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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승계 트렌드로 떠오르는 벤처투자] 한화그룹 니콜라 투자 ‘대박’에 재조명

[기업 승계 트렌드로 떠오르는 벤처투자] 한화그룹 니콜라 투자 ‘대박’에 재조명

한화 3세 100% 지분율 회사 주목... “벤처투자 성과 예측 어렵다” 지적도
니콜라모터스가 2019년 공개한 수소연료전지 트럭 ‘니콜라원(Nikola One)’ / 사진:니콜라모터스
한화그룹의 니콜라모터스 투자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대기업의 벤처투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 11일 실적 발표를 진행한 한화솔루션(구 한화케미칼)은 지분법이익으로 1232억원을 거둬들였다고 발표했다. 2분기 영업이익 1285억원에 필적하는 규모다. 1232억원 가운데 970억원은 지난 2018년 투자한 미국 수소차 업체 니콜라에서 발생했다. 지분법이익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에 투자한 뒤 피투자회사에서 이익이 발생하면 보유 지분만큼 이익으로 반영하는 회계 용어다. 한화솔루션은 화학제품과 태양광, 첨단소재 등 본업에서 벌어들인 이익만큼을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셈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64곳 중 15곳 CVC 운영
한화그룹에서는 지난 2018년 계열사인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를 통해 니콜라에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등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이 핵심 축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39.16%를 들고 있다.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지분 6.13%를 절반씩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한화종합화학 지분 36.05%만 들고 있는 한화솔루션보다 에이치솔루션에 니콜라 투자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다.

니콜라는 지난 6월 4일 차량·에너지 투자회사 벡토아이큐(vectorIQ)와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우회 상장한 미국 전기·수소트럭 업체다. 상장 후 한때 시가총액이 300억 달러(약 35조원)를 넘기기도 했지만 조정을 받으면서 지난 8월 13일 기준 160억 달러(약 19조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고점에 비해 반토막이라고 해도 한화그룹이 보유중인 지분 6.13%의 가치는 단순 계산으로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이른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구조를 감안하면 이 가운데 8400억원 가량이 에이치솔루션의 몫이다.

한화그룹 3세들의 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의 대박 소식과 함께 정부의 대기업 지주사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 소유 허용 방안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대기업 승계 트랜드로 벤처투자가 각광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지주회사는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 금지) 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융투자회사로 분류되는 CVC를 직접 소유하기 어려웠다. 에이치솔루션 역시 지주사인 ㈜한화와는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다.

한화그룹 외에도 국내 대기업 상당수가 비슷한 방식으로 벤처 투자를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 64곳 가운데 CVC를 두고 있는 곳은 15곳이다. 이 가운데 롯데·CJ·코오롱·IMM 인베스트먼트 등이 지주체계 바깥 계열사로 CVC를 두고 있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대기업 중에서는 8곳이 CVC 보유하고 있고 SK와 LG는 해외법인 형태로 CVC를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롯데그룹에서는 그룹지주사가 아닌 호텔롯데의 자회사로 CVC인 롯데액셀러레이터 두고 있다. CJ그룹에서는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구 CJ창업투자)를 통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부각된다. 이선호 부장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은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특별할 것 없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한화그룹의 성과가 대단한 것은 맞지만 성공 사례를 보고 승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벤처투자를 적극 활용하기에는 확신을 갖기 어려워서다. 한 대기업 계열 벤처투자 담당자는 “한화그룹의 니콜라 투자가 성공 사례로 소개되고 있지만 투자 수익 규모를 제외하면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며 “10곳에 투자해 한곳에서라도 수익을 회수하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벤처 투자에서 승계 구도 때문에 의도적으로 투자를 늘린다고 한화그룹처럼 대박을 낸다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감시구조로 ‘승계도구’ 예방
실제로 한화 그룹이 투자한 니콜라 역시 아직 본격적인 수익이 발생하기 전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수소차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고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니콜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보고서(Form-10Q)에 따르면 상반기 누적 실적은 1억1980만 달러 적자다. 아직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전이라 결손금도 3억828만 달러가 누적돼 있다. 니콜라 측은 “태양광 설치 관련 매출이 3만6000달러 가량 발생했지만 자사의 주요 사업이 아니며 곧 중단될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기업 지주사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 소유 허용 역시 승계의 도구로 활용하기에는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우선 대기업 CVC가 설립할 펀드를 통해 외부로부터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펀드 조성 금액의 40%로 제한했다. 또 총수일가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나 계열사에는 투자하지 못하도록 했다. 총수 일가가 투자금에 비해 과도한 영향력을 발휘해 계열사 키우기에 나서는 행태를 막기 위한 조치들이다. 대신 대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벤처투자 시장의 투자금 회수와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출자자 현황이나 특수관계인 거래 내역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장치도 포함됐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기업 승계 도구로 오해받을까봐 대기업들이 해외로 가서 법인을 세우다 보니 오히려 벤처투자 업계가 글로벌화가 늦어지고 발전이 안 된 측면도 있었다”며 “대기업 지주사에 CVC를 허용하면서 공정위 등 다양한 곳에서 감시를 받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 흐름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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