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없는 셀트리온…후계자 장·차남 약점 딛고 일어설까
[제약‧바이오 2‧3세 경영자] ① 셀트리온
화장품 사업 실패한 장남, 경영능력 보여야 후계자 인정
사업 경험 없는 차남, 4년 만에 고속 승진에 우려 목소리
제약·바이오업계 오너가 2~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7개 대표 기업의 2~3세 경영인이 갖춘 경영능력과 리더십,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 등을 살펴보았다. 첫번째는 셀트리온이다. [편집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의 퇴진으로 셀트리온그룹이 오너 2세 경영 체제로 전환된 가운데, 사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합류한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과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이 시험 무대에 올랐다.
선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영자의 능력을 평가하기 이르다. 하지만 서정진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셀트리온 그룹 5개사의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연내 지주사 및 사업회사의 통합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첫 과제로 꼽힌다. 특히 3사 합병 성공시 일감몰아주기 논란 등이 해소되고, 이후 경영권 승계 마무리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신사업에서 성과 내지 못한 서진석 부사장
서 명예회장은 지난달 말 공식 은퇴하면서 셀트리온그룹 내 상장 계열사 3곳(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과 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서 명예회장의 빈자리는 장남과 차남이 대신하게 됐다.
지난 3월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장남 서진석 수석부사장은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 사내이사에, 차남 서준석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이사에 올랐다. 서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9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장남인 서 수석부사장이 두 지주사 사내이사를 모두 담당하게 됨에 따라 추후 통합 지주사 이사회의 중심 자리를 꿰차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통합 지주사뿐 아니라 통합 사업회사의 사내이사직과 이사회 의장까지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 수석부사장은 1984년생으로 서울대 농생명과학대학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생명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 셀트리온에 입사한 후 연구개발(R&D)본부 제품기획담당장, 생명공학 1연구소장, 제품개발부문 등 핵심 조직을 이끌었다.
셀트리온은 이번 주총에서 화장품·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판매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셀트리온스킨큐어 경영을 통해 화장품 사업 경험과 역량을 갖춘 서 부사장이 자신의 노하우를 바이오제약 분야와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한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서 명예회장이 지분 70.23%를 보유한 곳이라 경영권 승계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서 명예회장에게 화장품 사업은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지난 2013년부터 적자에 허덕이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7년 10월 당시 서 부사장이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에 올랐지만 실적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실제 서 부사장 재직 당시 2018년에 1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2019년엔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결국 서 부사장은 2019년 초 셀트리온으로 복귀해 제품개발부문장을 맡고 있다.
사업회사 통합 뒤 차남인 서 이사의 이사회 진입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장남의 입지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단 서 이사는 형인 서 부사장과 함께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및 그와 관련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서 이사는 1987년생으로 인하대 생물공학 박사 출신이다. 2017년 셀트리온 과장으로 입사, 고속 승진을 통해 2년 만에 이사(미등기) 직함을 달았다. 현재 운영지원 담당장을 맡고 있다. 공장 생산이나 운영에 대한 실무 감각을 쌓으면서 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고 있다.
서 이사는 올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사내이사까지 꿰찼다. 업계에서는 뚜렷한 경영성과가 없는 서 이사의 빠른 승진을 두고 말이 나오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와 경영 승계 마무리에 속도
우선 기존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통합지주사로 합병하고 이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 제약 등 계열 3사를 합병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즉 통합 지주회사와 통합 사업회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셀트리온 계열사 3사 합병에 성공하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해소되고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구매한 뒤 해외에 재판매하는 구조여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됐다. 서 명예회장은 지난 2019년 1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132억원을 환급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회사 측은 합병되면 한 회사에서 생산에서 판매까지 이루어지는 구조가 돼 이 같은 논란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구조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과 사업 투명성 제고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기존에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54%를 보유하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다. 총수 일가의 상장사 지분율이 30%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지난해 서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54% 중 24.33%를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에 현물출자하면서 서 회장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은 11.21%로 낮아졌다.
합병이 성공하면 그룹의 구조는 단순해지고 서 명예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된다. 셀트리온그룹은 현재 서 명예회장의 개인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지분율 96%)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100%)를 정점으로 두 개의 지배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향후 통합 지주사의 지분만 증여하면 되기 때문에 자녀들에 대한 지분 승계도 한층 쉬워진다. 현재 서 명예회장의 두 아들은 지주사는 물론 셀트리온 3개사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2세 경영 승계 지분은) 대주주(서 회장) 의사라서 알기 힘들다”며 “공식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말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합병안 주주 찬성 여부 ‘촉각’
회사별로 실적이나 기업가치 등이 다르고 기존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어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수 있다. 셀트리온 주주는 추후 합병 비율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주주들에게 제시할 합병안을 만들고 있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반대하는 주주들이 많으면 회사가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데, 그 비용을 회사가 감당하기 어렵다. 적정 수준이 안되면 무산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각각 주주들의 이해타산이 다 다르다”며 “그 합의점을 도출해서 안을 제시 할 것이고, 법률적·세무적 검토는 계속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주식매수가격은 회사와 협의에 의해 결정하거나 이사회 합병 결의 이전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주식의 60일간 가중산술평균 가격으로 정해진다. 이 가격에 30% 이상 주주가 반대하면 금융감독위원회가 심의한다. 금융위 가격에도 합의하지 못하면 법원이 결정하게 된다. 주식매수청구 또는 합병 반대 주주가 많아지면 그룹도 합병 추진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 3사 합병으로 인한 장단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무산으로 인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바이오 전문 투자심사역은 “셀트리온은 밀어내기를 통해 매출을 잡고 부풀렸다는 의혹이 있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재고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슈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합병하게 되면 이런 이슈들이 없어지면서 안정성이 있을 것”이라며 “셀트리온 외부로 계약해서 생긴 매출이나 재고 정보들이 잡히면서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병이 안 된다고 해서 사업적으로 어려울 것은 없을 것 같다”며 “주주들 입장에서는 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지면 주가 하락이 좀 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 펀더멘탈에는 별로 차이가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주주가 합병하는 쪽에 기대가 있기 때문에 무산됐을 시 주가에 좋은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3사가 통합하면 글로벌 브랜드를 가진 대규모 제약회사로서 성장하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반면) 의사결정 구도가 달라지면서 사업 추진 속도와 방향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형 제약사보다 훨씬 빨랐던 사업 추진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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