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승부사 방준혁…코웨이와 어떤 시너지 보여줄까
[게임 빅3 대해부-넷마블] ②
흙수저 출신 자수성가형 창업자
국내 최초로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비즈니스 선보여
방 의장 추진하는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 가능 여부 주목
지난 20년간 급속히 성장한 국내 게임 산업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눈부신 외형적 성장과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중국산 게임의 공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는 빅3의 경쟁력을 집중 분석했다. 두번째 기업은 방준혁 의장이 이끌고 있는 넷마블이다. [편집자]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국내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창업자다. 특히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게임업계에서 고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매출 2조원이 넘는 게임사를 일군 성과는 방 의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서울 구로공단 인근에서 태어난 방 의장은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는 2016년 넷마블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서 “나는 진품 흙수저다.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번도 내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고, 초등학교 시절 학원비가 없어 신문 배달을 하며 학원을 다녔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게임업계 대표적 자수성가형 창업자
방 의장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찍이 사업가를 꿈꿨다. 그러나 20대 때 벌인 영화관 사업과 위성 인터넷 콘텐트 사업은 모두 실패했다. 계속되는 사업 실패에도 방 의장은 창업의 꿈을 버리지 않고, 2000년 새로운 회사를 세웠다. 그 회사가 바로 넷마블이다.
방 의장은 여러 혁신을 통해 국내 게임 시장의 변화를 이끌었다. 업계 최초로 ‘온라인게임의 퍼블리싱’ 모델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넷마블이 설립된 당시 PC방 사업과 가정용 PC 보급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온라인 게임이 우후죽순 출시됐고, 동시에 수많은 게임이 사라졌다.
방 의장은 안정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영화 사업 경험과 할리우드 영화 배급 시스템에 착안해 업계 최초로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지금은 보편적이지만 당시만 해도 다른 회사 게임을 위해 일한다는 건 상식을 깨는 행보였다.
방 의장이 이끄는 넷마블은 이후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2006년 방 의장은 건강이 나빠지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을 택했다. 방 의장이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온 것은 사퇴 5년 만인 2011년 6월이다.
당시 넷마블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선보인 게임 대부분이 흥행에 실패했다.
방 의장은 최악의 상황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다. 주력이었던 온라인게임을 버리고 모바일게임 개발에 ‘올인’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모바일게임 개발∙사업 조직을 확대하고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 예견, 성공한 모바일게임 ‘올인’ 전략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모바일 시장이 대세가 되리라 예견한 그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2012년 ‘다함께 차차차’의 성공을 시작으로 ‘모두의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레이븐’, ‘마블 퓨처파이트’ 등 굵직한 히트작을 쏟아냈다. 2015년 7월에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캐주얼 게임 분야 세계 2위인 잼시티에 1억3000만 달러를 투자에 최대주주에 올랐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모바일게임 개발사로 성장한 넷마블은 이후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디즈니,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했고 북미, 일본, 중국 등 모바일 게임 시장 빅마켓을 권역별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 12월에는 미국의 유명 모바일 게임회사 카밤 밴쿠버 스튜디오와 인수 합의를 이뤄내고 약 8000억원을 투입해 2017년 2월 인수를 완료했다.
이런 노력으로 넷마블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매출 비중은 2016년 50%, 2017년 54%, 2018년 70%를 달성했다.
이후 방 의장은 2018년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 지분(25.71%)을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랐다. 2019년에는 매물로 나온 넥슨 인수를 적극 추진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국내 렌탈 시장 1위 업체인 웅진코웨이(현 코웨이)를 인수했다. 인수가액만 1조7400억원에 달하는 ‘빅딜’이었다.
넷마블은 코웨이 인수와 관련해 “게임 산업 강화와 더불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IT 기술 및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글로벌 시장에서의 큰 성장을 노리겠다는 포부다. 당시 게임업계에서는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에 대해 "방 의장이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라고 분석했다.
1조7400억원 들여 코웨이 인수, 신성장동력 확보 노려
방 의장은 2016년 임직원 워크숍에서 “2020년 연 매출 5조원 달성과 글로벌 게임 메이저 톱5 진입을 이뤄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코웨이 인수를 통해 방 의장의 '2020년 매출 5조원 달성'은 현실이 됐다. 넷마블이 지난해 거둔 매출은 2조4848억원, 코웨이가 달성한 매출은 3조2374억원으로 두 회사의 매출을 합하면 5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다만 방 의장에게도 ‘숙제’는 남아 있다. 최근까지도 넷마블과 코웨이는 이렇다 할 시너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 의장이 코웨이 인수 후 게임에 대한 관심이 멀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잘 될 때는 한없이 잘 되지만, 안될 때는 마찬가지로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하게 된다”며 “특히 PC 온라인게임과 비교해 모바일게임은 수명이 짧다. 모바일게임 위주의 넷마블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오는 코웨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넷마블 관계자는 “스마트홈 관련 IT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넷마블은 현재 코웨이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협업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해 구체화한 성과는 향후 따로 자리를 마련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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