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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테슬라’ 꿈꾸는 이칠환 빈센 대표] “조선 기술 세계 1등인데 전기배라고 안 되겠어요”

[‘바다 위 테슬라’ 꿈꾸는 이칠환 빈센 대표] “조선 기술 세계 1등인데 전기배라고 안 되겠어요”

물의 저항 이기고 주행거리 연장이 해결 과제
이칠환 빈센 대표는 전기선박 시대에 접어들며, 한국이 중소형 선박에서도 세계 최고 경쟁력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전기로의 에너지 대전환 시대가 도래했다. 날로 악화하는 대기오염으로 화석연료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전기 등 친환경 발전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서다. 사회적 가치는 경제성에서 친환경으로 기울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내연기관이 저물고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하는 전기차가 안착하는 중이다.

선박 역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국제연합(UN) 산하의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선박 연료에 사용하는 연료의 황 함유량 허용치를 기존의 3.5%에서 0.5% 이하로 낮추기로 해서다. 컨테이너선 등 대형 선박이 연료로 사용하는 벙커C유는 연료유 중 가장 품질이 떨어지고, 불순물 함유량이 많아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이에 선주들은 기존 선박들에 황산화물(SOx) 등 유해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스크러버를 설치하든가, 선종을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등으로 바꿔야 한다.

이 때문에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전기추진선이 차세대 선박으로 주목받고 있다. 롤스로이스 등 세계적 선박 엔진 제조사들도 일찌감치 전기선박 제조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전기추진 차도선(여객과 차량 등 화물을 함께 수송하는 선박) 개발에 나서는 등 흐름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전기선박을 만들겠다는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전체 선박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기선박 개발·제조사인 ‘빈센(VINSSEN)’은 그중에서도 가장 기술력이 앞선 회사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 출신들이 주축으로, 선박 시장의 테슬라를 지향하고 있다.
 전기배, 중소형 선박 시장에 자리 잡을 듯
이칠환 빈센 대표는 “선박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시기”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빈센은 전기뿐 아니라 수소연료전지 추진시스템, 압축 천연가스(CNG) 등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선박까지 개발하고 있다.



대형 조선사를 그만두고 창업한 계기는.


“주로 대형선박만 설계했는데, 중소형 선박을 전기구동으로 바꾸면 잘 달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우조선이 2016~17년 어려움에 빠졌을 때 협력사 관계자들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만들었다.”



국내 조선사 경영이 많이 어렵나.


“2005~08년 대형선에서 해양설계 분야로 넘어갔는데, 외부 환경 악화로 독배를 마시게 됐다. 현금흐름이 떨어지자 제품 완성도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지난 몇 년간 대형 발주가 없었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가격이 저렴한 중국 조선사로 발주가 몰렸다.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빠진 점도 상황을 어렵게 했다.”



전기선박의 강점이 무엇인가.


“국내의 중소형 선박은 대개 어선·작업선인데, 엔진의 수명이 짧다. 2~3년마다 엔진 보링을 해야 한다. 연비가 너무 안 좋다. 작업자 입장에서는 연비나 엔진 수명을 고려치 않고 일 할 환경이 필요하다. 사용자 습관이 쌓이지 않아 처음엔 허들이 있겠지만, 선입견만 벗겨내면 큰 틀의 시장 전환이 있을 것이다.”



중소형 어선에만 주력하나.


“고급 선박 시장의 규모도 크며 공략을 준비 중이다. 고급 선박은 엔진의 힘을 중시하기 때문에 소형 모터를 중심으로 한 솔루션·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검증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되겠지만 현재 한국과 미국, 유럽이 동일 선상에 있다. 디자인 트렌드를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 전기선박에 맞는 새로운 형태 디자인이 생길 것이다.”



유럽에 견줬을 때 우리의 기술 수준은.


“대형 선박은 강국이지만, 소형은 동남아시아 수준과 비슷하다. 다만 대형 선박에 종사하던 고급 인력들이 소형으로 많이 이동하고 있어 기술력 발전이 기대된다.”

대개 소형선박은 주문제작 방식으로 만들며 세계적으로 독일·네덜란드가 강국으로 꼽힌다. 이들 국가도 전기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로써는 모터와 인버터를 결합하는 아날로그 수준에 그치고 있어 한국과는 큰 차이는 없다.



중국과 비교했을 때는 어떤가.


“중국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대형 시장에서는 성능보다는 가격 장점으로 알려졌지만, 소형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상당히 높다. 중국산 요트가 유럽에도 많이 수출된다. 한국 기업은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을 차별화해야 한다.”



전기배 가격이 비싼데 시장성이 있나.


“조선은 규제산업이다. IMO의 가이드라인이 섰고 이에 맞춰 나라별로 제도를 만들고 있다. 한국은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친환경 선박법 만들었다. 200t 이상 선박은 LNG로, 그 아래로는 전기나 하이브리드로 제작해야 한다. 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 등이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지 않으면 기관장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



정부 발주만 잡겠다는 뜻인가.


“해외에서는 소형 선박에는 IMO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 돈 많은 얼리어댑터가 전기선박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정부 규제지만, 해외에서는 민간에서 선제적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1가구 1보트 국가인 노르웨이의 경우 전기선박을 빨리 들여오자는 목소리도 크다. 잘 제작해서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동차와 같다. 순간적인 가속력, 냄새와 소음이 없다는 점 등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전기선박의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


“디젤보다 빠르며, 스피드 갈증은 없을 것이다. 출발할 때 물살을 갈라야 하므로 초반 속도는 자동차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일정 수준이 지나면 폭발적 속도가 난다. 빈센이 개발한 전기선박의 경우 500마력에 시속은 평균적으로 25노트(약 46.3㎞/h)가량 나온다.”



배터리 무게 탓에 주행거리가 짧지 않나.


“100㎾h 용량의 배터리 무게가 650㎏정도 나간다. 그런데 지속 시간은 30분밖에 안 된다. 디젤유 500L짜리 레저용 선박이 온종일 탈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이 때문에 CNG·액화석유가스(LPG) 등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 조선 기술, 중·소형 선박으로도 퍼져야”
배는 자동차보다 연료를 많이 쓴다. 강력한 물의 저항을 이기기 위해서다. 엔진이 5000rpm(분당 회전수)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엔진 수명이 짧은 이유다. 전기선박은 연료 및 구동계통을 새로 개발해야 해 전기차보다 진입 장벽이 높다.



대기업이 뛰어들면 살아남을 수 있나.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겠지만, 만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 전기선박을 만들기 위해 소형 도크를 100개 깔기에는 생산성이 안 나온다. 중소형 선박은 대개 7성급 호텔 이상의 인테리어 제품을 고객 주문에 맞춰 제작하는 시장이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선·해양 대기업에서 인력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희망한다. 대부분 고급 인력이고, 세계무대에서 뛰던 사람들이지만 수십 년간 한 회사에서 전문 분야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창업 생각을 안 한다. 빈센이 이들을 모아서 기술력을 집중한다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정부가 조선·해양 분야 스타트업에 지원해줘 인재들이 다시 뛸 수 있다면 한국이 소형 선박 분야의 세계 최고가 될 거라 생각한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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