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대신 종이백 든다…MZ세대가 ‘미닝아웃’하는 법
에코백 이어 종이백 재사용으로 친환경 활동에 참여
스타벅스·나이키 로고 있는 ‘편리한 패션 소품’으로 떠올라
“최근엔 가죽 느낌이 나는, 고급스러운 가방인 척하는 종이가방을 좋아해요.”
래퍼 이영지(19)가 지난 3월 보그 코리아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 마이 백(What's in my bag)’을 위해 그가 가져온 가방은 종이백과 편의점 비닐봉지가 전부였다. ‘인 마이 백’이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나 패셔니스타들이 평소 메고 다니는 가방에 든 소지품을 하나씩 꺼내 소개하는 콘텐트다.
대개는 값비싼 브랜드의 가방을 보여주는 것으로 안에 든 소지품 소개를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평소에도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방은 없지만 물건을 가지고 다녀야 하니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백이나 비닐봉지를 이용한다는 것. 털털하고, 가식 없는 ‘인싸(인사이더,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 이미지를 종이가방이 대변하는 듯했다.
최근 길거리를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종이백만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울 신촌역과 홍대입구역 등 대학가에서 만난 이들은 그 이유에 대해 “편리하니까”라고 답했지만 남다른 의미를 담은 사람도 있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하고, ‘미닝아웃(Meaning out, 자신의 신념을 소비행위를 통해 표현하는 것)’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은 신념을 갖고 종이백을 선택했다. 이들은 자신이 사고, 입는 물건이 가치관을 대변한다고 믿는다.
취업준비생 주민정(29)씨도 그 중 하나다. 주씨는 “내가 먹고, 입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마음에 들어 소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특정 브랜드 종이백을 들면 나도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로운 활동에 동참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환경보호를 추구하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백을 들었는데,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환경보호라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느낌도 준다”고 밝혔다.
환경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면서 한동안 에코백 사용이 각광받았다. 쇼핑한 물건을 담기 위해 환경부담금을 내며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는 대신 미리 접어 넣은 에코백을 펼치는 게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환경보호 활동’으로 여겨졌다. 이제는 에코백 넘어 ‘종이백’이 대안으로서 자리잡은 모양새다. 굳이 예쁜 에코백을 또 사지 않아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종이가방을 여러 번 사용하는 식으로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박민영(가명·20)씨는 환경적 이유로 종이 가방을 든다. 일회성이 아니라 여러 번 재사용하는 것도 필수다. 종이백은 물건을 사고 받은 경우가 대다수다. 그는 “일부러 산 건 아니지만 받았으니 한 번 쓰고 버리기보단 계속 사용하자는 생각”이라며 “종이백 자체도 환경에 안 좋다고 들었지만 찢어질 때까지 쓰고 버리면 조금이나마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가방은 짐을 넣고, 편리하게 들고 다니기 위한 수단이다. 짐이 많을 땐 가방을 여러 개 챙기기도 한다. 작은 가방을 들고 나가는 길엔 늘어날 짐에 대비해 예비 가방은 필수다. 최근 패션 트렌드 중 하나는 스몰백의 유행이다. 핸드폰 하나 넣기도 버거운 손바닥만 한 가방이 대세다. 스몰백이 인기를 끌다 보니 나머지 소품을 넣을 수 있는 종이백의 필요성이 덩달아 커진 면도 있다.
MZ세대들도 종이가방을 들고 다니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편리함을 주된 꼽았다. 홍대 입구에서 만난 대학생 김성현(가명·24)씨는 빈 종이가방 하나만 들고 있었다. 그곳도 상반신을 다 가릴 정도로 큰 가방이었다. 홍대 근처에서 그림을 사러 왔다는 그는 “사려는 그림의 캔버스 크기는 20호(가로 72.7cm, 세로 53cm)로, 웬만한 가방에는 쉽게 넣을 수 없다”며 “평소엔 작은 가방만 들고 다니기 때문에 이럴 때는 종이가방을 미리 준비해서 나온다”고 말했다.
패션 소품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대학생 김영은(가명·21)씨는 작은 핸드백과 함께 영국의 스파 브랜드인 ‘러쉬’의 종이가방을 손에 쥐고 있었다. 김씨는 집에 있는 여러 개의 종이백 가운데 고심 끝에 이 가방을 선택했다. 그는 “오늘 옷을 전체적으로 올블랙에 맞춰 입었기 때문에 깔끔하고 너무 튀지 않는 디자인의 종이가방이 필요했다”며 “보통 그날 입은 옷의 디자인에 따라 여러 종이백을 번갈아가며 쓴다”라고 말했다.
유난히 파랗고 큰 종이백을 들고 있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 강민호(가명·23)씨는 “옷을 사면서 종이백을 받았는데 색이 마음에 들어 평소 사용하기 위해 일부러 큰 종이백을 점원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T.P.O(time·place·occasion)에 문제가 없다면 다양한 디자인의 종이백도 패션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종이백을 들고 다니는 트렌드가 보편화 되자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서는 ‘명품’이 아닌 고가 브랜드의 종이 쇼핑백만 올라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로고가 크게 박힌 가방의 인기가 뜨겁다. 고가 브랜드 종이백의 경우 1만5000~3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됐다.
명품 종이가방만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무인양품(MUJI)의 쇼핑백이 큰 인기를 끌었다. 브랜드 이미지가 좋고, 로고가 큼지막하게 인쇄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수록 인기도 올라간다. 스타벅스커피나 나이키가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특히 MZ세대가 자주 소비하는 동시에 친숙한 브랜드라는 특징이 있다.
대학생 임정빈(22)씨도 또래에게 인기인 스포츠 브랜드의 종이백을 선호한다. 그는 나이키 신발을 사고 받은 큰 종이백을 버리지 않고 뒀다가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재사용하곤 한다. 그는 “나이키는 로고만 봐도 누구나 알 정도로 친숙할 뿐만 아니라 젊은 느낌도 담고 있어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전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취향을 표현하고, 스타벅스 역시 이런 트렌드에 맞춰 포장재 등의 소모품을 포함해 여러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한다”며 “스타벅스는 음료 포장을 위해 일부 사용해오던 비닐 포장재를 다회용백으로 변경하거나 각종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인 PLA소재로 교체하는 등 친환경 경영을 펼치고 있는데, (자사 종이백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그만큼 많은 소비자가 친환경 가치에 공감하고 지지해준다는 뜻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김두현·임수빈 인턴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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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이영지(19)가 지난 3월 보그 코리아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 마이 백(What's in my bag)’을 위해 그가 가져온 가방은 종이백과 편의점 비닐봉지가 전부였다. ‘인 마이 백’이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나 패셔니스타들이 평소 메고 다니는 가방에 든 소지품을 하나씩 꺼내 소개하는 콘텐트다.
대개는 값비싼 브랜드의 가방을 보여주는 것으로 안에 든 소지품 소개를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평소에도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방은 없지만 물건을 가지고 다녀야 하니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백이나 비닐봉지를 이용한다는 것. 털털하고, 가식 없는 ‘인싸(인사이더,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 이미지를 종이가방이 대변하는 듯했다.
종이백 들고 다니는 ‘인싸’ 래퍼
최근 길거리를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종이백만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울 신촌역과 홍대입구역 등 대학가에서 만난 이들은 그 이유에 대해 “편리하니까”라고 답했지만 남다른 의미를 담은 사람도 있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하고, ‘미닝아웃(Meaning out, 자신의 신념을 소비행위를 통해 표현하는 것)’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은 신념을 갖고 종이백을 선택했다. 이들은 자신이 사고, 입는 물건이 가치관을 대변한다고 믿는다.
취업준비생 주민정(29)씨도 그 중 하나다. 주씨는 “내가 먹고, 입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마음에 들어 소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특정 브랜드 종이백을 들면 나도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로운 활동에 동참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환경보호를 추구하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백을 들었는데,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환경보호라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느낌도 준다”고 밝혔다.
환경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면서 한동안 에코백 사용이 각광받았다. 쇼핑한 물건을 담기 위해 환경부담금을 내며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는 대신 미리 접어 넣은 에코백을 펼치는 게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환경보호 활동’으로 여겨졌다. 이제는 에코백 넘어 ‘종이백’이 대안으로서 자리잡은 모양새다. 굳이 예쁜 에코백을 또 사지 않아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종이가방을 여러 번 사용하는 식으로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박민영(가명·20)씨는 환경적 이유로 종이 가방을 든다. 일회성이 아니라 여러 번 재사용하는 것도 필수다. 종이백은 물건을 사고 받은 경우가 대다수다. 그는 “일부러 산 건 아니지만 받았으니 한 번 쓰고 버리기보단 계속 사용하자는 생각”이라며 “종이백 자체도 환경에 안 좋다고 들었지만 찢어질 때까지 쓰고 버리면 조금이나마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가방은 짐을 넣고, 편리하게 들고 다니기 위한 수단이다. 짐이 많을 땐 가방을 여러 개 챙기기도 한다. 작은 가방을 들고 나가는 길엔 늘어날 짐에 대비해 예비 가방은 필수다. 최근 패션 트렌드 중 하나는 스몰백의 유행이다. 핸드폰 하나 넣기도 버거운 손바닥만 한 가방이 대세다. 스몰백이 인기를 끌다 보니 나머지 소품을 넣을 수 있는 종이백의 필요성이 덩달아 커진 면도 있다.
MZ세대들도 종이가방을 들고 다니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편리함을 주된 꼽았다. 홍대 입구에서 만난 대학생 김성현(가명·24)씨는 빈 종이가방 하나만 들고 있었다. 그곳도 상반신을 다 가릴 정도로 큰 가방이었다. 홍대 근처에서 그림을 사러 왔다는 그는 “사려는 그림의 캔버스 크기는 20호(가로 72.7cm, 세로 53cm)로, 웬만한 가방에는 쉽게 넣을 수 없다”며 “평소엔 작은 가방만 들고 다니기 때문에 이럴 때는 종이가방을 미리 준비해서 나온다”고 말했다.
스몰백 트렌드에 큰 쇼핑백 필수품으로 자리잡아
패션 소품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대학생 김영은(가명·21)씨는 작은 핸드백과 함께 영국의 스파 브랜드인 ‘러쉬’의 종이가방을 손에 쥐고 있었다. 김씨는 집에 있는 여러 개의 종이백 가운데 고심 끝에 이 가방을 선택했다. 그는 “오늘 옷을 전체적으로 올블랙에 맞춰 입었기 때문에 깔끔하고 너무 튀지 않는 디자인의 종이가방이 필요했다”며 “보통 그날 입은 옷의 디자인에 따라 여러 종이백을 번갈아가며 쓴다”라고 말했다.
유난히 파랗고 큰 종이백을 들고 있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 강민호(가명·23)씨는 “옷을 사면서 종이백을 받았는데 색이 마음에 들어 평소 사용하기 위해 일부러 큰 종이백을 점원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T.P.O(time·place·occasion)에 문제가 없다면 다양한 디자인의 종이백도 패션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종이백을 들고 다니는 트렌드가 보편화 되자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서는 ‘명품’이 아닌 고가 브랜드의 종이 쇼핑백만 올라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로고가 크게 박힌 가방의 인기가 뜨겁다. 고가 브랜드 종이백의 경우 1만5000~3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됐다.
명품 종이가방만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무인양품(MUJI)의 쇼핑백이 큰 인기를 끌었다. 브랜드 이미지가 좋고, 로고가 큼지막하게 인쇄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수록 인기도 올라간다. 스타벅스커피나 나이키가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특히 MZ세대가 자주 소비하는 동시에 친숙한 브랜드라는 특징이 있다.
종이백도 ‘에·루·샤’가 대세
대학생 임정빈(22)씨도 또래에게 인기인 스포츠 브랜드의 종이백을 선호한다. 그는 나이키 신발을 사고 받은 큰 종이백을 버리지 않고 뒀다가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재사용하곤 한다. 그는 “나이키는 로고만 봐도 누구나 알 정도로 친숙할 뿐만 아니라 젊은 느낌도 담고 있어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전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취향을 표현하고, 스타벅스 역시 이런 트렌드에 맞춰 포장재 등의 소모품을 포함해 여러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한다”며 “스타벅스는 음료 포장을 위해 일부 사용해오던 비닐 포장재를 다회용백으로 변경하거나 각종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인 PLA소재로 교체하는 등 친환경 경영을 펼치고 있는데, (자사 종이백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그만큼 많은 소비자가 친환경 가치에 공감하고 지지해준다는 뜻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김두현·임수빈 인턴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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