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파는' 동박, LG‧롯데 광폭 투자 행보
전 세계 동박 수요 연평균 44%씩 증가
동박 생산 국내 기업들 앞다퉈 생산 증설 나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 하자 핵심 소재인 ‘동박’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동박 수요는 연평균 44%씩 증가해 2025년 14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동박은 구리를 종이처럼 얇게 만든 제품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만드는데 쓰인다. 머리카락 두께의 15분의 1정도 수준의 얇은 구리판이다.
전기차 배터리 뿐 아니라 반도체와 5G 데이터센터, 위성 통신, 드론에도 동박이 쓰이기 때문에 동박 수요는 날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도 동박 사업에 투자하고 동박 공장을 증설하며 대응에 나섰다.
SK와 배터리 분쟁을 끝마친 LG의 첫 행보 역시 ‘동박’ 사업 투자였다. 2차 전지 핵심 부품인 동박 사업에 투자하며 배터리 소재 분야 가치사슬(밸류체인) 강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지난 15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ITC 결정에 최종 합의하면서 국내외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소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합의를 마무리 지은 LG화학은 합의 다음날인 지난 16일 중국 동박 기업 지우장 더푸 테크놀로지(이하 더푸)에 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더푸는 지난해 생산 능력 기준 중국 내 3위 동박 제조사로, 2차전지용 동박인 ‘전지박’과 전자 제품 인쇄회로기판(PCB)용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더푸는 현재 연간 4만9000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7만8000톤 수준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은 더푸가 중국 업체 중 유일하게 동박 첨가제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어 균일한 고품질 동박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동박 생산 기업 솔루스첨단소재 유럽 법인에 575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에 공장 짓느라 바쁜 국내 동박 기업
LG뿐 아니라 롯데 역시 지난해 동박 기업에 2900억원을 투자하며 2차 전지 핵심 소재 역량을 확보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스카이레이크의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인수대금 중 약 40%(2900억원)를 투자했다.
동박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도 바빠졌다. 동박 사업 주요 플레이어인 일진멀티리얼즈, SKC, 솔루션스첨단소재는 생산 증설에 나섰다. 특히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를 중심으로 새로운 생산거점을 확보하며 유럽 배터리 기업과 자동차 기업 수요를 노리고 있다.
SKC의 동박 제조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지난 3월부터 말레이시아에 70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다. 2023년 상업 가동을 시작해 2차 전지용 동박 생산능력을 현재의 3배인 10만2000t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8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유럽 생산라인 구축에 나섰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같은 달 유럽 대표 배터리기업인 노스볼트와 10년간 최소 400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유럽 룩셈부르크에 있는 동박 공장을 증설한다. 현재 1만2000t인 생산 능력을 총 1만5000t규모로 확대한다. 5G용 하이엔드 동박 시장에서의 1위 지배력을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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