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관리 구멍에 검찰 수사, 위기의 제약·바이오업계
잇단 의약품 품질관리 적발…실험 데이터 조작 이슈 불거져
제약·바이오 업계의 모럴해저드…해외 진출에 걸림돌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의 성장 기대감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지만 업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소식에 주가가 요동쳤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CMO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진단키트 수출 등 호재성 이슈가 나오면서 제약·바이오 관련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사모펀드 운용사(PE) 등을 포함한 VC도 바이오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 여전히 "바이오 업계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과 같다"고 말할 정도로 리스크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잇단 의약품 품질관리 문제…K바이오 신뢰도 추락 우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의약품 품질관리 문제가 연이어 적발되고, 실험 데이터를 조작해 특허를 취득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제약·바이오업계는 다양한 이슈가 터지고 있다. 이러한 업계 전반의 신뢰도 저하가 자칫 K바이오 성장세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의약품 품질관리 문제는 올해 초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 사태로 도마 위에 올랐다. 두 기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점검에 대비해 원료 칭량(저울로 무게를 닮)부터 제조 완료까지 모든 공정을 거짓으로 작성하고 실제 제조에 사용한 기록은 제조 후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의약품을 임의로 제조한 두 회사에 대해 자격정지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대형제약사인 대웅제약의 주요 종속회사 한올바이오파마까지 관련 문제로 적발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부각됐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안정성 자료 조작’ 혐의로 6개 의약품의 판매 중지 조치를 받았다. 식약처는 한올바이오파마 6개 품목의 허가 또는 변경허가 때 제출한 안전성 시험 자료가 조작된 것을 확인했다. ‘삼성이트라코나졸정(이트라코나졸)’ 등 6개 품목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 중지하고 품목허가를 취소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로 해당 업체들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저하가 우려됐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비단 잘못을 저지른 업체만의 문제로 끝이 날 게 아니다”라며 “국내 제약·바이오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 업체들도) 자칫 품질 저하와 신뢰도 추락 문제로 수출이나 인증을 받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안전과도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리·감독 의무 강화 및 안전성 우선돼야
더욱이 이번 문제를 회사 매출에 대한 타격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선도 문제다. 최근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당 사안이 회사 제품의 극히 일부인양 안심시키려는 모습이 나왔다. "안전성 문제로 인한 환자와 소비자에 대한 피해에 대한 점검과 사과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삼성제약은 4월 11일 한올바이오파마가 대신 제조한 삼성제약의 항진균제(제품명 삼성이트라코나졸정) 등이 안정성 시험 자료 조작으로 허가 취소 위기에 놓이자 자사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서 삼성제약은 “해당 품목(삼성이트라코나졸정)은 연매출 1억 미만의 소량 생산 판매 품목이다”며 “이로 인한 매출에 지장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환자·소비자에 대한 사과가 담기지 않은 입장문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삼성제약은 “환자 여러분들에게 불미스런 일로 심려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판매사로서 해당 품목 생산 과정의 관리 감독을 다하지 못한 점 역시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앞으로 기타 생산품에 대해서도 더욱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하겠다”고 정정했다.
수탁사뿐만 아니라 의약품 제조를 맡긴 위탁사도 관리·감독 의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규모 매출을 강조하며 주주들에 대한 사과를 먼저할 게 아니라, 위탁사가 나서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례에서도 한올바이오의 제품뿐 아니라 한올바이오가 수탁받아 제조한 삼성제약, 다산제약, 시어스제약, 한국신텍스제약, 서흥, 휴비스트제약 등의 품목이 모두 같은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제약·바이오 업계 이슈는 올해 갑작스럽게 터진 일이 아니다. 품질 관리 이슈는 해마다 반복됐다.
식약처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 업체에 대한 약사감시 현황 자료(2016∼2020년)'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특별감시 총 173건 중 위반으로 적발된 경우는 78건(45%)이나 된다. 연도별 적발건수도 급증했다. 2016년 32%, 2017년 35%, 2018년 27%, 2019년 21%, 2020년 45%로 지난해 위반 적발 건수가 대폭 늘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개별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되는 사안이다 보니까 이 부분에 대해 GMP 품질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윤리위원회를 열어 개별 회사들에 대해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협회 내부적으로는 의약품 품질 관리 혁신 TF(태스크포스)를 가동 중이며, 식약처와 협의해서 의약품 품질관리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기 위해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품질관리 문제와 다른 사안으로 대웅제약 역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실험 데이터를 조작해 특허를 취득하고, 이를 통해 경쟁사의 제네릭(복제약) 판매를 방해한 혐의로 대웅제약 수사에 나섰다. 특허청은 4월 29일 대웅제약이 실험 데이터를 조작해 지난 2016년 1월 위장질환 치료용 의약 조성물 특허(알비스D)를 받았다며 해당 특허에 대해 직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하고, 특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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