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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상위 5건 모두 ‘조단위’… SKT 분할로 M&A 날개 달까

[10대 그룹 10년 M&A 추적④] SK그룹
하이닉스 인수 잇는 ‘10조’ 인텔 메모리 인수
최태원 회장 사면 후 M&A 급증

기업의 M&A는 한국 산업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다. 대전환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은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체질개선에 내서며 숨 가쁘게 질주했다. 10대 그룹의 M&A를 보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그룹의 10년간 M&A를 해부했다.[편집자 주]
 
  
  
SK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해온 기업답게 기업 규모에 비해 M&A 건수가 많다. 분석한 딜 건수만 495건에 달한다. 금액도 크다. 10년간 상위 5개 딜을 모두 ‘조단위’ 딜로 장식했다.
 
지난 10년간 SK그룹의 가장 큰 인수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인텔의 메모리반도체(낸드 플래시) 사업부 인수다. 자그마치 10조2476억원의 빅딜로, 이번에 집계한 SK그룹 인수 총액의 40%에 달한다. SK그룹은 2011년 하이닉스(SK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해 큰 성장을 이뤘는데, 이에 버금가는 승부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이닉스 인수는 유상증자로 진행돼 블룸버그의 기준에서 M&A가 아닌 투자로 분류됐다. 2017년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 지분투자(4조원) 역시 지분투자로 분류했다.
 
두 번째로 컸던 딜은 2018년 사이렌홀딩스 인수 건이다. SKT는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공동으로 ADT캡스 지분 100%를 보유한 사이렌홀딩스코리아를 1조2760억원에 인수했다. 두 회사는 사이렌홀딩스코리아의 부채 1조7000억여원도 인수해 블룸버그는 총거래 규모를 2조9700억원으로 평가했다.
 
2019년 SKC가 동박제조업체인 KCF테크놀로지(현 SK넥실리스)를 인수한 건도 조단위(1조2000억원) M&A다. 지난해 SK건설이 인수한 국내 수처리 1위 기업 EMC홀딩스도 인수가격이 1조500억원에 달한다.


 
5번째로 컸던 인수는 2017년 SK실트론 인수다. LG그룹으로부터 실트론의 경영권 지분(51%)을 처음 사올 때 가격은 6200억원이지만 이후 2017년 최태원 회장과 SK홀딩스가 지분 49%를 4226억원에 추가 매입해 투입한 총 금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매각 빅딜은 SK네트웍스에 집중된 모습이다. 1‧4‧5위 매각이 모두 SK네트웍스에서 발생했다. 가장 컸던 매각은 SK네트웍스가 지난해 매각한 324곳의 주유소다. 매각가격은 1조3283억원이다.
 
이밖에 2016년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 매각(3241억원), LPG충전소사업 매각(3040억원) 등이 4‧5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패션‧LPG 분야 인수 금액은 각각 동양매직(SK매직), AJ렌터카(SK렌터카) 인수에 쓰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주유소 사업 매각 대금은 아직 별다른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향후 진행될 인수 방향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 외에는 SK E&S와 SKC에서 각각 큰 매각이 이뤄졌다. SK E&S는 2014년 평택에너지서비스, 김천에너지서비스, 전북집단에너지 3개 사업장을 묶어서 약 58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 딜을 부채를 포함해 1조1000억원 수준으로 기재했다.
 
SKC와 코오롱이 가지고있던 SK코오롱PI 매각도 빅 딜에 포함됐다. 업계에선 SKC가 PI첨단소재 매각으로 유입된 자금을 가지고 SK넥실리스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본다.
 
한편 빅딜로 잘 알려진 SK해운 매각 건은 SK의 매각에서 제외됐다. SK해운의 경영권을 가져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한앤코탱커홀딩스를 통해 SK해운에 유증을 통해 자금을 투입했고, SK는 지분 매각 없이 기존과 동일한 주식 수를 보유 중이다.
 
SK그룹의 10년간 인수한 업종은 기존의 주력 산업군인 반도체와 화학에 집중된 모습이다. 소프트웨어 인수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았으며, 네이버 앱스토어 인수를 제외하곤 기존사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SK텔레콤의 음원사업 관련내용이 대부분이다. 아이리버를 인수해 설립한 드림어스컴퍼니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손자회사 규제를 피하기위해 ‘멜론’ 운영사였던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를 헐값에 매각하고 후회했다”며 “자회사 드림어스를 통해 음원 분야에서 다시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는 에너지와 배터리 분야의 인수가 각각 4건으로 많았다.
 

SKT 분할시 투자회사는 비통신 신사업 나설 듯

 
SK그룹의 M&A를 시기적으로 살펴보면 2011~2012년에 비해 2013~2015년에 인수 금액이 대폭 축소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2013년 2월 구속된 최 회장은 2년7개월간 복역하고 2015년 8월 사면된 바 있다. 최 회장의 사면 직후인 2016년부터 SK그룹의 M&A 금액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투자 건수도 유사한 흐름이다. 2015년 11건에 불과했던 투자 건수는 2018년 27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SK그룹의 M&A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SKT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분할 설립되는 투자전문회사는 비통신 분야 신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구속은 불안요소다. SK그룹에 소속돼 있지만 SK네트웍스 계열의 회사들은 사실상 최신원 회장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가 집행되기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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