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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업 총수 신년사 |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2021년은 결과물 만들어내는 매우 중요한 해”

[2021년 기업 총수 신년사 |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2021년은 결과물 만들어내는 매우 중요한 해”

미래 위해 할 일은 ‘성장 동력 찾기’… 정주영 명예회장 정신 강조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 사진:해양수산부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이 1월 4일 그룹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신년사를 통해 2021년이 지닌 의미를 강조했다. 권 회장은 “주요 계열사들은 그동안의 사업범위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지고 외형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2021년은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서 매우 중요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73년 현대건설 산하 조선사업부에서 ‘현대조선중공업’으로 분리되면서 출발한 현대중공업 그룹은 올해로 49년의 수명을 자랑한다. 한국 기업 평균 수명의 5배에 가까운 시기를 거치며 현대중공업은 그 어느 때 보다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7년 회사 분할 및 재상장을 기점으로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후 2018년 현대중공업지주 출범과 201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 체결, 현대오일뱅크 지분 블록딜 등으로 그룹의 변화에 박차를 가 했다. 2020년에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며 외형 확대에 여념이 없었다. 대규모 기업집단 사이에서는 10년에 한번 일어날 법한 굵직한 이벤트들이 불과 3~4년 사이에 연이어 벌어진 셈이다.
 계열사 내실 다지고 외형 확대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현대중공업 울산 선박 건조 현장을 방문해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그룹이 다른 어떤 기업보다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권 회장의 신년사에도 녹아들었다. 권 회장은 “부임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미래를 위한 준비는 없었고, 현실에 안주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나와 경영진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모든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매우 중요한 일이었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의 평가대로 현대중공업 그룹은 ‘미래를 위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룹의 뿌리인 조선업에서는 지난 2015년 이후 실적 저하와 함께 매출액 하락 기조가 이어졌다. 전 세계적인 조선업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벌어진 일로 현대중공업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경기 변화에 실적 부침이 큰 조선업을 지탱해줘야 할 그룹의 또 다른 핵심 축인 정유화학 사업에서도 한계가 뚜렷해졌다는 점이 문제였다.

지난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은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로부터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해 정유업에 진출했다. 유가 변동에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우수한 영업실적을 유지하던 정유업은 2010년 중반 이후 중대한 기로에 들어섰다. 공급 측면에서는 채굴 기술의 발전으로 셰일 오일의 채산성이 향상되면서 원유 가격 상승을 제한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전기차 보급과 신재생에너지의 성장 등으로 ‘정유업은 저무는 산업’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유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부정적인 전망이 해소되지 못한 채 지난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속에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 등으로 정유업계 전체가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현대오일뱅크는 2020년 1분기 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인수합병에 과감하게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올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양대 핵심 사업인 조선업과 정유업은 변화의 결실을 맺고 있다. 우선 지난 2019년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곧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권 회장은 “기업결합 심사가 다소 늦어지고는 있지만, 늦어도 올해 상반기 내에는 모든 것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조선업의 재도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너지 창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 부문은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 4개 조선사가 위치하게 된다. 기업결합 심사 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그룹의 합산 수주잔고는 전 세계 시장의 21%를 차지하게 된다.

그룹의 또 다른 핵심 사업인 정유화학 분야에서도 2021년은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권 회장은 “정유화학 분야에서는 석유화학 진출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며 “현대케미칼이 연간 135만 톤 규모의 폴리머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하며,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들어가면 정유와 석유화학 비중이 절반 정도로 양분되면서 안정적인 경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화의 바람은 건설장비 분야 국내 2위 업체 현대건설기계에도 불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2020년 12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며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를 품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국내 1위는 물론, 세계 TOP5 건설기계 전문회사로의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며 “인수까지 해결해야할 일들이 남아 있지만, 현대건설기계 임직원들과 힘을 모아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화의 큰 흐름은 실력을 높여나가는 과정”
현대중공업그룹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일렉트릭은 전력사업의 내실화와 배전 및 솔루션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고, 현대로보틱스는 새로운 플랫폼 창출에 역량을 쏟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도 단순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사업구조로의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권 회장은 “회사를 분할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외형적으로 보여진 변화도 많았지만, 내부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해 왔다”며 “우리가 만들어가고자 했던 큰 흐름은 실력을 높여나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룹의 변화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권 회장은 올해도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정신을 강조했다. 권 회장은 지난 2020년 신년사에서도 정 전 명예 회장이 생전에 쓴 글인 ‘새봄을 기다리며’의 문구를 인용한 바 있다. 권 회장은 “올해는 정주영 창업자의 서거 20주기”라며 “모든 일의 성패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사고와 자세에 달려 있다는 창업자의 말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실천에 옮기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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