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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인상에 안전사고까지…‘볕들 날’ 조선업계 위기감 고조

최근 사망사고로 현대중공업은 작업 중단
철광석 가격 톤당 200달러를 넘어선 이후 지속 상승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3월 19일 울산 본사 안에서 오토바이 경적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선 업황 회복 등으로 연일 수주 소식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원자재 가격 인상, 안전사고 등의 암초를 만났다.
 
철광석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톤당 200달러를 돌파한 이후에도 연일 상승하면서 선박 제조에 쓰이는 후판 가격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선 지난 8일 사망사고가 발생해 일부 도크(선박을 건조·수리하기 위해 조선소·항만 등에 세워진 시설)에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작업 중지 등으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14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543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568만CGT)보다 무려 172% 급증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누계 선박 수주량은 682만CGT(171척)로 전 세계 발주량의 4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수주량은 705만CGT(248척‧46%)를 달성해 한국을 앞섰지만, 절반(114척)은 자국 발주인 것으로 조사됐다. CGT는 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를 말한다.
 
조선업계는 “올해 4월까지의 선박 발주량이 최악의 불황이던 2016년의 3배 수준인 만큼, 전 세계 조선업계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대한 기대가 실제 수치로 확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올해가 조선업계 슈퍼 사이클 직전인 2003년 초입과 유사하다”는 말도 나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지난해 '신(新) 안전문화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중공업]
 
‘작업 중지’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 심화되나  
 
조선 업황 회복 기조와 대조적으로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은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울산조선소에서 지난 8일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4일에는 트랜스포터 2대로 대형블록을 옮기는 과정에서 블록이 바닥으로 내려 앉아 트랜스포터가 블록 속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작업중지권을 가동했는데, 사측이 10일 노조의 눈을 피해 근로자를 작업장에 투입했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당시 사고에 대해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트랜스포터 운전자가 1000톤이 넘는 대형블록 밑에 깔릴 수 있는 재해였다”며 “노조가 작업중지권을 발동했음에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작업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합의로 2014년 임금‧단체협약에 포함된 작업중지권은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노조가 작업을 중지시켜 회사에 통보하면, 회사는 안전‧보건 조치 후 작업을 재개하는 조항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이번 사망사고와 관련해 다음 주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등을 포함한 임직원 7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고발할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끊임없이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한영석 사장 등 회사 간부들의 안전 불감증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안전 관리 강화에 최선을 다해왔으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계 등에선 이번 안전사고로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등 2년 치 임단협을 아직도 타결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사망사고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일부 작업장에 대한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과 현대중공업 노조 등에 따르면 현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내 1·2·3·8·9 도크 등에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조업이 한창인 도크에서 작업이 중단됨에 따라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철광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후판 가격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수입 물량 기준)은 톤당 237.57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6일 사상 최초로 톤당 200달러를 넘어선 이후 지속 상승하고 있는 셈이다.
 
철강업계에선 철광석 가격 폭등으로 인한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선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선가(船價)가 회복되곤 있지만, 선가 상승폭보다 후판 가격 인상폭이 커진다면 저가 수주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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