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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공사 중단 90일 연장’ 비상 걸린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공기 지연, 탈탄소 가속에 “경제성 잃었다” 평가

[단독 | ‘공사 중단 90일 연장’ 비상 걸린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공기 지연, 탈탄소 가속에 “경제성 잃었다” 평가

포스코에너지 사업권 인수 6년, 공정률 30% 수준 그쳐… “정부가 중단 시켜야” 지적도
사진:포스코에너지
포스코에너지의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건설 허가 이전 환경영향평가서부터 꾸준히 지적됐던 강원도 삼척시 맹방해변 연안침식 우려가 현실이 됐고, 석탄화력발전 감축 등 ‘탈석탄’이 핵심인 ‘탈탄소’ 시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맞추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포스코이사회마저 2050년 탄소중립 방침을 확정, 석탄발전과 거리를 뒀다.

당장 포스코에너지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로 석탄을 들여오는 핵심시설인 항만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발전소가 들어서는 강원도 삼척시 맹방해변 백사장 침식이 항만(해상)공사로 심화, 환경부가 공사 중단을 통보했다. 특히 환경부는 모래 등 연안침식을 막기 위한 침식저감시설을 지난 1월 10일까지 설치하고 3월까진 해변 복구를 명령했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는 현재 침식저감시설조차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공기 90일 연장 속 투자마저 ‘깜깜’
이코노미스트 취재 결과 삼척블루파워는 해안침식을 막기 위한 돌제 등 침식저감시설 설치 기한을 90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척블루파워는 포스코 에너지의 석탄화력발전사업 출자사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파도가 높아 바지선과 예인선이 출항을 못해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공정 기한 연장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본 설비 공정 30%, 해상 공정 7.5%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공사 중단이 공기 지연으로, 공기 지연은 다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포스코에너지는 공기 지연 없이 예정된 2025년 건설을 완료한다 해도 발전소를 25년 밖에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세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선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앞서 포스코에너지가 삼척석탄화력발전 사업권을 가진 동양파워(현 삼척블루파워)를 인수하며 완공 후 30년 가동을 목표했던 것과 어긋나게 된다.

공기 지연 속에 경제성마저 떨어지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 향후 30년간 가동률을 90%로 잡고 경제성을 산출했지만, 지난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은 71%에 불과했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연간 약 7억 톤 넘는 국내 발생 이산화탄소 중 86%가 발전부문에서 나오고 발전부문의 절반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과 ‘2050 장기저탄소 발전전략’ 등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삼척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2019년 6.5%이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0년에 20%까지 늘리겠다 밝혔다. 에너지정책 연구기관인 넥스트가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과 ‘2050 장기저탄소 발전전략’ 등을 분석해 내놓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 전망에 따르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은 2030년 62.4%, 2040년 25.2%, 2050년 10%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30년 가동 계획이 틀어지고, 가동률 축소 전망이 나오면서 자금 확보 차질까지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2018년 포스코에너지는 삼척블루파워가 필요한 발전소 구축 총 사업비 4조9000억원 중 1조원이 조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약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고려하면 아직 약 8000억원 규모 자금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권은 최근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 중단을 속속 밝히고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솔루션·녹색연합 등 24개 환경·지역단체로 구성된 탈석탄 캠페인 ‘석탄을 넘어서’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KB자산운용·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우리자산운용 등 10개사는 “앞으로 삼척블루파워가 발행하는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제성 악화로 삼척석탄화력발전소 회사채 인수 매력이 낮아졌다”면서 “삼성자산운용과 같이 탈석탄을 선언하는 경우도 있어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이미 삼척석탄화력발전소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지난해 4월 포스코에너지가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을 가진 동양파워를 인수할 당시 정한 사명 포스파워(POS Power)를 삼척블루파워로 변경한 게 대표적이다. 포스파워는 사명 변경 전 포스코 소속 회사로써 ‘POS’로 시작하는 기업 로고를 동일하게 따랐다. 아울러 포스코는 삼척블루파워가 포스코에너지에 실질적인 지배를 받고 있음에도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설정해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현재 전사 차원 저탄소 전략을 마련 중인데 삼척석탄화력발전소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가능한 빨리 중단하고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로 불릴 만큼 공정 진행률이 아직 낮고, LNG발전 전환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반가량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는 전환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설계 등 사전작업에만 1조원 넘는 돈을 투입했다”며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포함돼 에너지 안보와 전기요금 안정화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조원 넘는 돈 투입, LNG 전환 난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탈석탄 기조에 따라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시켰다가 재허가, 공기 지연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최초 2021년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완공을 예정했다. 가동률 감소를 고려해도 최대 29년은 가동할 수 있었던 셈이다. 홍종호 교수는 “이제는 정부가 별도의 보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퇴출을 추진하는 게 맞다”며 “2019년 이산화탄소 배출량(7억280만 톤)을 기준으로 2050년 탄소 중립까지 우리는 매년 2267만 톤(균등 감소 추산치)씩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82만 톤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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