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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업 총수 신년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올해도 신년사 대신 현장 행보, ‘미래 산업 육성 집중’ 메시지

[2021년 기업 총수 신년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올해도 신년사 대신 현장 행보, ‘미래 산업 육성 집중’ 메시지

사흘 연속 수원·평택 등 찾아… 김기남 부회장 “2021년은 미래 준비하는 원년”
1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트부문 사장단과 삼성리서치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미래기술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변화를 읽어 미래를 선점하자.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에 기여하는 데 전념하자. 선두기업으로서 몇 십 배, 몇 백 배 책임감을 갖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6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리서치에서 세트부문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말이다. 이 자리에는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소장을 포함해 김현석 CE(소비자 가전)부문장, 고동진 IM부문장 등 각 사업부 담당 사장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차세대 통신 기술 연구 경과’, ‘서버용 기술 확보’, ‘AI 기술 제품 적용현황’ 등을 보고 받았다. 삼성리서치는 ‘글로벌 AI센터’, ‘차세대통신 연구센터’, ‘소프트웨어혁신센터’ 등을 산하에 두고, 미래 유망 분야의 선행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장 행보의 키워드 ‘미래 산업 육성’
1월 4일 이재용 부회장은 신년사를 발표하는 대신 현장을 찾았다. 가장 먼저 간 곳은 경기도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수탁생산) 생산설비 반입식이다. 평택 2공장은 D램,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말했다. 1월 5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네트워크 장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글로벌기술센터(GTC)를 찾아 생산기술 혁신회의를 주재했다.

현장 행보의 키워드는 바로 ‘미래 성장사업 육성’이다. 삼성은 2018년 8월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3년 동안 국내 130조원 등 180조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이때 함께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AI’, ‘5G’,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선정, 집중적으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찾은 현장은 ‘4대 미래 성장 사업’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장 행보를 통해 ‘삼성은 미래 기술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한 것이다. 최근 이 부회장이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4대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가 “약속한 투자는 넘어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AI 분야 투자의 대표 아이콘은 지난해 6월 삼성리서치 소장에 선임된 세바스찬 승 전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다. 이 부회장이 직접 승 소장 영입에 관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승 소장은 하버드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뇌 기반의 AI 전문가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추진해온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입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함께 지난해 상반기에 AI 분야 박사급 인력 500명을, 하반기에 석박사 인력 1000여명을 채용해 AI 관련 분야의 인재 영입에 속도를 냈다.

5G 인프라 구축은 자율주행과 IoT,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5G 상용화에 따른 파급 효과가 2025년 이후 연간 3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5G 장비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2020년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13.2%로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에 이어 4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에 이어 일본 통신사업자 KDDI와 소프트뱅크의 수주를 받아 5G 장비 수주를 받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바이오 분야를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제약)과 CMO사업(의약품 위탁생산)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대표 기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바이오 분야의 성과를 결정짓는 키를 쥐고 있다.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8월 영국 제약사 GSK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위탁생산 본계약을 체결했다. 상장 후 단일계약공시 최대 규모인 4400억원 규모의 계약이다. 지난해 8월 11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단지 내 4공장 신설한다고 공시했다. 25만6000ℓ 규모로 1조74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공장 증설을 마치게 된다.

삼성은 2010년 삼성서울병원 지하 실험실에서 12명으로 바이오 사업을 시작했다. 10여 년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MO 생산 규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존림 사장은 취임사에서 “향후 10년간 의약품 위탁생산(CMO), 위탁 개발(CDO) 등 모든 사업 부분에서 글로벌 세계 1위를 달성하고, 장기적으로 바이오 의약품 산업에서 주요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로 본격 도약하자”고 밝히기도 했다.

2019년 9월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시설과 R&D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게 된다. 이를 위한 전초기지가 평택공장이다. 2015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해 평택 1라인은 2017년 6월 양산을 시작, 평택 2라인은 지난해 8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1월 4일 이재용 부회장의 첫 현장 방문이 평택공장이라는 점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최영산 연구원은 “2024년에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새로운 메모리 사이클의 기폭제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 시장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1월 4일 열린 삼성전자 시무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도 미래 성장사업 육성을 강조했다. 이날 김 부회장은 “신기술·신사업이 부상하며, 기업의 부침도 빨라지고 있고 데이터·인텔리전스 시대로의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 물결 속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2021년은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이 되어야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차세대 신성장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미래 10년을 내다보며 새로운 준비를 하자”고 강조했다.

-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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