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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도 질타한 '해수부 엇박자'…북항 재개발 갈팡질팡

'내부 주도권 쟁탈전' 눈총…부산상의 등 지역사회는 “재개” 촉구

 
 
내년 상반기에 1단계 완료를 앞둔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이 해양수산부(해수부)의 내부 갈등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파장을 빚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선정한 국책사업이자 지역 숙원사업인 북항 개발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진행 중에 멈추자 부산지역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문 정부의 초대 해수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전 장관까지 나서서 해수부 내부의 총체적 난맥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북항 재개발 사업의 중단 없는 추진”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이철조 신임 해수부 항만국장 부임, 문성혁 해수부장관 경질, 신임 해수부 장관에 박준영 후보자 내정 등 해수부 내 일련의 인사 변동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져 안팎에서 의심의 눈총을 받고 있다. 해수부 내부의 줄다리기 싸움, 민·관 협의체인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협의회(추진협의회)와의 주도권 쟁탈전, 문 정부의 레임덕(lame duck·임기 말 지도력 공백)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십수 년간 지지부진하다 이제 갓 순항 길에 오르면서 민·관 협력 우수사례로까지 꼽혔던 북항 재개발 사업이 해수부 내부의 엇박자로 다시 멈췄기 때문이다.  
 
부산 북항 재개발 부지. 사진 부산시

항만국·추진단·추진협 의견 충돌, 줄다리기 싸움?

 
논란은 올해 2월 새로 부임한 이철조 항만국장(전 부산항건설사무소장)이 부임하면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장이 최근 북항 공공콘텐트 조성 사업에 대해 “기획재정부(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사업이 사업비용이 크고 신규 공정을 밟는 공공시설인데다, 처음엔 민간개발 방식으로 추진했어도 정부가 훗날 개발비를 보존해주는 방식이면 국가재정사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트램(노면 전차) 사업 설계 작업의 잠정 중단설까지 나돌고 있다.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 측에서 “국토교통부(국토부)의 도시철도기본계획안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이유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트램 설계 상에 기술적 문제가 있는지를 검토할 뿐 사업 추진 여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에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북항 재개발 논란으로 해수부 감사관까지 자체 감사에 나서면서 북항 재개발 사업의 하나인 공공콘텐트 구축 사업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북항 재개발의 진행절차 상 문제점을 점검하는 것으로 주변에선 해석하고 있다. 이에 감사관 측은 “연초에 예정했던 감사 일정을 진행하는 것일 뿐, 자료 수집과 조사 수준”이라며 선을 그었다. 해수부가 연초에 밝힌 2021년 감사 계획엔 4월에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한국해운조합에 대한 종합감사 일정이 잡혀있었을 뿐이다.  
 
항만국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추진단)은 관련 법이 마련돼 있어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북항 재개발 사업비가 기준을 초과해도 총사업비 10%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면 기재부와 협의할 필요가 없다고 항만법에 명시돼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북항 재개발 관련 부수 사업들에서 예산 절감·조정을 통해 계획했던 총액을 유지할 수 있다”며 “민간도시개발사업이어서 기재부의 점검관리 대상도 아니다”라는 의견이다. 이번 논란에 정성기 추진단장도 한 매체를 통해 “애초부터 법적 절차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므로 큰 문제가 없는 한 북항 재개발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추진단과 함께 사업을 진행해온 추진협의회도 해수부의 제동에 반발하고 있다. 추진협의회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 시절에 부산지역의 전문가·시민단체 등 28명으로 구성한 기구다. 북항 재개발 계획 수립에 참여해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해수부와 지역사회 간 갈등의 소지를 줄이는 역할을 해왔다.  
 
부산 북항 재개발 조감도. 사진 부산시

김영춘 전 장관 “해수부가 추진협을 어용으로 여긴 탓”

 
김 전 장관은 북항 재개발이 멈춘 요인으로 해수부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었다. 김 전 장관은 2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수부 간부가 추진협의회에 보낸 고압적인 문자 메시지가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못 열도록 압박을 가하는 내용이어서 나도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추진협의회는 내가 장관이던 2017년, 북항 재개발 사업에 부산시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라며 “강제성은 없지만 그동안 민관협치의 모델로 잘 운영돼왔는데 이번에 해수부가 큰 실수를 했다. 공무원들은 흔히 이런 기구를 자신들이 통제하는 어용적 조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일도 그런 관성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해수부와 추진단 사이의 소통 불화도 지적했다. 그는 “추진단도 해수부가 부산시·국토부·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과 건건이 접촉하며 많은 일들을 처리하는데 따르는 비효율과 시간낭비를 줄이기 위한 통합조직으로 그동안 성공적인 사업수행을 해왔다고 평가 받아왔는데, (이번 사태에서) 해수부 본부와 소통 문제가 있다면 그것대로 해결해나가면 될 일인데 왜 이리 문제를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타박했다.  
 
원희연 추진협의회 위원장도 “북항 재개발 사업은 국정과제이자 미래 부산 발전의 먹거리”라며 담당자 변경과 의견차이로 인해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부산상공회의소(부산상의)도 북항 개발사업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21일 발표했다.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은 “부산의 재도약을 위해 해양경제 허브를 만들려는 대통령 공약 사업”이라며 “논란을 야기한 해수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항만국장의 문제 제기가 분쟁으로 일판만파 번지자 해수부가 21일 “이상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는 국정과제인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을 2022년 상반기까지 준공을 목표로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다. 사업지구 내 트램과 공공콘텐트 구축 사업은 재개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므로 자체 감사와 연계해 법령에 따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갈등 확산을 일단락 짓고 싶어 했다.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 중단과 관련해 해수부의 행태를 질타하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 김영춘 페이스북 캡처]

내년 1단계 완료 앞두고 '내부 분열' 암초에 부딪혀  

 
북항 재개발은 10여년간 답보상태였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책사업으로 선정됐다. 부산항만공사가 주도하는 1단계는 1~4부두•국제여객부두·연안부두·중앙부두 등 부산항의 낡은 항만 부지(약 154㎡)를 개발해 트램을 비롯해 마리나·경관수로·친수공원·오페라하우스·부산항기념관·해양레포츠·복합문화공간·공중보행교 등의 공공콘텐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이어 2단계는 자성대부두, 범일5동 매축지 마을(부산항 제5부두), 부산역 철도부지 등을 금융·비즈니스·연구개발 등 해양경제활동 거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북항 재개발이 지역발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 원도심 활성화와 연계한 통합 개발인 2단계 계획까지 수립하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2단계 사업은 부산시·부산항만공사·부산도시공사·한국철도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동 추진하고 있다.  
 
북항 재개발사업은 전담 기구인 추진단이 해수부 항만국 산하에 설립되면서 추진에 활력을 얻기 시작했다. 추진단은 해수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부산시·부산항만공사·한국철도공사 등 관련 공공기관 직원들이 모여 북항 개발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곳이다. 추진단이 2019년 3월 공식 출범하면서 북항 개발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이에 힘입어 공정률도 80%로 치솟을 정도로 개발속도를 높여가던 중이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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