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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침해 논란 10년] 이명박 정부 때 ‘동반성장’ 화두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 10년] 이명박 정부 때 ‘동반성장’ 화두로

달라진 시장 상황 고려 필요… 온라인 플랫폼 횡포 주목해야
재계 안팎에선 “대기업의 신(新)시장 진출에 대해 골목상권 침해 논리를 과도하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기업의 신시장 진출이 골목상권에 직접 타격을 입히던 과거와는 시장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골목상권 침해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것은 이명박 정부시절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2010년 12월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를 출범시킨 뒤 초대 위원장에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임명하면서 관련 논의도 본격화됐다. 정운찬 전 총리가 동반성장에 방점을 찍고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등을 시행하면서 ‘골목상권 논리’가 한국 사회에 빠르게 스며들었다는 분석이다. 2012년에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따라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도 시행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광우병 사태’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동반성장 카드’를 꺼냈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동반성장이 화두로 떠오른 지 약 10년이 흐르면서 상생이 대기업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게 됐다”며 “현 시점에서 대기업이 회사 이익만을 위해 골목상권을 죽이고 있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SK의 ‘사회적 가치’, 포스코의 ‘기업시민’ 등 국내 대기업은 중소기업 등과의 상생을 주요 경영 이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배민)이 지난 4월 수수료 개편을 추진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아 개편을 백지화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직방’은 ‘이 지역 신축빌라’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측은 “특정 분양 컨설팅 업체가 이 지역 신축빌라 서비스를 통해 전월세 매물을 중개하는 등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직방 측은 “분양 컨설팅 업체가 전월세 매물을 중개한 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지역 신축빌라 서비스는 단순 분양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입점 업체에 대해 과도한 수수료 등을 통해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8년 3월 27일부터 7월 30일까지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배달 앱 거래업체 917개사에 대한 애로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불공정 거래를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오픈마켓 41.9%, 배달 앱 39.6%, 소셜커머스 37.3%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소비자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2013년 4939건에서 2018년 상반기 4만605건으로 약 8배 증가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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