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애플처럼 중국 겨냥 초당적 발의 '미 바이오 국가보안법', 한국에 반사이익?
- 미 상원, 미 자본 및 기술 중국 유출 막기 위한 법안 발의
전기차·드론·희토류처럼 중국의 산업 주도권 경계
중국 대안으로 한국 제약바이오사 파이프라인 도입 가능성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미국 정치권의 중국산 메모리 도입 반대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미 제약바이오 업계의 ‘중국 쇼핑’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자본과 기술의 중국 유출을 막기 위한 바이오기술 투자 국가보안법(Biotech Investment National Security Act·BINSA)이 발의돼 주목을 모으면서다.
미 상원의원들은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창신메모리(CXMT)·양쯔메모리(YMTC) 사용 여부를 오는 21일까지 답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CXMT·YMTC가 생산한 메모리를 전 세계 어느 제품에도 쓰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했다. 이런 내용이 초당적 서한에 담기면서 정치권과 트럼프 행정부의 의견까지 반영하고 있다.
바이오기술 투자 국가보안법도 최근 정치권의 초당적 발의를 통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과 자본을 활용해 바이오 산업 주도권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전기차나 희토류처럼 중국이 글로벌 주도권을 쥐는 것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미국은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에 중점을 뒀다. 이전까지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및 데이터 유출과 같은 공급망 차단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국가안보법 개념으로 접근하며 미국 업체들의 ‘중국 쇼핑’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핵심 규제 내용을 보면 ▲포괄적 해외투자 심사 대상에 바이오 신설 ▲대중국 바이오 거래에 대한 재무부 심사 의무화 ▲국방부 안보 영향 평가 보고서 작성 등이다. 기존 해외 투자 안보 심사 제도의 심사 대상 목록에 ‘바이오 기술’을 공식 추가했다. 또 미국 자산과 기업이 중국 관련 대상 법인과 진행하는 모든 거래에 대해 미국 재무부의 사전·사후 심사를 받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는 지분투자·합작법인 설립·의약품 라이선스 계약 등이 모두 포함된다.
피트 리켓츠 공화당 상원의원은 “중국이 우리 삶의 방식을 위협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얻도록 방치할 수 없고, 미국 자본을 무기화해 기업을 침해하고 공급망을 저해하려는 모든 시도를 막아낼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엘리사 슬롯킨 민주당 상원의원도 “중국이 현재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의 입지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중국이 자동차나 드론 시장을 점유했던 방식을 바이오 분야에서 재현하지 못하도록 미국의 기술과 자본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의 빅파마(대형제약사)들이 중국 바이오 기업의 의존도를 높이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화이자는 지난 5월 중국 이노벤트 바이올로직스와 항암제 공동 개발 협약을 맺고 6억5000만 달러(약 8900억원)의 선급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도 중국 제약사 헝루와 최대 9억5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공동 개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에볼루에이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기업에 지급한 선급금만 25억 달러(약 3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글로벌 빅파마들이 연구개발(R&D)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중국 바이오텍의 유망 자산을 대거 사들이는 움직임이 거세지자 미 정치권에서는 국가안보법을 발의하는 등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는 흐름이다.
한편 중국 바이오텍에 대한 미국의 규제 강화로 한국 제약·바이오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기업들의 대안으로 한국과 유럽의 바이오텍이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 도입 검토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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