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희 테크&라이프] 스타가 되고 싶으면 (유튜브에) 연락해~
[한세희 테크&라이프] 스타가 되고 싶으면 (유튜브에) 연락해~
유튜브 알고리즘, 새로운 유행과 스타 만들어내… 플랫폼 기업 알고리즘 진지하게 생각해야 “멈춰~”
혹시 유튜브에서 요즘 유행하는 ‘멈춰’ 패러디 영상을 보셨는지 모르겠다.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을 다룬 한 방송 뉴스 영상이 인터넷에서 때아닌 인기를 얻으며 패러디와 2차 창작물(?)을 쏟아내고 있다.
‘학교폭력 멈춰’는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 학생이 ‘멈춰’라고 외치면, 주변에 있던 다른 학생들도 함께 ‘멈춰!’라고 외치는 캠페인이다. 이를 통해 주변 학생을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로 바꾸고 가해 학생에게는 압박감을 주며, 전체적으로 학교 폭력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심어주는 효과를 기대한다. 2011년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이후 학교 폭력 예방 대책의 하나로 시행되었다.
학생들을 학교 폭력 방지에 직접 참여시키는 좋은 취지이다. 병영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내무반에 설치된 종을 울리면 모든 장병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는 ‘웃음벨’ 프로그램만큼의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잠시 시행되었다 사라진 이 ‘멈춰’ 캠페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계기는 이 캠페인의 효과를 다룬 방송 뉴스 한 꼭지였다. 실제 중학교 학급을 배경으로 촬영한 이 보도에는 그 반 학생들이 ‘멈춰’ 캠페인을 재현하는 상황극도 포함되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역을 맡은 학생들의 어색한 연기와 일제히 ‘멈춰’를 외치는 주변 친구들의 뻣뻣한 자세가 웃음 포인트이다.
그런데 캠페인이 진행된 것은 2012년이고, 이 뉴스는 2014년 보도되었다. 당시 큰 화제가 된 사안도 아니다. 그런데 거의 7~8년의 시간이 지난 2021년 초 뜬금없이 다시 유행을 타기 시작하더니, 어벤저스 등 다른 영화나 애니, 뮤직비디오 등과 합성한 패러디 영상들이 잇달아 나오며 인터넷 인기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이 영상이 뜬금없이 재부상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하나의 원인을 지목한다. 바로 유튜브 알고리즘이다.
올해 초부터 인기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들의 학창 시절 ‘학폭’ 논란이 연달아 터지면서 큰 이슈가 되었다. 유튜브에서도 학교 폭력 논란을 다루는 영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따라 유튜브가 학교 폭력과 관련된 영상 추천을 늘리면서 ‘멈춰’ 캠페인 뉴스가 다시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이 영상에 담긴 재미 요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유머 콘텐트로 승화시킨 것이다.
최근 대중이 즐기는 콘텐트의 흥망을 결정짓는 것은 유튜브 알고리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체 직전의 10년 차 무명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3년 전 노래 ‘롤린’을 2주 만에 멜론, 지니 등 4대 스트리밍 음악 차트 1위로 끌어 올린 것도 유튜브다.
아이돌 그룹 공연 영상들을 교차 편집해 웃긴 댓글과 함께 소개하는 ‘비디터’라는 유튜버가 롤린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것이 지난 2월 24일이었다. 이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 화제가 됐고, 브레이브걸스가 전국적 스타가 되는데 불과 1~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요즘 청소년 및 젊은 세대들이 전문 대중문화 산업만큼이나 즐기는 인터넷 기반 콘텐트 역시 유튜브 알고리즘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 유머 소재로 쓰이는 웃긴 이미지나 영상, 이른바 ‘밈’은 과거에는 주로 디시인사이드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생해 퍼져 나갔다. 이제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발굴되어 유행을 타는 경우가 늘고 있다.
‘멈춰~’ 영상뿐만 아니다. 일본 게임 주제가를 부르는 사람의 표정을 다른 사람의 얼굴에 입히는 딥페이크 영상 ‘다메다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한 미국 알래스카 거주 교포 노인이 긴장해서 ‘무하~ㄴ 도전!’이 아니라 ‘무야호’를 외치는 장면 등 최근 인기 밈은 주로 유튜브에서 탄생했다.
물론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인터넷 커뮤니티의 입소문을 타고 소외되었던 콘텐트가 빛을 보는 경우는 간혹 있었다. 그러나 최근 양상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후 사회에 퍼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2014년 역주행의 원조 EXID의 ‘위아래’ 직캠 영상은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음원 차트 1위에 오르기까지 3~4개월 걸렸다. 브레이브걸스에게는 열악한 군부대 위문 공연을 오랫동안 열심히 다닌 ‘군통령’이었다는 특별한 스토리가 있기도 하지만, 몇 년 사이에 유튜브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음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게다가 유튜브에서는 이 콘텐트가 왜 뜨는지 알기 어렵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콘텐트의 특징 중 하나는 뜬금없다는 것이다. 유명인이 만든 영상도 아니고, 최근 화제가 된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뜬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유튜브 타임라인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건 세상 누구에게나 공통된 현상이다. 해외에서도 ‘Youtube algorithm’, ‘오늘도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이 영상으로 데려왔다’ 등의 댓글이 영상마다 달려 있다. 대중문화에서 누가 스타가 되고, 어떤 영화나 노래가 히트할지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과정이 ‘대중의 마음’에 의해 정해지는 것과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정해지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둘 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엿볼 수 없는 블랙박스지만, 특정 사기업에 의해 통제되는 알고리즘에 불특정 다수 대중의 마음이 영향을 받는 것은 으스스한 일이다.
과거 우리가 대형 언론과 대중문화 산업의 메시지가 사회를 지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 것처럼, 이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더구나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소수 몇몇 기업이 세계의 인터넷을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우려는 전혀 근거 없지만은 않다. 유튜브 부럽지 않은 탁월한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을 자랑하는 틱톡은 지난해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한창일 때 홍콩 시위 영상 노출을 의도적으로 억제했다는 의혹을 샀다. 당시 #HongKong 같은 해시태그로 검색해도 홍콩 맛집이나 관광 영상만 나왔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블랙박스 속 알고리즘은 방송사 PD나 기획사 사장의 눈에 띄지 못한 사람도 자신의 콘텐트와 재능을 알리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었다. 우리에게 다양한 콘텐트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미지의 블랙박스라는 것, 그것도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블랙박스라는 점이 디지털 콘텐트 시대의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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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유튜브에서 요즘 유행하는 ‘멈춰’ 패러디 영상을 보셨는지 모르겠다.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을 다룬 한 방송 뉴스 영상이 인터넷에서 때아닌 인기를 얻으며 패러디와 2차 창작물(?)을 쏟아내고 있다.
‘학교폭력 멈춰’는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 학생이 ‘멈춰’라고 외치면, 주변에 있던 다른 학생들도 함께 ‘멈춰!’라고 외치는 캠페인이다. 이를 통해 주변 학생을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로 바꾸고 가해 학생에게는 압박감을 주며, 전체적으로 학교 폭력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심어주는 효과를 기대한다. 2011년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이후 학교 폭력 예방 대책의 하나로 시행되었다.
학생들을 학교 폭력 방지에 직접 참여시키는 좋은 취지이다. 병영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내무반에 설치된 종을 울리면 모든 장병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는 ‘웃음벨’ 프로그램만큼의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학폭’ 예방 캠페인 ‘멈춰’ 영상 10여 년 만에 재부상
그런데 캠페인이 진행된 것은 2012년이고, 이 뉴스는 2014년 보도되었다. 당시 큰 화제가 된 사안도 아니다. 그런데 거의 7~8년의 시간이 지난 2021년 초 뜬금없이 다시 유행을 타기 시작하더니, 어벤저스 등 다른 영화나 애니, 뮤직비디오 등과 합성한 패러디 영상들이 잇달아 나오며 인터넷 인기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이 영상이 뜬금없이 재부상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하나의 원인을 지목한다. 바로 유튜브 알고리즘이다.
올해 초부터 인기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들의 학창 시절 ‘학폭’ 논란이 연달아 터지면서 큰 이슈가 되었다. 유튜브에서도 학교 폭력 논란을 다루는 영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따라 유튜브가 학교 폭력과 관련된 영상 추천을 늘리면서 ‘멈춰’ 캠페인 뉴스가 다시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이 영상에 담긴 재미 요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유머 콘텐트로 승화시킨 것이다.
최근 대중이 즐기는 콘텐트의 흥망을 결정짓는 것은 유튜브 알고리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체 직전의 10년 차 무명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3년 전 노래 ‘롤린’을 2주 만에 멜론, 지니 등 4대 스트리밍 음악 차트 1위로 끌어 올린 것도 유튜브다.
아이돌 그룹 공연 영상들을 교차 편집해 웃긴 댓글과 함께 소개하는 ‘비디터’라는 유튜버가 롤린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것이 지난 2월 24일이었다. 이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 화제가 됐고, 브레이브걸스가 전국적 스타가 되는데 불과 1~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요즘 청소년 및 젊은 세대들이 전문 대중문화 산업만큼이나 즐기는 인터넷 기반 콘텐트 역시 유튜브 알고리즘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 유머 소재로 쓰이는 웃긴 이미지나 영상, 이른바 ‘밈’은 과거에는 주로 디시인사이드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생해 퍼져 나갔다. 이제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발굴되어 유행을 타는 경우가 늘고 있다.
‘멈춰~’ 영상뿐만 아니다. 일본 게임 주제가를 부르는 사람의 표정을 다른 사람의 얼굴에 입히는 딥페이크 영상 ‘다메다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한 미국 알래스카 거주 교포 노인이 긴장해서 ‘무하~ㄴ 도전!’이 아니라 ‘무야호’를 외치는 장면 등 최근 인기 밈은 주로 유튜브에서 탄생했다.
물론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인터넷 커뮤니티의 입소문을 타고 소외되었던 콘텐트가 빛을 보는 경우는 간혹 있었다. 그러나 최근 양상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후 사회에 퍼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2014년 역주행의 원조 EXID의 ‘위아래’ 직캠 영상은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음원 차트 1위에 오르기까지 3~4개월 걸렸다. 브레이브걸스에게는 열악한 군부대 위문 공연을 오랫동안 열심히 다닌 ‘군통령’이었다는 특별한 스토리가 있기도 하지만, 몇 년 사이에 유튜브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음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게다가 유튜브에서는 이 콘텐트가 왜 뜨는지 알기 어렵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콘텐트의 특징 중 하나는 뜬금없다는 것이다. 유명인이 만든 영상도 아니고, 최근 화제가 된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뜬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유튜브 타임라인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건 세상 누구에게나 공통된 현상이다. 해외에서도 ‘Youtube algorithm’, ‘오늘도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이 영상으로 데려왔다’ 등의 댓글이 영상마다 달려 있다.
누가 블랙박스를 통제하나
과거 우리가 대형 언론과 대중문화 산업의 메시지가 사회를 지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 것처럼, 이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더구나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소수 몇몇 기업이 세계의 인터넷을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우려는 전혀 근거 없지만은 않다. 유튜브 부럽지 않은 탁월한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을 자랑하는 틱톡은 지난해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한창일 때 홍콩 시위 영상 노출을 의도적으로 억제했다는 의혹을 샀다. 당시 #HongKong 같은 해시태그로 검색해도 홍콩 맛집이나 관광 영상만 나왔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블랙박스 속 알고리즘은 방송사 PD나 기획사 사장의 눈에 띄지 못한 사람도 자신의 콘텐트와 재능을 알리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었다. 우리에게 다양한 콘텐트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미지의 블랙박스라는 것, 그것도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블랙박스라는 점이 디지털 콘텐트 시대의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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