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재무구조 악화…"올해 버틸 여력 없다"
배진한 CFO 자본잠식 언급 한 달 만에 무상감자 실시
최대주주 삼성전자에 또 다시 우회 지원 요청
7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무상감자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지난달 초 배진한 삼성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가 내년 2분기 자본잠식 가능성을 언급한 지 한 달 만에 재무구조상 올해를 버틸 여력이 없음을 시인한 셈이다.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오는 6월 2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1주의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이는 액면가 감액 방식의 무상증자를 결의한다. 이를 통해 납입자본금을 기존 3조1506억원에서 6301억원으로 줄인다. 또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해 수권주식(발행 주식 총수)을 8억 주에서 15억 주로 확대한다. 삼성중공업 측은 “자본과 유동성을 확충해 재무 건전성을 높여 그간의 실적 부진에 따른 금융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배진한 CFO의 자본잠식 언급과 관련해 “위기 극복을 위한 독려 차원의 발언”이라며 자본잠식 우려에 선을 그었지만, 무상감자 실시 이유에 대해 “자본총계가 자본금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부분자본잠식 발생이 예상되는 등 재무구조 악화 심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6년 연속 적자에 올해 역시 대규모 적자가 예고되고 있는 데다, 지난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262%에 달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1년 이내 만기 도래 장기차입금‧사채는 1조5743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이 조선업 봄날에 웃지 못한 이유
국내 조선업계가 최근 대규모 수주 소식을 전하면서 이른바 ‘조선업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많았다. 일각에선 “조선업계의 현재 업황이 과거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 진입 직전인 2003년 초입과 유사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1분기에만 42척(51억 달러)을 수주했다. 수주잔고는 2015년 이후 최대 수준인 16조2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수주 산업인 조선업 특성상 통상 올해 수주한 물량은 향후 1~2년 치 일감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감 부족에 시달린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1분기 506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올해 영업손실 규모를 7600억원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선주사 측의 계약 파기 등으로 떠안은 드릴십(원유 시추선) 5척도 여전히 골칫거리다. 삼성중공업 측은 “지난해 유럽계 매수처와 드릴십 3척 매각에 합의했으나 4월 말 계약금 입금 기한이 경과함에 따라 재고자산 공정가치 평가에 따른 손실(2140억원)을 1분기에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의 신규 수주 역시 고정비 부담 등을 반영한 결과 1분기에 123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선가(船價)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저가 수주의 늪을 완전히 빠져 나오지 못한 상황이란 얘기다. 강재가 인상 등의 여파로 1분기에 추가 손실 1190억원이 반영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조 단위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을 두고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에 또 다시 지원을 요청하는 모양새라는 평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당시 삼성전자의 참여 등으로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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