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만나 ‘스마트해진’ 부동산 서비스] 개인맞춤형 부동산 정보 제공하는 디지털 촉매
[IT 만나 ‘스마트해진’ 부동산 서비스] 개인맞춤형 부동산 정보 제공하는 디지털 촉매
정보 활용도 높였지만 업계갈등·정보보호는 해결 과제 불과 5년여 전만해도 시간과 품을 들여 소위 ‘엑셀 돌리기’ ‘DB(데이터베이스) 파기’를 했다. 원자료에는 국토교통부와 공공기관, 건설사·협회·금융권·기업 등에서 나온 온갖 건설·분양·개발·정책 정보가 뒤섞여 있다.
문제는 정책 변경, 시장 변화를 실시간으로 정보에 반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가공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이거나 전체 시장상황만 보여줄 뿐, 수요자가 원하는 정보도 아니다.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 가공자뿐 아니라 수요자도 필요에 따라 언제든 개인맞춤 정보를 직접 도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변 아파트들의 동별·층별·면적별 시세·거래·평가·관심도 등을 실시간으로 비교하면서 원하는 아파트의 매매 타이밍을 따져볼 수 있다. 먼 거리에 있는 아파트는 현장에 가지 않고도 내부구조·조망·인테리어·옵션·입지·정보 등을 사진·영상으로 둘러볼 수 있다.
이는 20여년 동안 부동산 정보 분석에 매달려온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의 이야기다. 동시에 그가 몸담고 있는 업계의 변화다. 그는 2018년 스타트업 직방으로 이적해 부동산 데이터 전문가로 변신했다. 지금은 플랫폼의 트래픽 변화를 통해 시장 변동을 실시간으로 체감하고 있다.
직방은 주택 중개에서 다양한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실거래가 정보 업체 ‘호갱노노’, 셰어하우스 정보 ‘우주’, 상업용 부동산 정보 ‘슈가힐’을 인수한 데 이어 ‘모빌’, ‘호텔리브’, ‘우리집’ 등 청소·컨시어지 주거관리 서비스 업체도 인수했다. 지난해 초엔 부동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도 세웠다. 올해 상반기엔 아파트·오피스텔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직방RED(Real Estate Data) 서비스를 선보이고, 역대 부동산 정책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아카이브도 구축할 예정이다. 함 랩장은 “빅데이터는 부동산 정보 격차를 줄이고 직관성과 체감도를 높여 이용자가 자산 관리를 세밀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부동산의 디지털화가 곳곳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부동산(Property)과 정보통신기술(ICT)이 만났다는 의미로 ‘프롭테크(PropTech)’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직 개념과 범주가 명확하지 않다. 단지, 디지털 기술이 부동산과 만나는 접점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칭하는 용어로 이용하고 있다. 부동산은 다른 분야보다 ICT 도입이 상당히 늦은 편이다. 실물 검수가 필수라 온라인 정보로 변환하기 쉽지 않아서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이 지난해 130개 회원사를 조사한 결과 프롭테크 스타트업 창업이 2013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영역은 매물 중개·마케팅을 비롯해 공유 서비스, 자산 관리지원, 인테리어, 데이터·감정평가, 공사기술·확장현실(AR·VR·MR), 사물인터넷·스마트홈, 친환경 기술, 자금 조달, 블록체인, 개발·건설, 금융·투자, 컨설팅·시설·운용, 법률사무, 교육 등이다. 이 가운데 자금 규모를 공개한 스타트업 57개사의 2019년 총 매출액이 7025억원을 넘는다. 기업 1곳당 평균 매출이 약 123억원 정도다.
86개사가 밝힌 투자 유치금은 2020년 10월 기준 누적 1조3997억원에 이른다. 기업 당 약 163억원 정도다.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도 60명을 넘는다. 부동산 특성상 현장 실물을 관리하는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직원 수가 다른 분야의 스타트업보다 2배 더 많아 고용 기여도가 높은 편이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한국프롭테크포럼 회원사는 1년도 안돼 올해 1월 230개사로 급증했을 정도다. 부동산의 디지털화는 빨라지고 있지만 극복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먼저 업계 내 갈등이다. 프롭테크 업체와 기존 업체 간 충돌이 도사리고 있다. 일례로 감정평가사협회가 지난해 5월 프롭테크 스타트업인 빅밸류를 감정평가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감정평가업자가 아닌데 유사 감정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빅밸류는 금융권이 대출을 꺼리는 연립·다세대주택의 시세·가치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산출하는 시스템이다.
2013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 중개 시스템을 선보였는데,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며 중개업소들이 반발하자 사업을 철수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빠진 자리에 모바일 중개 플랫폼 직방·다방 등이 등장하자 중개사협회도 플랫폼(한방)을 만들어 대항할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도 부동산시장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함께 지난해 10월 온라인 전세금반환보증보험 서비스를 내놨다.
남성태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프롭테크 전공 겸임교수(집펀드 대표)는 “프롭테크가 발전하면 중개업소들이 임대료가 비싼 대로 1층 점포가 아닌, 저렴한 골목도로나 건물 상층에 입점해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며 “골목상권·소상공인의 활동영역을 넓혀주는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공공정보를 DB로 구축하는 어려움이다. 예를 들어 같은 물건을 두고 국토교통부·지방자치단체·통계청·법원 등의 표기 형식이 다르다. 지하층 매물을 지하1층·B101·G101 등으로 제각각 표시하는 식이다. 육안으론 인식하지만 컴퓨터는 판별하지 못하므로 정부가 일원화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공공정보 공개 범주가 제한적인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개인정보는 언제든 분쟁으로 번질 씨앗을 품고 있다. 프랑스 개인정보 보호기구인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가 지난해 12월 이용자 동의 없이 쿠키를 설치해 개인정보를 수집, 추적 광고 등에 부적절하게 이용했다며 구글과 아마존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개인의 위치정보나 검색기록 등을 활용해 맞춤 정보를 제공하려는 국내 프롭테크 업계에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정부는 이로 인한 프롭테크업계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제1차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마련했지만 이제 갓 논의의 장을 마련했을 뿐 구체적인 성장동력은 담지 못하고 있다.
안성우 한국프롭테크포럼 의장은 “프롭테크는 산적한 난제들을 기술로 쉽게 해결해 기존 시장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특장점이 많다”며 “프롭테크가 처음엔 신기술·신서비스를 앞세우지만 계속 성장하려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어 그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을 높이고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제는 정책 변경, 시장 변화를 실시간으로 정보에 반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가공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이거나 전체 시장상황만 보여줄 뿐, 수요자가 원하는 정보도 아니다.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 가공자뿐 아니라 수요자도 필요에 따라 언제든 개인맞춤 정보를 직접 도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변 아파트들의 동별·층별·면적별 시세·거래·평가·관심도 등을 실시간으로 비교하면서 원하는 아파트의 매매 타이밍을 따져볼 수 있다. 먼 거리에 있는 아파트는 현장에 가지 않고도 내부구조·조망·인테리어·옵션·입지·정보 등을 사진·영상으로 둘러볼 수 있다.
이는 20여년 동안 부동산 정보 분석에 매달려온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의 이야기다. 동시에 그가 몸담고 있는 업계의 변화다. 그는 2018년 스타트업 직방으로 이적해 부동산 데이터 전문가로 변신했다. 지금은 플랫폼의 트래픽 변화를 통해 시장 변동을 실시간으로 체감하고 있다.
직방은 주택 중개에서 다양한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실거래가 정보 업체 ‘호갱노노’, 셰어하우스 정보 ‘우주’, 상업용 부동산 정보 ‘슈가힐’을 인수한 데 이어 ‘모빌’, ‘호텔리브’, ‘우리집’ 등 청소·컨시어지 주거관리 서비스 업체도 인수했다. 지난해 초엔 부동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도 세웠다. 올해 상반기엔 아파트·오피스텔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직방RED(Real Estate Data) 서비스를 선보이고, 역대 부동산 정책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아카이브도 구축할 예정이다. 함 랩장은 “빅데이터는 부동산 정보 격차를 줄이고 직관성과 체감도를 높여 이용자가 자산 관리를 세밀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비대면 수요와 만나 가파른 성장세
한국프롭테크포럼이 지난해 130개 회원사를 조사한 결과 프롭테크 스타트업 창업이 2013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영역은 매물 중개·마케팅을 비롯해 공유 서비스, 자산 관리지원, 인테리어, 데이터·감정평가, 공사기술·확장현실(AR·VR·MR), 사물인터넷·스마트홈, 친환경 기술, 자금 조달, 블록체인, 개발·건설, 금융·투자, 컨설팅·시설·운용, 법률사무, 교육 등이다. 이 가운데 자금 규모를 공개한 스타트업 57개사의 2019년 총 매출액이 7025억원을 넘는다. 기업 1곳당 평균 매출이 약 123억원 정도다.
86개사가 밝힌 투자 유치금은 2020년 10월 기준 누적 1조3997억원에 이른다. 기업 당 약 163억원 정도다.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도 60명을 넘는다. 부동산 특성상 현장 실물을 관리하는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직원 수가 다른 분야의 스타트업보다 2배 더 많아 고용 기여도가 높은 편이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한국프롭테크포럼 회원사는 1년도 안돼 올해 1월 230개사로 급증했을 정도다.
업계 분쟁 우려 상생방안 모색 필요
2013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 중개 시스템을 선보였는데,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며 중개업소들이 반발하자 사업을 철수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빠진 자리에 모바일 중개 플랫폼 직방·다방 등이 등장하자 중개사협회도 플랫폼(한방)을 만들어 대항할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도 부동산시장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함께 지난해 10월 온라인 전세금반환보증보험 서비스를 내놨다.
남성태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프롭테크 전공 겸임교수(집펀드 대표)는 “프롭테크가 발전하면 중개업소들이 임대료가 비싼 대로 1층 점포가 아닌, 저렴한 골목도로나 건물 상층에 입점해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며 “골목상권·소상공인의 활동영역을 넓혀주는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공공정보를 DB로 구축하는 어려움이다. 예를 들어 같은 물건을 두고 국토교통부·지방자치단체·통계청·법원 등의 표기 형식이 다르다. 지하층 매물을 지하1층·B101·G101 등으로 제각각 표시하는 식이다. 육안으론 인식하지만 컴퓨터는 판별하지 못하므로 정부가 일원화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공공정보 공개 범주가 제한적인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개인정보는 언제든 분쟁으로 번질 씨앗을 품고 있다. 프랑스 개인정보 보호기구인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가 지난해 12월 이용자 동의 없이 쿠키를 설치해 개인정보를 수집, 추적 광고 등에 부적절하게 이용했다며 구글과 아마존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개인의 위치정보나 검색기록 등을 활용해 맞춤 정보를 제공하려는 국내 프롭테크 업계에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정부는 이로 인한 프롭테크업계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제1차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마련했지만 이제 갓 논의의 장을 마련했을 뿐 구체적인 성장동력은 담지 못하고 있다.
안성우 한국프롭테크포럼 의장은 “프롭테크는 산적한 난제들을 기술로 쉽게 해결해 기존 시장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특장점이 많다”며 “프롭테크가 처음엔 신기술·신서비스를 앞세우지만 계속 성장하려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어 그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을 높이고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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