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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경제 이슈(1) -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쪽방촌개발·제2세종문화회관 등 호재 줄이어… “영등포의 제2르네상스 열 것”

[우리 동네 경제 이슈(1) -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쪽방촌개발·제2세종문화회관 등 호재 줄이어… “영등포의 제2르네상스 열 것”

소통으로 오랜 숙원 풀고, ‘탁 트인’ 영등포 포부
서울 영등포역 앞 영중로는 수많은 노점으로 인해 통행이 불편한 곳이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취임 8개월 만에 노점상들과 소통, 보행환경을 개선했다. 영중로에 선 채 구청장. / 사진:김현동 기자


“그가 서울시장 정무보좌관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시절,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조율하며 일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았다. 영등포의 오랜 숙원 사업을 하나둘 해결하는 모습에서 추진력과 소통능력에 또다시 놀라게 된다.” - 전직 차관급 인사


2020년 한해, 서울 지자체 중 가장 핫한 곳으로 ‘영등포구’가 꼽힌다.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영등포역 주변 쪽방촌·집창촌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결정됐고, 지하철 2호선 문래역 주변엔 제2 세종문화회관 건립이 확정됐다. 이와 연계해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면서 과거 서울 부도심으로서의 랜드마크 영광을 되찾는 모양새다.

영등포구청사에서 만난 채현일 구청장은 그러나 “단순히 옛 것을 허물고 새 건물을 높이 짓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재개발 등 환경개선은 모두가 사람을 향한 것으로, 우리 주민뿐 아니라 서울시민이 영등포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구민과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소통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채 구청장의 ‘소통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은 영등포 지역의 50년 묵은 숙원 과제 ‘영중로 보행환경 개선사업’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앞 영중로는 보행여건이 열악하기가 서울에서 손에 꼽히는 도로였다. 노점 80여개가 줄지어 있어 비 오는 날에는 사람 한명 제대로 지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노점 사이에 버스 타는 줄이 늘어서고, 주변 상가들의 민원도 빗발쳤다. ‘영등포의 중앙로’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50년 묵은 노점상 문제’ 취임 8개월 만에 해결
2018년 7월 취임한 채 구청장은 ‘영등포 신문고’를 오픈했는데, 맨 먼저 등장한 청원도 영중로 개선사업이었다. 8일 만에 1300명이 공감하면서 채 구청장의 행정 능력은 첫 시험대에 올랐다. 채 구청장은 “워낙 오래된 문제인데다 생존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주변에선 해결이 힘들 거라는 말이 많았다”며 “상인 생존권과 주민 보행권 사이에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고 회상했다.

채 구청장은 노점상과 합의도출에 어려운 점이 있었으나 8개월간 지역주민·상인과 현장조사·공청회·주민설명회 등을 100여 차례 개최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그 결과 50년간 영중로를 지키던 노점들을 지난해 3월 단 2시간 만에 아무 충돌 없이 정비됐다. 현재 노점들은 영중로에서 혼잡도가 덜한 곳으로 이동해 규격을 통일한 거리가게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채 구청장은 “거리가 쾌적해져 주민들도 좋아하고, 장사를 하던 분들도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모두가 상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점상 관련 환경개선에 있어 서울에서 거의 유일한 성공모델로 꼽히는 이유다.

이 경험은 영등포 지역 내 다른 지역에도 적용되고 있다. 영등포전통시장 주변 150여개 노점상을 20여개로 줄였고, 시장은 현대식 아케이드 시설을 적용했다. 청과시장도 정비를 준비 중이다. 채 구청장은 “영중로의 변화를 잇는 영등포 전통시장과 영등포로 일대 정비사업도 잘 진행해 청과시장을 경유, 타임스퀘어와 영등포역까지 불편함 없이 걷고 싶고, 걷기 편한 사람 중심의 거리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 중심의 거리’는 통학로도 해당한다. 영등포에는 70여개 초중고가 있다. 채 구청장은 “교육은 학교장 중심으로 교육청과 학부모·학생 등이 주축이 되지만, 학교 바깥을 책임지는 건 지자체의 몫”이라며 “차가 점거한 골목길과 통행로를 구민들에게 돌려주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영등포 지역은 각종 개발 호재로 용트림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등포역 주변 쪽방촌과 성매매집결지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이다. 두 곳 모두 영등포에겐 ‘불편한 진실’이었다.

1970년대에 형성된 영등포 쪽방촌은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밀려난 도시 빈곤층의 거주지였다. 이후 리모델링 사업 등이 추진되었으나 워낙 노후해 효과가 미미했다. 2015년 토지주를 중심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쪽방주민 이주대책 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급물살을 탄 것은 2019년 8월 서대문구 기숙사형 청년주택에서 열린 청년주거지원을 위한 국토교통부·서울시 구청장 간담회에서 청년주택의 필요성과 지자체 협력사항을 논의하면서다. 채 구청장은 쪽방촌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요청했고, 국토부가 이를 약속하면서 국토부·서울시·영등포구·LH·SH가 TF를 구성해 ‘쪽방촌 정비 계획’을 구체화했다. 2021년 지구계획 및 보상, 2025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쪽방촌·집창촌 개발로 영등포역 주변 탈바꿈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구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통’이다. 주민은 물론이고, 구청 공무원과 원활한 소통으로 ‘영등포의 제2르네상스’를 열겠다는 포부다. 채 구청장 뒤에 주민들의 민원이 담긴 메모가 가득하다. / 사진:김현동 기자
채 구청장은 “포용적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새로운 공공주거개발모델로, 360여명이 거주하는 영등포 쪽방촌 1만㎡를 공공주택사업으로 정비한다”며 “쪽방주민, 돌봄 시설, 지역 주민, 젊은 세대 등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는 공공개발형 도시재생사업”이라고 말했다. 쪽방촌 개선사업 확정에 이어 영등포구에 오래 남아있던 성매매집결지(집창촌) 개선사업도 확정됐다. 성매매집결지에는 1500여 가구의 복합주거단지가 들어온다.

2019년 12월 ‘제2 세종문화회관’ 건설이 확정되면서 영등포는 물론이고, 서울 서남권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세종문화회관·전문가로 구성된 공연장 건립협의회는 영등포구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지하철 2호선 문래역 인근 공공공지에 대공연장 건립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지하2층∼지상5층(연면적 2만7930㎡) 규모로 뮤지컬·발레·연극·콘서트·창작공연 등 모든 장르가 가능한 2000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과 연극·합창·발표회 등에 적합한 300석 규모의 소공연장으로 구성된다. 2022년 착공, 2025년 개관할 예정이다.

채 구청장은 “제2세종문화회관은 도심권과 동남권에 집중된 공연장 인프라의 불균형을 해소함과 동시에 새로운 문화 중심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아카데미, 영상아카데미, 개방형 음악도서관, 창작 연습실 등 지역 커뮤니티 시설도 마련된다”고 말했다. 타임스퀘어 등 인근 상권, 문래창작촌과 연계하면 더욱 풍성한 문화생활 인프라를 갖추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영등포구는 이에 맞춰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등포역 인근 과거 산업유산인 대선제분은 공장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시관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 중이다. 대선제분과 타임스퀘어 사이에 위치한 GS주차장 부지에 청년희망복합타운이 건설된다. 지상 20층 규모의 주거 공간을 비롯해 업무시설·상업시설·문화시설 등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고, 청년창업가를 지원·육성할 계획이다.

채 구청장은 “제2 세종문화회관, 영등포역 일대 개선, 대선제분 도시재생까지 이어지는 개발로 경인로·문래동 일대가 산업·문화가 어우러진 4차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지역에 관광·문화와 함께 경제가 살아나고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영등포, 다시 찾는 영등포가 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연소 구청장, 발품행정 동력은 ‘구청 공무원’
1970년생인 채현일 구청장은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 최연소 구청장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서울시장 정무보좌관,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 정계에서도 주목하는 이유다.

채 구청장은 “광역지자체나 중앙정부와 달리 기초지자체는 사람들이 사는 환경을 개선하는 생활 행정이 중요하고, 또한 이것이 큰 매력”이라며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 서비스는 저뿐 아니라 우리 영등포구청 1400여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발품행정’의 주 동력은 바로 구청 공무원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채 구청장 취임 후 영등포구청은 업무 체계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면서 ‘퓨전 행정’을 추구한 것. 1개의 현안이라도 여러 부서, 심지어 모든 부서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생활안전, 교통, 청소, 자치행정, 홍보 이런 모든 분야가 밀접히 연결돼 있다. 직원들과 회의, 소통, 그리고 업무의 효율성, 사기 진작, 특히 인사의 공정성을 통해서 직원 역량과 열정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활동은 지자체의 중요한 업무. 특히 채 구청장은 코로나19에 의한 경제 대책에 민감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구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희망 일자리 1556개를 창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청년과 저소득층·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우선 선발해서 초중고 발열 체크 및 소독, 다중이용시설 생활방역, 공원녹지 환경개선 등 4개 분야 59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역공동체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화폐인 영등포사랑상품권을 발행했는데 하반기에 추가 발행한 350억원 규모도 모두 판매 완료됐다”고 말했다.

채 구청장은 “과거 부도심으로서 영등포의 역할이 최근 많이 바래졌다. 우선 쪽방촌과 성매매집결지를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영등포구가 서남권 종가댁의 위상을 회복하는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담 조득진 편집장 chodj21@joongang.co.kr·정리 이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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