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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초코파이 10만개 불태워…‘갓리온’이 대륙 잡은 비결

[포스트 코로나 유통기업 중국 재진출 전략] ③오리온

 
 
중국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하오리요우파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오리온]
중국의 소비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상반기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회복해 지난해 연간 최종소비지출이 GDP 대비 54%에 달하는 55조 위안(약 9532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중국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는 ‘소비진작’이다. 특히 이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채널을 기반으로 한 소비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중국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는 유통기업의 ‘재진출 전략’을 살펴봤다. 세번째는 오리온이다. [편집자] 
 
대륙으로 첫발을 뗀 건 1993년. 오리온 베이징사무소를 개설하면서다. 1997년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 랑팡에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중국 공략을 본격화했다. 상하이 공장을 완공한 건 2002년. 그로부터 8년 뒤 광저우 지역에 현지 생산시설을 추가로 세웠다. 2013년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중국시장에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며 놀랄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셴양공장을 가동하면서 동북3성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에서 더 잘나가는 제과 기업. 지난해 오리온 중국법인 매출은 1조916억원, 한국법인 매출(7692억원)보다 높다. 영업이익 역시 1731억원으로 국내 영업이익(1238억원)을 넘어선다. 매출 2조원을 넘긴 대기업 중 해외법인 매출과 이익이 본사를 앞지르는 곳은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 중국을 등에 업은 오리온에 ‘갓리온’이라는 별칭이 붙은 배경이다.  
 

사드 사태 이후… 다시 매출 1조원 돌파  

 
오리온 중국 법인은 다양한 신제품 출시와 매대 점유율 확대, 신규 점포 진입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하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다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매출액은 2019년 대비 12% 늘었고, 영업이익은 9.1% 성장한 수치다.  
 
일등공신은 ‘하오리요우파이’(초코파이)와 ‘야!투도우’(오!감자). 이들은 단일 브랜드로 연매출 2000억원을 넘어서며 중국 법인 매출 증가를 이끄는 주역이다. 지난해 중순 선보인 ‘닥터유 견과바’도 출시 4개월 만에 1200만개가 넘게 팔리며 중국 뉴트리션바 시장 내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하나 디자이너]
 
중국 정부가 지난해 7월 건강한 중국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조치로 ‘건강 중국 행동(2019~2030)’을 발표를 하는 등 정부 정책과 코로나19 등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김스낵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타오케노이 김스낵 제품들도 연간 600억원 수준으로 매출이 뛰며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30년 이어진 내공은… ‘3가지 원칙’ 주효

 
오리온이 중국에서 쌓아온 30년에 가까운 내공은 ▲현지화 ▲품질 ▲현금결제 등 3가지 전략에서 비롯된다. 우선 철저한 현지화. 중국은 대단히 넓은 대륙 국가이면서 다양한 민족과 소비계층이 함께 존재하고 있어 식품의 경우에도 음식에 대한 기호와 성향 등이 지역별로 다른 특성이 있다.  
오리온 중국법인 상해공장 전경 [사진 오리온]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레시피를 꺾지 않고 진출한 것과 달리 오리온은 자체 식품연구소까지 만들어 중국인들의 입맛을 맞춰나갔다. 맛만 달라진 게 아니다. 한국에서 ‘정(情)’에 초점을 맞췄다면 중국에서는 ‘인(仁)’ 마케팅을 썼다. 인은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 오리온은 2008년 말부터 하오리여우파이 포장지에 인(仁)자를 삽입해 중국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감성 마케팅’을 펼쳤다.  
 
품질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상의 가치로 뒀다. 10만개의 초코파이를 모두 불 태워 버린 일화가 대표적이다. 중국진출 초기인 1995년 중국 남부 지역에서 판매된 초코파이가 유난히 더운 날씨로 인해 모두 녹아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막 중국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오리온에게 닥친 가장 큰 위기.  
 
고심 끝에 선택한 방법은 소각이었다. 오리온은 매장에서 이미 판매된 초코파이 10만개를 수거해 모두 불에 태웠다. 당장의 금전적 피해보다 소비자와 도매상들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오리온 관계자는 “이 사건을 거치면서 포장지의 내열성을 강화했고, 품질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품질을 기반으로 둔 현금결제는 오리온의 강경한 초기 원칙이었다. 당시 한국 식품기업들과 중국 징샤오샹(도매상인) 사이에선 외상(어음)거래가 일반적이던 시절. 오리온은 품질과 제품력을 믿고 ‘현금결제’를 고집했다. 콧방귀를 뀌던 징샤오샹 들도 중국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를 원하면서 입장을 달리했다. ‘오리온과 거래하려면 현금을 내야 한다’는 문화가 징샤오샹 사이에서 정착되기 시작했다.  
오리온 중국 초코파이 제품 이미지. 초코파이는 중국에서 '하오리요우파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 중이다.[사진 오리온]
 
그 결과 중국에 진출한 타 기업들이 외상거래로 인한 판매 대금 회수 문제와 반품 증가를 고민할 때 오리온은 중국에 투자해 생산 기반을 늘려나갔다. 인재 육성에도 박차를 가했다. 회사에 로열티가 있는 중국 전문가를 찾아내고 육성  
 
오리온 관계자는 “가장 자신 있는 제품을 갖고 들어가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며 “먼저 시장을 선정해 그곳에서 제품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최단기간 내에 찾아낸 후 이를 지속해서 확대 재생산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2조원 시대’ 열려라… 올해 전략은?

 
오리온은 이제 중국 매출 ‘2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에는 양산빵, 그래놀라 등 아침대용식 제품을 출시해 제과에서 대용식 카테고리까지 시장을 확장하는 한편 김스낵, 젤리, 견과바 등 신제품도 공격적으로 출시해 성장세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오리온 제주용암천’(하오리요우 롱옌취엔)의 입점을 확대하고 소비자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등 글로벌 물 시장 공략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랑리거랑 제품 이미지 [사진 오리온]
신제품 판매 채널도 확대한다.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편의점과 징둥닷컴 입점을 통해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품력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대용식 카테고리 확장과 입점 채널 확대가 주목표”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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