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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아메리칸 드림'④] 백신협력 나선 삼바·SK바사…글로벌 시장 도약할까

국내 기업 생산능력 입증…향후 기술이전 계약도 성공해야
백신 자주권 확보 위해 정부 지원 필요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정부는 한‧미 백신동맹을 구체화했다. K바이오가 ‘글로벌 백신 허브’로 발돋움할 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전 세계적인 보건 위기에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한‧미 양국 정부와 제약사들은 지난 21∼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백신 파트너십 행사 등을 통해 백신 생산·연구 분야에서 총 4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의 백신 기술과 한국의 생산능력을 결합한다는 게 골자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이번 계약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백신 원액 제조 기술은 이전받지 못한 채 충전·포장만 하는 협력에 그치게 된 점이 한계다.    
 

모더나의 mRNA 기술 이전 노력해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분기부터 미국 이외의 시장으로 백신 수억 회 분량의 바이알(유리병) 무균충전, 라벨링, 포장 등을 시작할 예정이다.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원액을 들여와 송도 공장에서 병에 주입한 뒤 밀봉하는 완제의약품(DP, Drug Product) 공정이다. 모더나 백신의 DP 생산은 현재 미국 의약품 제조업체 카탈란트, 스페인 로비, 스웨덴 레시팜 등이 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핵심기술을 포함한 원료의약품(DS, Drug Substance) 생산이 빠진 것이다. DS 생산은 자체공장과 스위스 제약사 론자 등이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DS단계의 기술이전 가능성과 구체적인 계약 물량, 국내 공급 물량, 가격 등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회사 관계자는 “DS부분 계약이 이루어져야 기술이전 여부를 얘기할 수 있다”라며 “(공급되는 물량에 대해서는) 모더나 측에서 미국 이외 지역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아시아인지 한국 포함인지는 모른다. (금액 등도) 모더나가 정하는 것이라 현재로선 공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계약이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추후 협상 노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mRNA 기술이전에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MOU는 아무 구속력이 없다”라며 “이제부터 전략을 가지고 (추후 모더나와) 협상을 해서 백신 기술 이전까지 성공해 한국도 mRNA 백신을 확보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한미 백신협력' 브리핑을 통해 "모더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맺은 계약과 별개로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잠재적인 한국 투자 및 생산 관련 논의를 위한 협력 계약이었다"고 설명했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모더나가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한국에 백신 생산시설을 설립하고, 잠재적인 한국 내 투자·생산 시설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이후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최종 투자 내용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모더나가 한국의 mRNA 백신 생산시설에 투자하고, 또 시설 투자를 할 때 한국의 고급 인력 채용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산업부는 신속한 공장 설립을 위해 적정 부지를 추천하는 등 모더나의 투자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모더나의 한국 비즈니스 활동에 협력한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 생산분이 국내에도 공급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유통 효율적인 측면에서 국내 생산분이 국내에 공급될 수 있도록 공급사와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신 자주권 확보 숙제 남아  

안동 L하우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
 
 
복지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 그리고 노바백스도 백신 개발과 생산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백신, 독감 결합백신 등 차세대 백신 개발과 SK바이오사이언스 시설을 활용한 생산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바이러스벡터 방식)의 CMO(위탁생산)과 노바백스(합성항원 방식)의 경우 CDMO(위탁개발생산)를 안동공장에서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을 넘어 국산 코로나19 백신 생산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질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 3상 등에 활용될 연구개발비로 최대 1억7340만 달러(2000억원)를 국제민간기구인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로부터 추가 지원받는다고 24일 밝혔다. GBP510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워싱턴대학 항원디자인연구소(IPD)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다. 지난해 말 임상1/2상에 진입해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아울러 이번 한‧미 백신 협약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업체와 협력에 나선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는 해석이다. 국내 생산능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추후 기술이전 협력에 발판 될 수 있어서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의는 업계 최고 수준인 연간 36만4000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안동공장 L하우스에서 가동 중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제조를 위한 생산 시설 및 공정, 품질 시스템이 유럽의약품청(EMA)이 승인하는 EU-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획득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백신 산업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여러(바이러스 벡터, 합성항원 방식에 이어 mRNA) 백신의 위탁생산을 맡긴 것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입증한 것으로 긍정적인 면”이라면서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연구인력이나 생산인력 등 추가적인 고용창출 효과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특허권이 있는 우리나라 백신이 아니다. mRNA도 특허가 너무 많이 얽혀있어 복잡하다. 국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R&D 지원과 정책적인 지원으로 백신 자주권을 획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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