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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시험대에 오른 금융업계] 대출 연체보다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바짝 긴장

[코로나19 이후 시험대에 오른 금융업계] 대출 연체보다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바짝 긴장

코로나19에도 대손충당금 설정률 하락… 모바일 대출은 각광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중은행들의 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국내 은행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코로나19로 실물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자가 연체되고 원금 회수에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직까지는 우려에 비해 국내 은행들의 연체율 변화 속도가 가파르지 않지만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으로 인한 착시 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효과가 걷히고 난 뒤 더 큰 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는 예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은행업이 바뀌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시중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핀테크 기업들의 약진으로 도전을 받았다. 여기에 전염병의 위력을 실감한 소비자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찾으면서 변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국내 선두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2020년 1분기에만 2019년 연간 순이익 이상을 벌어들였다. 경기 침체로 인한 여신관리 문제가 국내 은행들에게 과거에도 수차례 반복됐던 위협이라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은 은행업 본질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도전으로 여겨진다.
 기업들 ‘빚내서 버티기’ 돌입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금융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변화는 대출의 증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 기업들이 은행에서 빌린 원화대출 잔액은 945조원을 넘었다. 5월 한달 동안 국내 기업의 은행 대출액은 16조원이 늘었다. 한국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이래 월간 증가액 기준으로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역대 1위는 지난 4월로 28조원이 늘었고, 2위는 3월로 19조원 증가했다. 역대 1, 2, 3위가 2020년 3~5월로 모두 코로나19 확산 직후의 일이다.

예금을 받아 대출을 진행한 뒤 이자를 받는 것이 은행업의 본질이라지만 대출 규모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은 국내 은행들에게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우수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대출액 증가세가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 기업 원화대출 증가액 16조원 가운데 13조3000억원이 중소기업에 흘러들어갔다. 4월 대출 증가액 28조원 중에서는 16조6000억원이 중소기업 차지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기업대출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3월 이후 증가폭이 크게 확대 됐다”며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늘었고 유동성 확보 등으로 증가 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들의 대출 증가세도 눈에 띈다. 개인사업자들의 원화대출 잔액은 5월말 기준 364조원으로 대기업 원화대출 잔액 180조원의 두배다. 5월 한달 동안 대출 증가액은 7조7000억원, 4월에는 10조80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대기업의 원화 대출 증가액은 2조7000억원, 11조2000억원이다. 코로나19로 경제 활동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이 대출을 통해 연명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은행들에게 부담을 주는 또 다른 뇌관은 가계 부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20조7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만 32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전부터 가계 소득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가계 부채만 늘어났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63.1%를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이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7년 1분기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 잔액이 급격히 늘어난 반면 다행히 연체율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은 아직까지는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월 1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를 기준으로, 지난 4월 연체율은 0.40%였다. 한달 전 3월말에 비해서 0.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 수준이며, 2019년 4월 기록한 0.49%에 비해서는 0.08%포인트 하락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인 0.39%는 2007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수준이었다”며 “통상적으로 분기말은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4, 5월 연체율은 올라가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4월말 기준 기업 대출 연체율은 0.50%로 전년 동기(0.64%) 대비 0.14%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가 한창 위세를 떨친 3월 말과 비교해도 0.01%포인트 상승에 그친다. 기업별로는 대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0.22%로 지난 3월말 기록한 0.35%에 비해 0.14%포인트나 떨어졌다. 2019년 4월(0.73%)에 비해서는 0.51%포인트 하락이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역시 4월 말 0.57%로 3월 이후 한달새 0.04%포인트 상승했으나, 2019년 4월(0.62%)에 비해서는 0.05%포인트 낮아졌다.
 원화대출 연체율, 아직은 저공비행 중
국내 은행 연체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체율이 급등했던 2009년 2월 1.67%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11월 1.00%를 기록한 뒤 한번도 1.00%대 위로 올라간 적이 없다. 올해 들어 연체율은 0.39~0.43%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19년 연체율이 0.36%~0.52% 사이에서 유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대출을 늘리기 시작한 시기가 3월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연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실질적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체율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기에는 아직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국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2019년말 대비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국내 은행들의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14.72%로 2019년 말에 비해 0.54%포인트 낮아졌다. 기본자본비율은 12.80%, 보통주자본비율은 12.16%로 2019년 말에 비해 각각 0.41%포인트, 0.40%포인트 하락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전세계 은행시스템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결제은행의 은행감독규제위원회(바젤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으로 부실채권 등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의미한다.

자기자본비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업 대출이 꼽힌다. 은행들의 총자본은 2조4000억원 늘어나는 동안 위험가중자산은 73조원이나 늘었다. 위험가중자산 가운데 기업대출은 32조7000억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에서는 BIS에서는 총자본비율로 10.5%를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농협금융지주에 자본적정성 관리를 강화하라는 주문을 내놨다.

농협금융지주에서는 산하의 자회사를 대상으로 2013년부터 자체 개발한 신용리스크(Credit VaR) 측정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VaR은 리스크를 계량화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주어진 조건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입을 수 있는 최대 손실을 숫자로 나타낸 지표다.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미래 발생할 손실을 추정하다보니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확산을 전후로 VaR의 한계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 논의가 빈번해진 만큼 당장 자본적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연이어 폭락하자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위험 관리 지표로서 VaR의 한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HSBC는 최근 공시에서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15번의 백테스팅에서 VaR 한도를 넘었다고 밝혔다. BNP파리바 역시 같은 기간 9번 한도를 초과하는 상황을 맞았다. 다만 VaR이 가진 과거 회귀적 특성 때문에 위기 발생 이후에는 과대 측정되고 요구자본이 과대 추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손충당금에 갈린 은행권 1분기 실적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일단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2020년 1분기말 대손충당금 설정액은 5조921억원 가량으로 2019년 1분기에 비해서 7000억원 가량 감소했고 직전분기인 2019년 4분기에 비해 1000억 가량 줄었다. 4대은행의 대출채권총액 대비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0.46%로 2019년 1분기 0.57%에 비해서는 0.11%포인트, 2019년 4분기 0.49%에 비해서는 0.03%포인트 낮아졌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하나은행의 대손충당금이 가장 빠르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의 대손충당금은 2019년 4분기에 비해 1646억원 줄었다. 하나은행 측에서는 대손충당금 절대 금액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행 회계기준 아래서는 충당금 적립액을 계산할 때 부도율과 부도시 손실률 등을 적용하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대출채권이 늘었다고 무조건 대손충당금이 느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출채권의 담보 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대손 충당금 적립 규모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설정할지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2020년 1분기 하나은행의 분기순이익은 50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었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4대 은행 중 가장 높다. 이어 KB국민은행이 전년 동기 대비 9.7% 늘어난 6307억원의 분기순이익을 거뒀다. 두 은행은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낮은 순위에서도 1, 2위다.

장기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은행들의 연체율이 급등하고 대손 비용이 늘어날지 여부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단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은 올해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2009년 2월에서야 연체율이 급격히 늘었던 전례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은행들의 부담이 2021년까지 미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자금 조달 환경이 역대급으로 완화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준금리가 올해에만 두 차례 하향 조정되면서 0.50%까지 떨어졌다. 기업과 개인사업자의 대출이 크게 늘어난 시점과 시차가 있지만 금리 부담이 과거 어느 때보다 낮아졌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가 내놓은 지원 대책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약 180조원 규모의 코로나 금융지원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경제 전반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며 기업의 직접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특례 보증 등에도 나섰다.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6개월~1년간 원금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을 유예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상공인 유동성 지원 12조원 가운데 7조8000억원은 100% 보증대출이며,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10조원은 신보 보증대출으로 보증비율이 95% 수준”이라며 “전체 금융지원 패키지 가운데 60% 가량이 정부 보증과 연관돼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며, 시장의 우려와 달리 은행들의 대규모 충당금 적립 현상은 당장 올해 안에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은행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지만, 은행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바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은행 지점이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 업체들이 약진하면서 비대면 서비스가 각광받았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비대면 서비스의 성장세에 날개를 달았다.
 코로나19에 모바일 대출 급성장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일부 시설이 폐쇄되더라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세에는 거침이 없다. 사진은 지난 5월 임시 폐쇄된 서울 영등포구 코레일유통빌딩 내 카카오뱅크 위탁 상담센터 / 사진:연합뉴스
금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한 지난 2월 16~22일 사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비대면 거래건수는 2774만878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나 늘었다. 4대 시중은행의 모바일 신용대출 잔액 합계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20년 1월 5조6156억원에서 지난 5월말 7조6635억원으로 2조원 넘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던 지난 2월에는 6조225억원, 3월 6조9838억원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각각 7.3%, 16%나 늘었다.

비대면 거래와 신용대출의 높은 성장세에도 시중은행들은 미소 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맹주 카카오뱅크가 있어서다. 카카오뱅크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4대 시중은행은 물론 1금융권 은행들 가운데 가장 높은 이익 성장세를 보여줬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순이익은 185억원으로 2019년 1분기 66억원 대비 180% 성장했다. 또 2019년 연간 순이익이 137억원이었는데 이를 3개월 실적으로 뛰어넘은 것이다. 더구나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은 2020년 1분기에만 7조810억원의 증가폭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3.3% 늘었다. 단순 금액만 놓고 보면 4대 시중은행의 모바일 신용대출 잔액을 모두 합친 금액만큼이다.

카카오뱅크는 아직 기업대출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출 총액에서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총여신 규모에서는 2019년말 기준 14조9000억원까지 늘리면서 지방은행을 따라잡았다.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이대로 자리 잡는다면 시중은행들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플랫폼과 완전 비대면 서비스”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인 만큼 완전 비대면 서비스를 구축하고 출범했기에 시중은행에 비해 고금리임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이 대거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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