는 전국의 매장에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새로운 입간판을 세웠다. 눈에 띄는 색상보다 캐릭터로 승부를 낸 것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그 효과에 대해 부정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커피 매장은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해서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은데, 카페베네가 새롭게 내놓은 캐릭터 로고는 멀리서 잘 보이지도 않고, 강렬한 인상도 주지 못한다”며 “오히려 이전 나무 소재의 매장 인테리어와 나뭇가지가 그려진 BI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지적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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