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기자의 Who’s next | 디지털 시대 음향 표준 만드는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 “돌비 무찌르려 삼성·LG ‘소리 장인들’ 뭉쳤죠”
[김유경 기자의 Who’s next | 디지털 시대 음향 표준 만드는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 “돌비 무찌르려 삼성·LG ‘소리 장인들’ 뭉쳤죠”
세계 최고 3D 음향 기술 개발, MPEG-H 표준화 참여… OTT·음원스트리밍에서 러브콜 “영화란 엔터테인먼트의 경험은 50% 이상 사운드가 차지한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헐리우드 특수효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에도, 영화의 화면보다 소리가 관람객들에게 더욱 강렬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실제 그가 감독·각본을 맡은 1977년작 ‘스타워즈 에피소드4’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광선검·광선총의 입체적 사운드로 관객을 몰입시키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 음향을 구현한 것은 돌비 서라운드. 돌비 서라운드는 4개의 오디오 채널을 2개 오디오 채널로 압축해 다시 음역대별로 4채널 출력해 생동감 있는 소리를 전한다. 최고의 소리를 경험한 사용자는 이전의 낡은 소리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스타워즈를 통해 영화에 처음 쓰인 돌비 서라운드는 큰 관심을 모으며 영상 음향의 표준으로 자리했다.
어느덧 40여년. 세상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했고, 극장·TV 수요는 모바일·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가상현실(VR)로 크게 바뀌었다. 음향 역시 미디어 환경에 맞춰 소리를 제어하는 기술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은 소리에 대해 높은 허들을 내걸고 있다. 클라우드와 스트리밍 환경에 기반을 뒀기 때문에 압축 기술이 뛰어나야 하며, 소리 품질이 균일해야 하고, 높은 사용자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이런 기술은 세계적으로 돌비가 독점하고 있으며, 기술 단계마다 특허로 경쟁사 진출을 막은 상태다. 삼성전자·애플 등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퀄컴 통신칩 라이선스처럼 돌비에도 소리 기술 라이선스료를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급하는 실정이다. 2015년 등장한 가우디오랩은 돌비의 아성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으로, 삼성전자·LG전자 출신 연구원들이 창업했다. OTT·VR 등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음향을 조율하며, 스피커·헤드폰 등 어떤 환경에서도 균일한 품질의 서라운드를 제공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11월 중순 서울 역삼동 가우디오랩 사무실에서 만난 오현오 대표는 “소리 장인들의 레시피로 만든 기술로 글로벌 음향 산업에서 돌비와 같은 표준으로 자리 잡겠다”고 말했다.
특히 소리 크기나 품질이 각기 다른 여러 영상의 사운드를 균일하게 조율해 시청자에게 전하는 가우디오랩의 ‘라우드니스 노말리제이션(Loudness Normalization)’ 기술은 이미 네이버TV 등 OTT 플랫폼이 적용하고 있다. 또 VR 환경에 맞는 공간감 있는 사운드, 헤드폰으로도 스피커와 동일한 수준의 음향을 전달하는 기술로 미래의 소리 시장 전체를 공략하고 있다.
3D 사운드에도 강점이 있다. MP3의 후속 표준인 MPEG-H에 가우디오랩의 3D 오디오 기술이 채택됐고, 2016년 세계 최초로 360도 동영상 기반 오디오 툴을 개발하는 등 소리에 입체감을 씌우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오 대표는 “소리 기업은 오디오의 IP(지식재산)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하고 기술을 개발했다. 덕분에 이머시브(immersive) 오디오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MPEG-H에 한 축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삼성·애플 같은 팀을 제치고 월드컵에서 우승한 격”이라고 자평했다.
세계적으로 3D 사운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음향 표준이 자리하고 있으며, 새 사용자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전략을 내놓고 있다. 실제 애플은 아이폰·에어팟에 자이로센서·가속도센서를 심어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과 방향에 맞춰 소리의 공간감을 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소리를 시작으로 한 스마트 디바이스의 변화는 앞으로 VR·AR 생태계 확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 대표는 “비행기 소리가 나면 위를 쳐다보게 되듯 입체감이란 경험은 학습효과와 시각 효과에 기대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오디오만으로 완전한 3D 경험을 제공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애플이 센싱 기술로 큰 허들을 뚫으며 삼성전자 등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들이 소리를 통해 공간감과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소리 성능으로 스마트폰 구매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기본기이기 때문에 경쟁사만큼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애플이 사운드에 많은 공을 들이며 경쟁사들의 수준도 향상됐다”며 “특히 자동차 오디오처럼 프리미엄 시장으로 갈수록 오디오가 핵심적 가치로 인정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D 미디어가 기대만큼 시장이 커지지 않으며 가우디오랩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영상에 대한 소리의 종속성 때문이다. 2014년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인수를 발표하며 VR 열풍이 일 것으로 예상하고, 그 시점에 타깃팅해 기술 진도를 나아갔지만 예상만큼 시장이 커지지 않았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오 대표는 소리 기술 개발 과정을 파보면서 기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았다. 이에 찾은 것이 라우드니스 문제 해결이다. 라우드니스란 영상·음원 등 콘텐트마다 공급하는 음량 크기 차이로 새로운 영상·음원을 켰을 때 소리 편차가 발생, 사용자가 겪는 불편을 뜻한다. 게재된 콘텐트의 음량이 작거나 크면, 플랫폼은 사용자가 듣기 편한 크기로 사운드를 조절해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을 아직 제대로 구현한 플랫폼이나 디바이스는 없다. 스마트폰의 모든 물리적 버튼이 사라져도 음량 조절 버튼이 남아있는 이유다.
현재 가우디오랩은 자체 개발한 라우드니스 문제 해결 등 음향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네이버TV와 플로(FLO)·V라이브·라인TV·벅스뮤직 등에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북미와 중국·일본·베트남 미디어 플랫폼·기기 제조사와 사업화 논의를 시작했다. 오 대표는 “음악에서 가사를 제거해 MR로 만들거나 사운드 머신러닝으로 사운드 최적화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디오를 가장 잘 하는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돌비와 같은 브랜드 가치 전략도 소개했다. 최초에는 기업간 거래(B2B) 영역에 용이하기 진입하기 위해 노브랜드 비즈니스로 시작해 브랜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오디오 산업 소프트웨어 분야는 라이선싱이 주된 비즈니스 모델로, 돌비는 자사 솔루션을 이용하는 제품에 로고를 심어 각인 효과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영화와 워크맨, 전축 등 미디어 산업이 한창 성장던 19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냈다. 소리가 좋아 음향연구실이 있는 연세대에 진학해 전기전자공학 박사까지 취득했다. 사회생활도 LG전자 음향연구원으로 시작했다. 30여년 동안 음향 분야에서 가치 창출에 매진했다.
오 대표는 “세계 학회에서 유명 논문을 쓴 저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마음가짐의 문제”라며 “세계적으로 한국이란 브랜드가 통하는 시대가 돼서 신뢰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지 루카스 감독은 헐리우드 특수효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에도, 영화의 화면보다 소리가 관람객들에게 더욱 강렬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실제 그가 감독·각본을 맡은 1977년작 ‘스타워즈 에피소드4’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광선검·광선총의 입체적 사운드로 관객을 몰입시키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 음향을 구현한 것은 돌비 서라운드. 돌비 서라운드는 4개의 오디오 채널을 2개 오디오 채널로 압축해 다시 음역대별로 4채널 출력해 생동감 있는 소리를 전한다. 최고의 소리를 경험한 사용자는 이전의 낡은 소리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스타워즈를 통해 영화에 처음 쓰인 돌비 서라운드는 큰 관심을 모으며 영상 음향의 표준으로 자리했다.
어느덧 40여년. 세상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했고, 극장·TV 수요는 모바일·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가상현실(VR)로 크게 바뀌었다. 음향 역시 미디어 환경에 맞춰 소리를 제어하는 기술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은 소리에 대해 높은 허들을 내걸고 있다. 클라우드와 스트리밍 환경에 기반을 뒀기 때문에 압축 기술이 뛰어나야 하며, 소리 품질이 균일해야 하고, 높은 사용자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이런 기술은 세계적으로 돌비가 독점하고 있으며, 기술 단계마다 특허로 경쟁사 진출을 막은 상태다. 삼성전자·애플 등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퀄컴 통신칩 라이선스처럼 돌비에도 소리 기술 라이선스료를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급하는 실정이다.
“삼성·애플 제치고 MPEG-H 참여, 월드컵 우승한 격”
특히 소리 크기나 품질이 각기 다른 여러 영상의 사운드를 균일하게 조율해 시청자에게 전하는 가우디오랩의 ‘라우드니스 노말리제이션(Loudness Normalization)’ 기술은 이미 네이버TV 등 OTT 플랫폼이 적용하고 있다. 또 VR 환경에 맞는 공간감 있는 사운드, 헤드폰으로도 스피커와 동일한 수준의 음향을 전달하는 기술로 미래의 소리 시장 전체를 공략하고 있다.
3D 사운드에도 강점이 있다. MP3의 후속 표준인 MPEG-H에 가우디오랩의 3D 오디오 기술이 채택됐고, 2016년 세계 최초로 360도 동영상 기반 오디오 툴을 개발하는 등 소리에 입체감을 씌우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오 대표는 “소리 기업은 오디오의 IP(지식재산)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하고 기술을 개발했다. 덕분에 이머시브(immersive) 오디오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MPEG-H에 한 축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삼성·애플 같은 팀을 제치고 월드컵에서 우승한 격”이라고 자평했다.
세계적으로 3D 사운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음향 표준이 자리하고 있으며, 새 사용자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전략을 내놓고 있다. 실제 애플은 아이폰·에어팟에 자이로센서·가속도센서를 심어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과 방향에 맞춰 소리의 공간감을 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소리를 시작으로 한 스마트 디바이스의 변화는 앞으로 VR·AR 생태계 확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 대표는 “비행기 소리가 나면 위를 쳐다보게 되듯 입체감이란 경험은 학습효과와 시각 효과에 기대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오디오만으로 완전한 3D 경험을 제공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애플이 센싱 기술로 큰 허들을 뚫으며 삼성전자 등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들이 소리를 통해 공간감과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소리 성능으로 스마트폰 구매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기본기이기 때문에 경쟁사만큼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애플이 사운드에 많은 공을 들이며 경쟁사들의 수준도 향상됐다”며 “특히 자동차 오디오처럼 프리미엄 시장으로 갈수록 오디오가 핵심적 가치로 인정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D 미디어가 기대만큼 시장이 커지지 않으며 가우디오랩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영상에 대한 소리의 종속성 때문이다. 2014년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인수를 발표하며 VR 열풍이 일 것으로 예상하고, 그 시점에 타깃팅해 기술 진도를 나아갔지만 예상만큼 시장이 커지지 않았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오 대표는 소리 기술 개발 과정을 파보면서 기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았다. 이에 찾은 것이 라우드니스 문제 해결이다. 라우드니스란 영상·음원 등 콘텐트마다 공급하는 음량 크기 차이로 새로운 영상·음원을 켰을 때 소리 편차가 발생, 사용자가 겪는 불편을 뜻한다. 게재된 콘텐트의 음량이 작거나 크면, 플랫폼은 사용자가 듣기 편한 크기로 사운드를 조절해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을 아직 제대로 구현한 플랫폼이나 디바이스는 없다. 스마트폰의 모든 물리적 버튼이 사라져도 음량 조절 버튼이 남아있는 이유다.
현재 가우디오랩은 자체 개발한 라우드니스 문제 해결 등 음향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네이버TV와 플로(FLO)·V라이브·라인TV·벅스뮤직 등에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북미와 중국·일본·베트남 미디어 플랫폼·기기 제조사와 사업화 논의를 시작했다. 오 대표는 “음악에서 가사를 제거해 MR로 만들거나 사운드 머신러닝으로 사운드 최적화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디오를 가장 잘 하는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리 라이선싱으로 B2B 비즈니스 확대할 것”
오 대표는 영화와 워크맨, 전축 등 미디어 산업이 한창 성장던 19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냈다. 소리가 좋아 음향연구실이 있는 연세대에 진학해 전기전자공학 박사까지 취득했다. 사회생활도 LG전자 음향연구원으로 시작했다. 30여년 동안 음향 분야에서 가치 창출에 매진했다.
오 대표는 “세계 학회에서 유명 논문을 쓴 저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마음가짐의 문제”라며 “세계적으로 한국이란 브랜드가 통하는 시대가 돼서 신뢰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공동 사냥한 게임 아이템 ‘먹튀’ 소용없다…”게임사가 압수해도 정당” 판결 나와
287억 바나나 '꿀꺽'한 코인 사업가..."훨씬 맛있네"
3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소송 이어져…캐나다 언론사 오픈AI 상대로 소송
4'땡큐, 스트레이 키즈' 56% 급등 JYP...1년 전 '박진영' 발언 재소환
5더 혹독해질 생존 전쟁에서 살길 찾아야
6기름값 언제 떨어지나…다음 주 휘발유 상승폭 더 커질 듯
7‘트럼프 보편관세’ 시행되면 현대차·기아 총영업이익 19% 감소
8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놓친 것
9‘NEW 이마트’ 대박 났지만...빠른 확장 쉽지 않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